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의 함수 관계는?



[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한나라당 모습이 딱하다. 누구를 고르기보다 누구를 배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비토 대상이 나경원 최고위원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정도다.

‘나경원 후보 배제’에 초점
홍준표 대표가 ‘나경원 비토’의 총대를 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거품 물고 비판했던 그는 나경원을 “오세훈의 아바타”라고 부르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김황식 총리, 맹형규 행안부 장관을 차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황식, 맹형규로 서울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한심한 발상이 한나라당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라는 ‘안철수 현상’의 의미를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낡은 사고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김 총리는 법률 전문가로서 나름의 장점을 발휘하며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총리로서는 적임일지라도 대중적 이미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좌파의 선전선동에 끌리지 않고 표를 던질 만한 매력이 그에게 있을까. 그를 후보로 차출할 경우 다른 총리감을 찾기도 힘들다. 권력에 부담이 될 것은 생각하지도 않은 ‘김 총리 차출론’은 결국 청와대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보일 듯 말 듯 親朴 손길 작용
맹 장관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뻔했으나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강금실 후보에게 형편없이 밀리자 한나라당이 긴급히 오세훈을 경선에 참여시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남 3구에서는 무난하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지만 강남 강북을 아우르는 서울시장이 되기 어렵다는 게 오래 전에 결론이 난 인물이다.

만약 김 총리나 현 정부의 인수위 간사, 청와대 정무수석, 행안부 장관 등 요직을 섭렵한 맹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면 야당에 ‘정권심판론’이라는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 될 게 분명하다.

‘女시장 나오면 女대통령 불리’ 판단
이도저도 안되자 홍 대표는 현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를 타진해 그의 출마 동의를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보수 시민운동가로서 노무현 정권 시절 ‘수도 이전 반대’ 헌법소원을 내 승소한 이 변호사는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라 범여권 후보로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박원순 변호사를 범야권 후보로 만들려고 하니 한나라당도 ‘맞춤형 후보’를 생각한 것이다.

요컨대 홍 대표의 생각은 ‘나경원을 어떻게 하면 배제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어 있다. 이 변호사 영입은 여론조사와 당내 기반이 있는 나 최고위원을 막을 수 없다면 외부 인사 영입을 구실로 경선 형식을 바꿈으로써 결과까지 바꾸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나 최고위원을 단순히 ‘오세훈의 아바타’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뒤에는 친박(親朴)이라는 ‘나경원 비토세력’이 있다. 홍 대표는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무시하다 자멸할라
지난 달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나 최고위원은 이를 지지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무상급식은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반대했다. 친박은 ‘나경원 서울시장’이 탄생할 경우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까지 여성이 하느냐’는 여론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런 친박을 위해 총대를 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잔꾀들이 여론조사라는 객관적 현실을 무시한 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로는 표를 모을 수 없다. 개인 이미지가 좌우하는 판세다. 추석 연휴 직후인 13일 GH코리아 여론조사의 서울시장 가상대결은 나경원 40.4%, 박원순 41.3%로 박빙 접전이었다. 안철수 효과를 업은 박원순의 거품이 아직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수치는 나경원의 승리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지금 제 죽을 꾀를 열심히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