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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좌충우돌 언행과 밀어붙이기 리더십이 연일 뉴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파 포퓰리즘’ 선언, 반(反)기업 발언, ‘계파 해체’ 요구, ‘당 주도’ 발언, 당직 인선 충돌 등 대표 취임 열흘이 전임자들의 두세 달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가장 큰 화제는 그가 차기 대선 경선 구도에서 벌써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기울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불안한 좌충우돌형 리더십
홍 대표는 4·27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7월 13일까지 한나라당을 이끌게 된다. 임기 중인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내년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다. 홍 대표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은 과거 예로 미루어 볼 때 홍 대표 임기 만료 후가 된다. 그러나 경선이 임박해 당 대표를 새로 뽑자면 경선 후보 진영 간 분란이 극심해진다. 따라서 홍 대표가 이전까지 당 운영의 공정성을 인정받는다면 대선 후보 경선, 나아가 대선까지 관리 책임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07년 강재섭 대표의 경우가 전례다.

내년 총선에 정치생명 걸어
홍 대표는 당선 직후 6일 “현재 추세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방해만 없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경선이 되지 않도록 다른 경쟁 후보들이 분발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현실로 인정한 것이다.

홍 대표 당선에 친박계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은 정설이다. 대표가 되자마자 계파 해체 발언과 당직 인선을 두고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은 것은 서로 치수(size)를 재는 통과의례다. 두 사람은 곧 협력 관계로 자리잡을 것이다. 유 최고위원과 함께 반발한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과는 경우가 다르다.

박근혜의 총선 지원 절실
홍 대표는 정치 활동 15년 동안 어느 계파에도 속해 본 적 없다며 무계파를 자처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사적으로 친한 사이기도 해 범(凡) 친이계로 분류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지 못하자 친이계 주류에 대한 불만을 키워왔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표에게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홍 대표의 박근혜 쏠림은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당 안팎의 음해공작을 막아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당 밖의 음해공작은 그렇다 치고 당내의 음해공작까지 거론한 것은 파장이 크다. 당장 이재오 특임장관 쪽으로 눈길이 쏠렸다.

내년 총선 결과는 홍 대표의 정치 역정에서 승부처다. 총선에서 지면 불명예 퇴진해야 한다.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뒤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홍 대표는 총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강력한 인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역할은 박 전 대표 외에는 없다.

5년 후 노려 親朴과 협력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박근혜 대망론도 거품이 될 수 있다. 총선에 이기면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됐을 때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고, 홍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성장을 꿈꿔볼 수 있게 된다. 정치인에게 국가경영을 해보겠다는 욕망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평소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싶다”고 말하던 그다.

홍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해 계파별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 개혁 공천을 하겠다면서도 나이·선수(選數)에 따른 인위적인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나이와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많은 친박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결국 홍 대표와 박근혜의 접근은 총선을 매개로 한 연합이다. 홍준표와 친박의 연합으로 한나라당에는 신주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친 입이 관계 망칠 수도
그런데 홍 대표의 화근(禍根)은 다름 아닌 입이다. 그의 거친 입은 좋게 말해 쾌설(快說), 나쁘게 말하면 독설(毒說)이다. 당 대표로서의 위신은 물론 친박과의 공조 노선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그가 입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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