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모르겠다" "난 장관감이 아니다" 일관

청와대가 법무장관 교체를 검토 중인 가운데, 후임 장관으로 정진규 전 법무연수원장과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 임승관 전 대검 차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들 3인에게 장관직 수락 여부를 타진했다는 후문. 그러나 이들은 모두 '모르겠다','난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규 전 원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사시 15회로 검찰에 투신했다. 법무연수원장에 오를 때까지 대과 없이 일처리를 매듭지었다는 평을 들었다. 자상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

특히 선거 관련 수사에 독보적 존재. 96년에 PC통신 선거운동을 수사해 훗날 인터넷으로 발전하는 이 분야와 선거 운동과의 상관성 문제를 개척했고, 서청원 씨 등 거물급 인사들의 선거관련 사건을 다룬 것으로도 널리 이름을 떨쳤다.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총장 후보로 체크 도중 문제가 드러나 결국 총장직에 오르지 못했고, 법무연수원장직도 사직했다. 울산지검장 재직 당시 중수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후문(이에 대해서 당사자는 조사를 받은 것은 아니고 참고인 진술을 했다고 주장).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 인사 청문회에서 이 점이 꼬투리를 잡힐 것으로 보인다.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찰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던 인물로 평도 좋았다. 하지만 퇴임 이후 전관 예우로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이 점이 인준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2005년 전국택시노조연맹의 변호인으로 등장해 후배 검사들에게 부담을 줬던 것.

이 사건은 남부지검이 착수했는데, 문제는 윤 변호사가 사건 수임 한 달 전까지 이 곳 지검장으로 재직했던 것. 언론에 이 사실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자 변호사 사임계를 냈다. 법적으로야 문제될 게 없지만,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이란 평가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 이런 행적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승관 전 대검 차장은 경력면에서는 뚜렷한 흠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가 사시 17기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기수라, 현재 여러 곳에 대통령의 동기들이 포진한 것과 맞물려 한나라당의 집중포화를 맞을 게 우려된다.

또 검찰총장(정상명 총장)이 임승관 전 대검 차장과 동기라는 점도 문제다. 관례적으로 법무장관은 총장보다 조금 선배가 맡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 이는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유지를 맡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청와대나 정치인들과 긴장 관계를 조성하는데, 그렇다고 검찰과 정치권이 너무 멀거나 너무 불편하지 않도록 장관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을 맡는다.

이때 장관에 조금 경력이 앞서는 선배를 임명해 둠으로써, 선배가 후배인 총장의 활동에 어느 정도 바람막이도 하면서 의사소통의 다리로 기능하고, 총장은 그런 장관을 선배로서 어려워하는 관행이 있는 것.

강금실 전 장관처럼 파격인사가 아닌 한, 대개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 왔다. 그런데 임 변호사 임명을 위해 총장과 장관이 서로 같은 기수인 모양을 연출할지 의문인 셈.

따라서 이들 중 누가 약점을 극복하고 장관으로 관직에 화려하게 컴백할지 관심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이들 모두 자리를 고사해, 결국 제 4의 인물이 부각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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