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 조선일보 주필

‘기독자유민주당’ ‘2012 생명평화 기독교행동’ 등, 개신교계에 정당 사회단체 운동이 일고 있다고 한다. 기독자유민주당 운동과 관련된 한 집회장에는 “북(北)체제 비호하는 종북 위헌정당 민노당 해산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생명평화 기독행동 창립예배 현장에는 문성근 이재정 이정희 유시민의 얼굴이 보인다. 이것만 봐도 두 기독교 정치 사회 운동의 ‘색깔’을 알 만하다.

이를 두고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을 것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아마도 종교의 정치화가 동반하는 위험성 때문일 것이다. “독일에는 기독교민주당이 있지 않으냐?“고 할 것이다. ”아랍권에는 종교가 아예 정권을 잡거나 정권에 도전하고 있지 않으냐?“고 할 것이다.

독일 기독교민주당은 다만 기독교 근본주의를 강제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랍권의 이슬람 근본주의는 사회 전체를 이슬람 율법으로 획일화 하려 한다. 이에 대항해 레바논에는 전투적인 기독교(마로나이트) 정치세력이 결집돼 있다. 결과, 피비린내 나는 내란이 만성화 되었다.

한국에서도 종교계의 입김이 모든 부문에 걸쳐 부쩍 더 강해지는 정황들이 있어왔다. 종교간 갈등도 빈번하게 일어났고, 일부 종교인들의 정치적 사회운동 관여도 전보다 훨씬 그 신념이 뜨거워졌다. 한국사회의 좌-우 이념적 균열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부 사제(司祭)들은 ‘이명박 아웃’을 위해 서울광장으로 진출했고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개입하고 있다. 불교계 성직자 일부도 그런 흐름에 관여하고 있다. 이런 동향들은 다른 쪽 종교인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누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한국 종교계는 이미 진작부터 전체사회의 이념적 갈등구조의 한 가닥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적 신념과 세속적 정치이념이 결합할 때 그 열도(熱度)는 무섭다고 박엔 표현할 길이 없다. 2012년의 좌-우 대회전(大會戰)은 그래서 과거 여늬 때보다 훨씬 더 치열할 모양이다. 모든 것을 포월(包越)하려는 종교도 오늘의 한국의 결정적인 갈림길 앞에서는 도리 없이 첨예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일까? 그런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오늘의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의 지붕 아래서 일어나는 의견차이 정도가 아닐 만큼 깊이깊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종교도 어쩔 수 없이 관여하는 한국사회의 격렬한 선택 투쟁-한국은 다시 반세기 전 8.15 해방공간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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