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수석대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북한 수석대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8·15에 무언가 있을 것 같다.”

8월 중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는 이야기가 정권 핵심부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 구체적인 게 인적 교체설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 대북 원칙론자들을 교체해 남북 관계를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것이다. 원칙론을 임기말까지 계속 고수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대북 원칙론 vs 유화론 대결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북 원칙파와 유화파의 다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최대 권력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칙파에 맞서는 유화파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라인이다. 유화파인 김 장관은 강경파인 천영우 수석의 전임자이다. 김 장관의 외교안보수석 시절 외교부는 원칙파 유명환 장관이 장악하고 있었다. 유 장관이 딸 특혜 채용이 문제가 되어 낙마하자 김 수석이 후임 장관이 되었다.

아리송한 말장난 즐기는 참모들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은 ‘비핵·개방·3000’을 내걸고 기세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정권 출범 반년도 안 된 2008년 7월 유화파의 부추김을 받은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새로운 대북 제안 연설을 하려던 날 새벽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에 사살되었다. 이 대통령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국회 연설을 했지만 남북관계는 정권의 원점 이전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유화파와 주도한 대북 비밀접촉이 있었으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으로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원칙파의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까지 터지자 원칙파가 난관 타개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원칙파 주도로 올해 초 북한과 비밀접촉이 이뤄졌으나 북한의 느닷없는 폭로로 파탄 났다.

이제 유화파가 대반격을 할 차례가 되었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데 이어 대북 라인 교체설이 나왔다. 대북 정책 변화나 남북 관계의 전환점을 찍는 발표가 8·15 경축사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게 되었다.

대통령 발언 유리하게 해석
이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권 핵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언론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26일 ‘원칙 있는 남북대화’를 들고 나왔다. 대화는 추진하되 원칙은 지키겠다. 일종의 상황 정리용 메시지다.

이 대통령 발언은 방향은 대화에, 무게는 원칙에 실려 있다. 과도한 낙관론을 견제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8·15 큰일’설에도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질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5기 민주평통 출범식 때도 ‘천안함, 연평도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천안함 사과 포기’로 해석한 언론들도 있었다.

언론 흥분하게 해 방향 몰이
역대 정권에는 임기 중에 김정일과 한번 만나야 되지 않느냐는 정상회담 조급증이 있다. 눈치 빠른 참모들은 대통령의 공명심을 부추긴다. 무난한 듯한 발언을 연설문 속에 삽입해 놓고 의도가 담긴 해석을 흘려 언론을 흥분시켜 바람을 잡도록 하는 것이다.

남북 관계 변화를 처음 언급한 것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당 대표 취임 후 이 대통령과 독대하고 나서 “8월 중 남북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홍 대표는 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었을 것이다. 청와대 대북 원칙파와 유화파의 정치극 한 막이 어떻게 완성될 지 8월 15일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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