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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잘 맞았던 이 명언이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상대후보 매수 의혹 사건으로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뒤바뀐 진보와 보수의 행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리와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주민투표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도 모자랄 판에 ‘주민투표’가 타당하니, 않다느니,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하니 못하니 하면서 혼란만 부추기다가 결국 제대로 지원해주지도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대세론에 안주해서 ‘부자 몸조심’을 택한 친박계가 이번 실패의 제1책임이라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면 목표로 삼았던 개표무산의 성취로 한껏 고조돼 있던 야당은 연이어 터져나온 곽노현 쇼크로 단숨에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진보 세력들이 ‘야당 후보의 분열 대신 단일 후보를 내세운다’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망조를 자초한 것이다. 게다가 특히 자신을 가장 깨끗한 인물이라고 자화자찬해왔던 곽 교육감 자신이 단일화를 돈으로 산 인물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의 대결이었던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를 두고 볼 때 오세훈 시장은 자신을 깨끗하게 버리려 했기 때문에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활했고, 곽 교육감은 변명의 여지가 없음에도 사퇴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분노를 배가시키고 있다.

여전히 “주민투표 실패 책임 없다”는 친박

어쨌든 2개의 보선이 모두 치러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난 1년간 첨예한 갈등을 몰고 왔던 ‘보수적 시장’과 ‘진보적 교육감’ 시스템이 어떻게 재편될지 몹시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반(反)복지포퓰리즘을 위해 투쟁하다 장렬히 전사한 오세훈 전 시장 덕으로 여당 쪽에 상당히 유리하게 된 점이고, 특히 교육감 보선이 치러진다면 보수쪽 승리로 기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쉬운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쪽이 여전히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의 책임을 질 생각이 조금도 없다며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자체마다 무상급식의 방향이 다른데, 서울 시장 독단으로 추진했고, 패배를 자초한 사건에 대해 왜 책임을 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친박 쪽 논리가 나름 일리가 있는 것은 맞다.

문제는 보수적 유권자들의 심정이 친박 쪽의 이런 논리에 별로 공감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착한 거부'를 거부하고, '나쁜 투표'를 하기 위해 오세훈 시장 안에 ‘찬성’한다는 꼬리표를 공개적으로 달고 투표장을 찾아야 했던 보수층 유권자들이다.

보수적 가치가 입씨름으로 망조드는 일 없어야

적어도 이들은 이번 투표가 단순히 부잣집 아이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이 나라에 몰아치게 될 복지 포퓰리즘의 광풍으로 나라가 거덜나는 일을 막는 행위라는 비장한 각오로 투표장으로 나갔다.

친박 쪽이 아무리 정교한 논리를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비겁하게 몸을 사렸고, 오 시장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으며, 전장에서 홀로 싸우다 죽도록 방치했다고 이들은 굳게 믿고 있다. 친박쪽이 비겁했다는 비판은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다.

보수적 가치는 말과 구호로 지켜지지 않았다. 어눌하고 논리가 좀 모자라더라도 행동으로 먼저 보여온 것이 보수층 지지자들이었다.
이렇게 나라를 지탱해 온 보수적 가치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급진적 포퓰리즘과 쏟아져 나오는 보편적 복지 주장으로 망가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적어도 보수정당 안에서 서로 자기 주장만 옳다고 입씨름로 분열을 일삼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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