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자유기업원원장

-나라별 임금격차는 이민 아닌 생산성 탓
-남한이 북한보다 잘사는 이유 남한에서 유용한 것들이 생산되기때문

맨큐의 경제학과 장하준의 Thing 3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경제학 교과서는 <맨큐의 경제학>이다. 이 책의 첫머리인 제1장에서는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가 정리되어 있다. 경제학도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원리들이다. 그 중 8번째는 생활수준과 생산성 사이의 관계인데, 그대로 옮기자면 “기본원리 8: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이다.

장하준은 <23가지>의 Thing 3에서 이 원리를 뒤집는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제목 자체가 그렇다.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자.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라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 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임금이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잘 사는 나라의 풍요가 못사는 나라로부터의 이민을 막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시야를 좁히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장 교수가 예를 들었듯이 스웨덴처럼 잘 사는 나라가 인도처럼 못사는 나라로부터의 버스 기사의 유입을 막는다면 자유로운 유입을 허용할 때보다 버스 기사의 임금은 분명 높아질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잘사는 나라가 잘사는 이유는 못사는 나라의 노동자를 못 들어오게 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경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산업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산업의 임금이 변하면 다른 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장하준 교수의 논리에는 그런 2차, 3차 효과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이민 규제 때문에 잘산다는 말은 틀렸다

다시 버스 기사의 이민 규제로 돌아가 보자. 버스 기사의 유입을 차단하여 임금이 높아지면 버스 기사를 필요로 하는 산업은 그만큼 원가가 높아질 것이고 그 결과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 것이다. 버스기사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위축된다는 말이다. 위축되는 산업에서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런 사정은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다. 한 산업으로의 노동력 유입을 막으면 단편적으로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올라가겠지만 결국 다른 산업을 위축시켜 전체적으로 임금이 낮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실의 경제가 정말 그렇게 반응할까? 이민과 임금 사이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들이 그렇다고 말해준다. 펠버메이어 등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가 10% 늘어날 때마다 받아들이는 나라의 임금 수준이 2.2% 높아진다고 한다.(주1)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쉬어홀즈의 연구에서는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자가 기존 미국노동자의 임금을 0.4% 높였음이 밝혀졌다. 영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의 이민 증가가 0.3~0.4%의 임금 상승을 가져왔음이 밝혀졌다.(주2) 장하준 교수의 말과는 정반대로 이민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임금 수준은 높아지는 것이다.(주3) 이는 이민 노동자가 기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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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06년 10월 개성공단의 한 의류업체에서 북측 여성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생산성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잘사는 이유는 전반적인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지 버스 기사의 임금이 높기 때문은 아니다. 볼보(Volvo), 스카니아(Scania)같은 자동차 기업, 통신회사인 에릭슨(Ericsson), 전자 기업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같은 탄탄한 기업들이 스웨덴에 많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해냄으로써 전반적인 스웨덴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높은 생산성의 결과로 스웨덴 사람들이 풍요로운 것이지, 이민규제를 하기 때문에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인도 사람들도 생산을 하기는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의 1인당 생산액이 훨씬 높다. 바로 그것이 생활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북한 사람들의 생활수준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남한이 잘사는 이유는 남한에서 유용한 많은 것들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옷가지, 주택 등을 우리 근로자들이 생산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 수 있다. 최고 품질의 유조선과 반도체를 만들어서 수출하기 때문에 그 돈으로 원유와 철광석과 기술을 사올 수도 있다. 북한의 생활수준이 낮은 것은 체제의 문제도 있지만,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매우 낮은 것이다. 평균적으로 본다면 한 나라의 평균적 생활수준은 그 나라의 평균적 생산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잘나서 잘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맞지만...

장 교수는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 흥미로운 언급을 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부자 나라의 부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은 높은 생산성은 단지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23가지, p. 48)

인용문의 앞부분, 즉 가난한 사람끼리 또 부자끼리 경쟁력을 비교한 부분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부자 나라의 잘사는 사람이 가난한 나라의 잘사는 사람과 경쟁자일 이유가 없고, 부자 나라의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경쟁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부분은 충분히 새겨둘만 하다. 여기서 장하준 교수는 부자들이 부자인 이유가 높은 생산성 때문임을 인정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높은 생산성이 개인적으로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다양한 제도 때문이라는 부분이다. 나도 장하준 교수의 그 말에 동의한다. 사실 이 말의 타당함은 굳이 부자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남북한 노동자들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남한의 노동자들은 분명 북한의 노동자들보다 생산성이 높다. 남한 노동자들은 북한 노동자들보다 기계도 더 잘 다루고, 건강상태도 더 좋아서 오랜 시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규율도 더 잘 서 있다. 남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직장은 기계도 더 좋고, 작업환경도 좋아서 작업환경도 더 오른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남한 노동자들은 북한 노동자들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남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을 포함해서 남한 노동자들의 높은 생산성은 그들이 개인적으로 잘 났기 때문이 아니다. 우연히 남한에서 태어났고, 또 우연히 이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을 몸에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불공평할 수 있다. 자기들만 북한에 태어난 것이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의 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겨둔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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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elbermayr, Gabriel J. & Hiller, Sanne & Sala, Davide, 2010. "Does immigration boost per capita income?," Economics Letters, Elsevier, vol. 107(2), pages 177-179, May

2. Heidi Shierholz, Immigration and Wages—Methodological advancements confirm modest gains for native workers, February 4, 2010; http://www.epi.org/publications/entry/bp255/

3. A Study of Migrant Workers and the National Minimum Wage And Enforcement Issues That Arise, http://www.econ.ucl.ac.uk/cream/pages/LPC.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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