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최근 그리스발 채무 불이행(디폴트) 우려로 주식과 원화가치, 채권값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전날에는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고, 채권가격도 반등 시도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시장은 높은 변동성과 함께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리플 약세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21일 증권가에선 미국과 유럽의 정책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 구체적인 형태와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반면 과거 트리플 약세 이후 주식시장이 바닥 탈출 신호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8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 리스크 등 대외 여건의 악화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하반기 들어 순매수를 보이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6월 이후 순매수 기조가 뚜렷하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주식시장의 사례를 보면 트리플 약세가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기 보다는 오히려 역발상 측면에서 바닥권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장이 트리플 약세처럼 극단적인 흐름을 보일 때는 각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반등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역발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08년 11월의 경우 트리플 약세가 나타난 후에도 일주일 가량 추가 하락하며 저점 확인이 지연됐지만 이후 2009년 2월까지 3개월 가량 코스피지수는 최대 29.5% 상승했다. 이는 주요 자산가격의 불균형이 심화되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지만 한편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인 대응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며, 2008년 11월, 2009년 1월, 3월에 각각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박 연구원은 "트리플 약세 때 나타나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동반 약세 현상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단적으로 전개되는 경우에 한해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에 가까웠다"며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추세 등 이슈가 부각되는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는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FOMC) 회의, 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등이 예정돼 있어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대서양 양안의 정책 대응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 시장의 혼란은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혼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혼란스러운 시장의 범위도 확산될수 밖에 없는 만큼 미국의 정책 조합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한 평가부터 기다려야 할 시점"이라고 일갈했다.

이재만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관련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유럽 위기 완화와 관련한 중요한 정책 이벤트의 결과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투자전략이 아직은 유효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리플 약세에 기름을 끼얹었던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공조와 재정취약국의 재정감축 의지가 좀 더 드러난다면 유럽 재정위기가 제2의 금융위기를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정부 정책방향 고려하면 달러 환율의 추가 속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분석팀장 역시 "최근 원달러환율의 급등과 변동성 확대는 1997년 외환위기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영향을 반영하면서 유럽 문제 등에 대해 일정 부분 과민반응한 결과일 수 있다"며 "한국의 양호한 외환 건전성을 고려한다면 원달러 환율의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이 오는 2013년까지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이번 FOMC 회의에서 유동성 확충정책을 발표할 경우 달러화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 조절 요인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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