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jpg

[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코미디가 오는 24일 실시되는 서울시의 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가 지난 3일 주민투표 1안(하위50% 대상 점진적 무상급식) 및 2안(전면적 무상급식) 측 대표단체로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와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를 각각 지정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런데 2안 대표단체인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의 이름부터가 정말로 해괴망측하다.

단체 이름에다 이번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해 놨고, 게다가 ‘투표 거부’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럼에도 시 선관위가 이 해괴망측한 단체를 ‘공정한 투표를 감시 감독해줄 대표단체’로 지정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실제로 이 단체는 공정한 투표와는 아무런 상관도, 아예 관심자체가 없는 단체다. 오히려 서울시민들이 투표장에 못가도록 어깃장 놓고, 그래도 말 안 듣고 투표하러 가면 ‘나쁜 투표, 착한 거부’ 피켓을 보여주고 눈총을 주면서 ‘나쁜 투표를 하러 가는 나쁜 시민’으로 낙인찍으려는 단체다,

그들은 단지 정정당당하게 투표로 싸우면 질 게 뻔하니까, 투표율을 33% 아래로 만들어서 투표행위 자체를 뻘짓으로 만들려는 흑심(黑心)을 가진 단체다. 흑심이 아니라, 아예 공개적으로 주민투표를 훼방 놓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단체다.
시 선관위는 신성한 주민투표 행위를 모욕하는 이런 불손한 단체를 투표장 근처에 얼씬 못하도록 검찰에 고발하기는커녕, 이번 주민투표가 “공정한 투표가 되도록 감시 감독좀 해주십사…”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난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이에 벌어진 SBS토론만 하더라도 오 시장측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오 시장은 세계 각국이 과잉 복지의 후폭풍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망국적 포퓰리즘의 망령을 차단하는 길은 투표뿐이라는 요지로 토론했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교육의 필수요소인 급식은 무상 제공이 당연하다” “급식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곽 교육감측의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다.
지난해 교과부의 의뢰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에도 나왔듯이 31개 OECD 회원국 중에서 학교급식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20개국(전체의 65%)이며,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 11개국은 학교급식 자체가 없다.
그렇다면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 11개 OECD국들은 곽 교육감이 말하는 ‘교육의 필수요소’인 ‘학교급식’(유상이든 무상이든)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아주 나쁜 나라인가?

게다가 ‘전면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나라는 이들 32개국 중 스웨덴과 핀란드 등 단 2개국에 불과하며, 나머지 국가들은 서울시가 참고했듯이 ‘하위50% 전면 무상급식’에 훨씬 더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결국 오세훈 팀의 토론은 논리가 당당하고 조리가 있었던 반면 곽노현팀의 발언은 장황한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그들이 주장해온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투표’ ‘오세훈의 대권야욕을 위해 182억원 혈세를 낭비하는 투표’ 등의 구호는 이틀전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 선언과 어제 법원의 기각결정으로 구호로서의 의미조차 없어졌다.

이들이 자주 사용해온 말장난 중에 아직 남아있는 게 ‘주민투표 비용 182억원이면, 아이들 무상급식 15일치’라는 구호다.

이 182억원은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돈이 아니라, 앞으로 국민들에게 수조, 수십조, 수백조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할지 모르는 사회 전 분야의 악성 포퓰리즘의 쓰나미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석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고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곳간을 축낼 도적들을 막기 위한 자물쇠와 방범시스템 설치비용을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그들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2가지 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에는 관심없이, 토론장에 나와서도 나쁜 투표니, 가난한 아이 낙인찍는 투표니, 아이들 밥그릇 빼앗는 투표…등 자극적인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이런 자극적인 구호와 말장난으로 치장된 좌파 반(反)민주세력의 훼방에 굴하지말고 용감히 투표하러 나와서 전면적 무상급식이든, 50%이하 점진적 무상급식이든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펼쳐보여 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