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파헤치되 상처는 내지 말아야 한다'는 묵계 속에 열린 한나라당 검증청문회는 이미 모순을 안고 시작된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한마디로 진실규명은 없고 의혹만 덧붙인 말잔치로 끝났다는 분석이다.

검증청문회가 열리기 며칠전에 이미 한나라당 검증위원회는 자조적인 '역할부정론'이 팽배했다. 구체적 자료를 통한 진실규명은 이미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강민 검증 위원장조차도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는 검증청문위원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검증위 자체에 대한 회의를 나타냈다. 검증 실효성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검증위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후보들의 자료 제출은 불성실 그 자체였다.거기에 더해 언론에는 자료를 다 제출한 것처럼 이중플레이를 해서 더더욱 검증위의 힘까지 뺐다.

질문지는 사전에 후보에게 돌려졌고 맞춤식 답변도 완벽히 연습을 끝내고 청문회장에 앉았다. 후보들은 이미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장에서 모든 의혹에 대한 것을 그저 부정하는 말로 떼우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검증위원회가 청문회를 통해 무엇을 검증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두 후보들이 주장해 왔던 “그런 사실없다”, “나하고 관련없는 일이다”는 등으로 청문회장을 그야말로 자신들의 변명을 속시원히(?) 늘어 놓을 수 있는 '광장'만 마련해주고 씁쓸한 퇴장을 할 수밖에.

이 후보의 경우 박 후보 측의 의혹제기에 대해 맹공을 받아 오던 것에 대부분 무대응으로 대처해 오다보니 '벙어리 냉가슴'도 있었을 터이다.

이번 청문회는 아주 제대로 판을 열어 준 것이다.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하다가 최근의 '초본'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박 후보측은 청문회를 통해 박 후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DNA 검사까지 해줄 수 있다”며 의혹 해소를 위한 정면돌파를 하는 듯 했지만 결국엔 '아니다'란 대답이 주였다.

이 후보 또한 말로써 얼버무리고 직접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데이터 제공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 더 들어간 질문에는 '네거티브다'라며 자신은 '피해자'임을 주지시키려는 듯한 태도까지 보여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주변의 그의 지지자들조차 아쉽게 만들었다.

결국 이번 검증에서 그동안의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누가 후보가 되던 범여권과의 진검승부에서 더 혹독한 시달림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의 이번 청문회가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SHOW였는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행보였는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공은 검찰에 또 넘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박 후보 상호 고소로 검찰을 안방에 불러들인 것이다.

검찰에 던져 놓은 문제는 홍준표 의원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가 바보짓을 했다”라고 한 것처럼 정말 '바보짓'을 한 것으로 수사결과가 나올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은영/투데이코리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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