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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4개 부처 장관이 새로 임명된 8·30 개각의 초점은 통일부 장관 교체다. 2009년 2월부터 2년 6개월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집행 책임자였던 현인택 장관을 대통령 통일특보로 내리고,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후보자로 지명했다.

류우익 통일장관 기용 뜻 분명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북한에 정책 변화를 알리는 사인으로 해석된다. 다음 대선까지 1년여 남은 현 시점에서 무엇을 위한 정책 변화인지는 자명하다. 남북정상회담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그동안 표방해 온 ‘비핵·개방·3000’ 정책을 입안했고,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대북조치를 집행한 원칙파 장관을 경질했다.

북한은 눈엣가시 같은 현 장관을 ‘반(反)통일 대결분자’라고 비난하며 교체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북한 주장에 호응해 해임건의안까지 내려고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현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5월 개각 때도 그의 자리가 흔들렸으나 간신히 살아남았었다.

베이징 대북접촉 활용 의도

류 장관후보자는 이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첫 대통령실장을 지냈으나 지리학과 교수 출신으로 통일정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주중 대사를 하면서 북한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다룰 수 있다는 게 그를 발탁한 이유라고 한다. 본인의 의지도 강하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의 기대의 시대의 흐름을 종합 판단해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통일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들어 교묘하게 정상회담의 당위성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북한을 들여다봤다’는 것은 베이징에서 북한측 인사들과 접촉이 잦았다는 뜻이다. 최근 류 후보자가 대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18일 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비밀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주선으로 중국 영빈관 조어대(釣魚臺)에서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함께 만났다는 것이다. 그는 재직 시의 구체적 외교활동에 대해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부인했다. 시인과 다름없는 부인이다.

노무현 정권 전철 밟을 가능성

입이 가벼운 한나라당 홍 대표가 “11월 중 남북관계에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잡은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사실 주중 대사로 있으면서 그런 정도의 접촉도 없다면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만나도 여러 번 만났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들을 제대로 다루었을까. 초보 대사가 노회한 북한측 인사들에게 어떻게 휘둘렸을지 상상이 간다. ‘비밀접촉’ 열흘 뒤 북한은 연평도에 기습포격 도발을 했다.

류 후보자 발탁은 그의 주중대사 경험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자본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임기 중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업적을 이루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그 일정은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대선을 불과 두 달 남기고 이뤄진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의 합의문은 정권이 바뀌면서 휴짓조각이 되었다. 김정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는 보내지 않았다. 김대중 정권 때 받은 돈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 정권 유지비로 요긴하게 사용한 김정일로서는 노무현 정권 5년간의 대북 지원이 성에 차지 않았고 막판의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선물보따리까지 불발된 데 대한 나름의 보복이었다.

대북정책 일관성 포기 말아야

김정일은 임기말 정권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말발’을 믿고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도 같은 환상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전적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자행한 북한 탓이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정상회담 조급증에 밀린다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결과가 될 것이다. 차라리 대북정책에 일관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 게 정권을 위해서나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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