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한나라당이 주민투표 패배에 따라 전격 사퇴를 선언한 '오세훈 쇼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10월 26일에 치러질 서울 시장 보선 준비에 서둘러 들어가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청와대 측이 오 시장의 사퇴시기에 대해 '10.26 보궐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던 기존의 입장과 달리 승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시당협위원장들과의 조찬간담회를 통해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 자신 있다”며 보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홍 대표는 어제까지만 해도 "서울시 국정감사와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정리한 뒤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오 시장의 조기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과 임태희 대통령 실장, 홍 대표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이후에는 "조기 사퇴와 10.26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야말로 민심에 부합한다"는 쪽으로 당청의 의견이 모아졌음을 내비쳤다.

여권에서는 당청이 10.26 보선에 올인할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오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10.26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유승민, 원희룡 등 최고위원들은 "서울시장 보선을 내년 4월로 미룰 경우, 6개월 이상 시장대행 제체로 가게 되며 이에 따른 행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10.26 보궐선거를 계기로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지기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이번 투표 결과가 25.7%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승산'이 충분해 보인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이번 주민투표에서 민주당 등 야권 성향의 유권자 대부분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의 투표율이 나왔다는 점도 여당이 보선 결과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하게 되는 이유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민투표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팔짱 낀 채 말을 아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일부 친박계 일각에서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치러야 할 보선이라면 총선과 함께 치르는 것보다는 올해 10월에 치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 대표와 여권에서 보선 승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야권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오 시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 되자마자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뒤를 이어 한명숙 전 총리, 박영선·추미애 의원, 김한길·이계안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여권에서서는 나경원,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물론 맹형규 행안부장관, 정운찬 전 총리까지 하마평에 오른다.

한나라당에서는 나-원 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론을 통해 나타난 서울시장 보선 지지율은 민주당 한 전 총리와 나 최고위원 간의 치열한 양강 대결구도로 나타난 만큼, 나 최고위원이 주자로 나서고, 원 전 최고위원이 지원 사격한다면 충분히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 시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차기 서울시장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12.4%로 1위에 올랐고, 나 최고위원이 10.6%를 차지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추미애, 박영선 의원이 각각 3,4위에 올랐으며 원 전 최고위원은 2.8%로 전체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