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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여권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를 소개했다.

정 전 대표는 4일 출간한 저서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통해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일화, 2009년 대표시절 일화 등을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비화는 2002년 9월 남북한 축구경기, 2009년 자신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 및 세종시특위 구성을 놓고 불거진 일이다.

정 전 대표에 따르면 이들의 첫 번째 충돌은 2002년 9월 남북한 축구경기 때였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한에서의 남북한 축구경기 개최를 합의했고,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 전 대표에게 `경기 개최'를 요구했다는 것. 정 전 대표는 "국가대표급 프로축구선수들의 연봉은 프로구단이 주는 것이고, 프로축구 경기 일정도 빡빡해 협회가 마음대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조중연 협회 전무가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복잡한 사정을 설명했는데 박 전 대표는 화를 펄펄 냈다고 한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직접 설명을 했으나 박 전 대표는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고, 할 수 없이 각 프로구단에 통사정해 간신히 대표팀을 소집했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한 축구경기가 열린 2002년 9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먼저 경기장에 와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밖에 축구 경기 시작 전에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친 것과 관련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느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 당시의 비화에 대해 그는 "회동을 끝내고 나오는데 기자들이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가 도울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며 "몇 달 후 박 전 대표는 이 일에 대해 항의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몽준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연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고 언급하자 정 전 대표는 다음날인 지난 1일 "부적절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미국 외교전문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놓고 "대학교수가 써줬다는데.."라며 사실상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몽준 전 대표의 대권행보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론의 잠룡 중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대항마'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당내 친이(이명박)계와 수도권 보수층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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