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이명박.jpg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에 관한 걱정은 한 마도 없었다. 그 만큼 태평성대란 말인가? 그러나 한반도 주변엔 중국 항공모함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중국 군부는 그 항공모함이 ‘군사용’이고 ‘영토분쟁 해결’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뻔할 뻔자다. ‘영토분쟁’을 두고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만 거론하지만, 한국 서해의 이어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국 함선은 이미 최근에 이어도에 시비를 걸지 않았는가?

2015년에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중국은 그 틈을 타 서해 등 한반도 주변을 향해 본격적인 군사적 진출을 할 것이라는 것이 김성만 예비역 장군의 우려다. 북에는 6.25 남침 당사자들이, 동에는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서에는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우리를 죄는 형국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미국의 한반도 안보장치의 수준은 한미연합사 수준보다 한결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만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 이기주의 또는 패권주의가 있는 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주변의 세력균형을 보장하는 강력한 보루다. 이 보루가 약화되는 듯한 징후가 보일 때는 중국 일본 러시아가 다투어 절제 없는 군비경쟁과 군사력 진출을 하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같은 가능성은 미국의 안보이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 미국 조야가 안일한 고립주의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일각에는 국내경제 악화로 인해 전 같은 버거운 외부개입을 감내할 수 없다고 하는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안보이익을 훼손당할 경우 그로 인한 미국의 전체적인 국가이익의 상처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 정계 언론계 지식인 사회는 이 점을 유의해 소승적인 경제주의적 타산에만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국내적인 필요에만 몰두하지 말고 나라의 안위가 비우호적인 강대국 패권주의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대통령의 제1의적인 소임은 안보다. 안보적 관심이 불투명한 경제 운운은 모래 성(城)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에 홍수가 날까만 걱정하지 말고 한반도와 한국의 육지, 바다, 하늘에 지진, 해일, 태풍이 일까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8.15 경축사에서 글로벌 재정위기만 수없이 언급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엄중한 것이 한미동맹의 미래다. 2015년 후 어떻게 하면 한미동맹을 ‘형식은 변하더라도 실질은 더 강하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