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덕 대구대학교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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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직접 원인은 재정위기

미국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는 세계 증시를 깊은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지하듯이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정위기다. 오늘날 재정위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1년 국민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추정치)은 일본 212.7%, 그리스 157%, 이탈리아 129%, 포르투갈 110.8%, 미국 101.1% 등의 순이다.

미국의 경우에 통화공급이 늘면서 부동산 버블이 만들어졌고 금융위기와 함께 침체가 찾아왔다.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통화 팽창과 함께 커다란 재정적자를 실현함으로써 이제는 재정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유럽은 적자 재정의 수단으로 발행한 국채를 금융기관들이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 유럽 각국 정부가 디폴트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경제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최근에는 복지지출이 문제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전쟁비용이 재정적자의 누적에 큰 몫을 해왔다. 로버트 힉스(Robert Higgs)는 이를 일러 미국은 복지국가(welfare state)라기 보다는 전쟁국가(warfare state)라고 지적했다. 즉 재정적자의 큰 몫은 전쟁비용과 국방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세 저항 우려해 적자재정 편성으로 팽창정책 계속

세금을 징수하여 시행하는 재정정책은 한 사람의 주머니에서 다른 사람의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것일 뿐이다. 그 점에서 재정정책이 어떤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나 주장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게다가 민간 기업가가 실행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정부가 시행하는 것은 국민의 효용을 더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민의 조세부담율이 높아지면 정부는 조세 저항을 우려해 적자재정을 편성한다. 재정적자를 화폐를 발행하여 충당하는 방법(monetization)은 사실은 통화정책이면서도 재정적자를 언제가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정책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화폐 발행에 의한 재정적자는 가장 나쁜 정책 수단이다. 주지하듯이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시작된 공황(depression)에 대응하여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엄청난 재정적자(즉 monetization)를 포함한 무소불위의 통화정책을 시행했는데,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번 세계 증시 동반 폭락은 통화정책(monetization을 통한 재정적자 포함)의 약발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사태를 재정위기로만 규정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를 포함한 많은 정부가 미국 등과 동조하여 이자율을 인하하여 확장적 통화 정책을 실시하고 재정적자를 편성하여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확장적 통화정책과 통화 증발로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방법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위기 이후에 국민총생산은 어느 정도 증가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곤경에 몰린 미국 경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 수익률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한 편으로는 이자율이 높거나 높은 수익률이 날만한 신흥시장에 투자하라는 말로 들린다. 머니게임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수가 머니 게임을 부추긴다? 다른 한편 만약 그의 말이 기업가를 향한 것이라면 한심한 소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전대미문의 침체를 맞이하여 우리가 그런 곳을 안다면 무엇을 걱정할 것인가? 그것을 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위기 원인은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

한 나라에서 위기와 침체가 반복되고 여러 나라에서 위기와 침체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각국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그 원인이다. 그와 더불어 국제 결제통화로서 기능하고 있는 달러, 엔, 유로 등의 과도한 발행은 자신들 뿐 아니라 그 이외의 국가 경제를 위기와 침체로 몰아넣어 왔다. 미국은 재정적자의 상당 부분을 무역흑자 국가들(예를 들어, 한, 중, 일, 러시아 등)에 부담시킴으로써 시뇨리지(seigniorage)를 강탈하고 인플레이션을 수출해왔다.

확장적 통화정책과 채권으로 충당하는 엄청난 재정적자는 위기와 침체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다. 그런 정책은 침체시에 필요한 구조조정을 미루고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새로운 경기변동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당대와 후대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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