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전력보강 문제 두고 구단 측과 갈등

성근3.jpg
김성근 자진사퇴 의사 밝혀

김성근 자진사퇴 의사 '왜?'

[투데이코리아=송인석 기자]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 갑작스레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성근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까지만 하고 SK 감독직을 그만두겠다"며 "재계약과 관련해 문제가 많았는데 이쯤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중반 감독이 먼저 재계약을 하지 않고 팀을 떠나겠다고 밝히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팀 성적이 나빴던 것이 김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는 아니다.

2007년부터 SK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SK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2007년과 2008년, 지난해에는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성적이 최근과 비교해 생소하기는 하지만 하위권으로 처진 것은 아니다. 17일 경기 전까지 SK는 52승40패로 3위였다.

게다가 SK는 현재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58승37패2무)와는 3.5경기차였고, 2위 KIA 타이거즈(60승46패)는 한 경기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김 감독도 "1, 2위와 순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런 발표를 하게 돼 팀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시즌 도중 급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감독이 사퇴를 결정한 이유는 여러가지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재계약 이야기가 오가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냐'는 말에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지저분하게 놀고 싶지 않았다"고 슬쩍 덧붙였다.

김 감독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권한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택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내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실례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투수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김광현은 앞으로 누가 지도하지"라고 말하는 등 재계약에 대해 궁금해했다. 재계약 문제가 불거진 뒤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구단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슬그머니 내비친 적도 있다.

이날 김 감독은 "내 시스템에 대한 비난도 나를 힘들게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 김 감독은 자신이 사령탑을 맡았던 5년 동안 구단이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날 사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이렇게 말하면 선수들에게 미안한데 선수가 모자랐다. 만들어가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속에서 부상자가 생겼다. 내가 SK 감독으로 있는 5년 동안 자유계약선수(FA) 보강은 하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FA를 하나도 잡지 않고 이 정도 성적을 냈던 것은 선수들 덕분이다. 5년 동안 보강 없이 선수들이 잘 해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들어 구단이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불만을 토해왔다.

"SK는 선수 사올 돈이 없다. FA 영입을 안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고, 선수 영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구단 프런트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선수가 없는데 제대로 된 2군 구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망주를 길러낼 수 있겠느냐"는 불만도 드러냈다.

결국 김 감독은 여러가지 논란을 뒤로 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 스스로는 일을 매듭지었다. '김성근호 SK'를 볼 수 있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 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