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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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방부장의 무례(無禮)를 보면서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도대체 뭔가를 묻게 된다. 그리고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국이 장차 어디로 가려 하는지 궁금하다.

중국의 그림자는 밀고 오는데 미국은 한미연합사 해체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정신이 없다. 중국-북한은 6.25 남침 당시의 ‘항미원조(抗米援朝)’ 정신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그저 어정쩡한 채 서있을 뿐이다. 한미연합사도 부뜰 방도가 없고 중원(中原) 패권주의도 막을 방도가 없고..소국(小國)의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한반도가 그야말로 극동의 핀란드처럼 되는 건 아닌지?

한국 정부는 외교를 통해 미국하고도, 중국하고도, 러시아하고도, 일본하고도 두루 잘 지내면 될 것 아니냐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교가 군사(軍事)를 이길 수는 없다. 핵(核)을 가진 중국-북한,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가질 중국, 반면에 한반도에 대한 ‘골치 아픈' 개입을 꺼려하는 미국-. 이런 추세가 심해질수록 중국-북한은 우리와 미국에 대해 더 난폭해질 게 뻔하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미국의 힘이 약해진 동북아에 팍스 아메리카 대신 팍스 차이나를 부하(負荷)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더러 물러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이 들어서겠다는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은 중국의 그런 중화패권주의 물살에 살짝 얹혀 가기만 하면 된다고 할 것이고. 미국은 더군다나 북한 핵(核)의 폐기보다는 그 확산(擴散)을 막겠다는 선(線)으로 후퇴한 것 같기도 하다.

중국 국방부장의 무례는 한국더러 “야, 미국 빽 버리고 나한테 숙여!” 하는 알통 시위였다. 이 시위에 대해 한국 국방장관은 “한미동맹은 한반도 전쟁재발 억지력(抑止力))이었다”는 투의 지극히 일반론적인 수사학조차 구사하지 못했다. 한국의 심리적 핀란드화(化)는 이미 시작되나?

중국이 당장은 김정일의 대남 무력도발을 견제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김정일을 캥거루 새끼처럼 품은 중국의 밀물은 한국, 한반도로부터의 미국의 썰물을 갈수록 더 노골적으로 재촉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를 우선순위에서 저만 큼 밀어놓고 있다. 한국의 대책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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