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테네대 교수

아리스테스 하치스 아테네 대학 교수가 플라자 호텔에서 한 강연의 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리스의 재정 파탄은 어떻게 수습할 방도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재정 파탄을 수습하려면 복지 시스템의 부작용을 수습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것에 손을 댔다가는 그날로 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국가적 이슈를 위해 정치적 자살을 할 용의가 있는 정치인은 이 세상에 보고 죽으려도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국민은 과연 공짜 인생인가? 무상이란 말 자체가 실은 현혹적인 수사학일 수 있다. 공짜 아닌 세금인생인 까닭이다. 고세율(高稅率) 국가에서 기업이 신나게 뛸 리도 없다.

한 마디로 꼼짝달싹 못하게 된 꼴이다. 돈도 벌지 못하는 나라가 국민들에게 공짜 습성은 잔뜩 들여 놨고, 국가와 국민과 기업의 창고가 빈 깡통이 됐는데도 그렇다고 수술을 하자니 폭동이 나고...이런 걸 두고 외통수에 걸렸다고 하던가?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이 지금 다투어 이런 외통수로 접어들지 못해 안달을 한다는 게 강연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의 말이었다.

누가 공짜란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누가 복지란 말에 노(no)라고 말하겠는가?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무상의료, 보편적 복지...듣기만 해도 혹할 말들이다. 그러나 그게 혹시 그리스행(行) 급행열차의 편도 티켓을 사는 게 되면 어떡하느냐는 게 신중론자들과 비판론자들의 의견이다.

이 의견은 복지라는 가치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무상 시리즈가 “일제히 똑같이 다 주자” 는 식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것이다. ‘중상층과 부자에게도 공짜’가 되어선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들 점심밥 주고 애기들 보육비 주고 큰 애들 등록금 주고 가족들 병원 갈 돈 주고 하는 것들은 결국은 창고 털어먹는 방식보다는 나라 전체가 장사 잘해서 돈 많이 벌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하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선택적 집중’의 복지라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자신들 스스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결과가 설령 그리스행 편도여행이 된다 해도 나중에 후회 운운은 말아야 할 것이다.(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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