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진(광주지검 형사 제3부장검사)

▲김경진 부장 검사
지금의 한국경제가 좋은지 어려운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더 이상 나쁠 수 없다. 한국경제가 완전히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활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광주역 앞에 길게 늘어서 하릴 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의 행렬을 보면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반면, 현재 주가지수에 2,000포인트에 육박하고, 여름휴가에 해외로 나가는 인파로 공항이 북적대는 것을 보면 활황이라는 주장도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 산자부, 통계청, 재경부 사이트에 게재된 각종 통계지표와 기업체 경제연구소등에서 발간한 자료를 살펴보면서 제 나름대로의 우리 경제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3년도에 1,900억달러 남짓하던 수출이 2006년에는 3,250달러까지 증가 했습니다. 무역수지, 경상수지도 1998년 이전에 적자와 흑자가 오락가락하던 것이 98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 꾸준히 흑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역흑자와 더불어 외국자본 유입으로 2006년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300억 달러 내외입니다.

1997년 IMF 직후 긴급구제금융을 받아 100억달러를 간신이 넘겼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참 좋습니다. 물가상승율도 과거에 비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외국인노동자는 99년에 15만명 정도 가 들어온 이래 2005년에는 50만명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거시경제지수는 참으로 좋은데 왜 대부분 국민이 힘들다고 느끼느냐? 핵심은 양극화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국민 모두가 힘든 것이 아니고 힘든 국민은 힘들고 그렇지 않은 국민은 힘들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매일 보고 느끼는 현상입니다. 구정, 추석 연휴에 외국 놀러 가는 인파가 수십만명에 달하고 주말 인천공항에 중국, 태국 등지로 골프 치러 나가는 사람, 그 와중에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인 반면 어떤 집은 애들 학원비 10만원 마련에 급급한 가정도 우리 주변에 흔히 있으니까요.

우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경제 속에서 비교위위를 확실히 점하고 있는 산업체 즉 조선, 자동차, 반도체등 속칭 수출 선도업종 회사를 운영하거나 이들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분들은 고수입이 보장되지만, 반면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사업체, 주로 중소업체을 운영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사람, 자영업자 등은 저수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의 측면에서 볼 때, 1) IMF 이후 기업의 대기업,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하여 기업의 효율성이 증대된 반면 구조조정의 당연한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직장의 일자리 수도 줄었으며, 2)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인하여 기업주들이 "사람은 최소한으로 쓰고, 최대한 기계나 외주(아웃 소싱, 비정규직, 하도급)로 대체한다"는 확고한 침묵속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정규 사원으로의 고용은 정말 필요 최소한에 한정한다는 풍조가 사회 전체에 생겼으며, 3) 과거 노동력위주의 산업들이 대거 중국이나 베트남, 동유럽, 개성공단 등으로 이주하면서 우리 나라에 공장이 대폭 감소하였고, 4) 이에 더하여 최근 대학졸업율이 청년층의 82%에까지 달하면서 공부를 하던 습관으로 인해 육체노동 직업에 종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함으로 인하여 앞서 살펴본 외국인 노동자가 50만명이나 유입되고, 그럼에도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인력난을 호소하는 모순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지만 육체노동은 안한다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역설적인 현실 속에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원인으로 인해 기업체에서 해고되거나 정규 직장에 고용되지 못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대거 진입하였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IMF 직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영업자가 늘었으면 자영업은 잘 되느냐? 절대 그것이 아닌 상황입니다.

1) 우선 자영업자가 늘다보니 과거에 비해 경쟁이 극심해 졌고, 2) 유흥산업 규제, 돈 많은 사람들이 돈 쓰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굳이 국내에서 소비해도 될 것을 외국으로 나가서 소비하도록 만들며, 또한 돈 있는 분들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외국에 나가 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분위기도 더더욱 국내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를 어렵게 하고, 3) 국내 소비를 유도하도록 골프장 하나 건설할려고 해도, 공장하나 세우려고 해도 지역의 주민, 이상한 ○○단체 등이 나타나 이런 저런 명목으로 기업체를 상대로 돈을 뜯으려고 하며, 또한 국민들의 의식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평등의식, 지기 싫어하는 의식으로 인하여 차별화된 의료시장, 교육시장의 경쟁체제와 및 국내 지역에서의 외국인들에게 개방을 안하려고 하다보니, 더더욱 돈 있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돈을 더 쓰려고 합니다.

앞서 본대로 국가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수출이 잘되어 현재 2,500억 달러 내외의 엄청난 달러가 국내에 쌓여있고, 그 돈이 어디로 튀든지 간에 돈을 더 벌어 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전국(특히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였고,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은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실정(失政) 이미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그러한 점을 강력하게 부각시켜, 그나마 어려운 양극화의 소외계층의 마음을 더더욱 힘들게 만들어 서민층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한 국가의 국민 1인당 GDP는 국가의 인간개발지수와 정비례합니다. 국민 1인의 평균적 학력, 사회, 경제, 기술 수준만큼 1인당 GDP가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이에 따라 국민 한명 한명의 평균 수입이 결정되는 것은 자연적스러운 이치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대학진학율 82%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에 이르렀고, 다만 세계최고의 교육수준에 이른 세월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향후 2-30년 후 세계 최고의 교육의 성과가 축척되면 특별히 잘못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우리는 1인당 GDP가 세계 5위 이내의 상위권에 들 것입니다. 그때까지가 문제입니다. 일종의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은 과거 노동력 위주의 단순 일자리, 3D 업종에 근무하는 형태로는 살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연구하고 개발하고, 서비스 업종등 주로 지식 기반 산업에 종사하는 방향으로 가의 산업 및 고용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 상황이 정착될 때까지가 성숙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기간일 것입니다.

양민이 배가 고프면 담을 넘는 도둑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물리적으로 배가 고플 상황은 없지만, 말씀드린 대로 양극화가 극단화되고, 언론과 대통령의 대립으로 특별히 나빠진 것이 없음에도 모든 면에서 살기 어렵고 경제적가 곧 망해가는 것처럼 실정(失政) 이미지를 만들어내다 보니 우리 마음속에 사랑과 화합 대신 미움과 증오의 마음을 계속 증폭하여 가는 상황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배가 아프고, 사람이 미워 보이는 상황은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전체에 사랑 대신 증오가, 화합 대신 균열이 지속되고 결국은 사회의 퇴보로 이어질 지도 모릅니다.

정치지도자를 잘 뽑는 일도 중요하고, 경제 관료들이 경제정책을 잘 펼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양단의 정책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는 것, 즉 복합 처방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기업주 특히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주들을 정규직 근로자를 최대한 고용하고, 최소한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부득이 비정규적을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이라도 정규직과 같이 지급할 수 있는 마음 씀씀이가 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은 그 해당 직종의 세계 평균 임금을 넘는 과도한 요구, 기싸움에 이기기 위한 대립 등을 의식의 지평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자신이 소비자로서 입장에서, 국내의 내수 진작을 위해 최대한 해외 소비를 억제하고 국내 소비를 하여야 합니다. 국가와 정치권에서는 사업하기 편하도록 가능한 규제를 모두 없애야 할 것입니다.

행동이 바뀌기 위해서는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하므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 국가와 지역의 지도자들은 직원, 주민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우리들과 주변 사람들 머릿속에 정확한 현실인식 건전한 사상과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신교육의 장을 끊임없이 마련하여 교육시켜야 합니다. 정신교육이 필요한 것은 국민 계층을 모두에 해당하는 말일 것입니다. 가난한 자, 약자라고 해서 항상 올바르고 정당한 생각을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떼쓰는 장면을 많이 목도하여 왔고, 우리 사회 전체가 이제 그것에 다들 염증을 내고 있으니까요. 나아가 좀 높은 분, 가지신 분들 역시 조금이라도 내 것을 양보하여 소외계층에게 한 푼이라도 더 갈 수 있도록 하고, 외국에 골프 치러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소비를 조금 더하자고 생각을 바꾸어 주십시오.

내 나라, 내 조국이 국민들이 의식이 서로 증오로 두 동강이 나면 내 자식, 내 손자가 살 수 없는 나라가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은 과연 가진 사람이십니까? 못 가진 사람이십니까? 대부분이 나는 사회의 가난한 쪽에 속한다고 약한 생각쪽으로 기울기가 쉬울 것입니다.

가졌느냐 못가졌느냐는 주관적인 생각에 상당히 좌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가정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2-3년에 한번 해외여행 갈 수 있고, 월수 총계 250만원 이상이면 가진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십시다.

그렇게 나부터 생활습관 내지 소비패턴 개선, 내가 운영하는 기업문화 개선을 통해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국가란 훌륭한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국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국민이란 나 자신부터 훌륭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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