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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했다. 언론계 출신 참모들이 이명박 정권을 망신시켰다. 이들의 일탈로 임기 1년 반을 남긴 MB 정권의 레임 덕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 잠복한 ‘정치 기자’ 출신들
대선의 해 2007년이 열리자 언론계에 잠복해 있던 정치권의 간자(間者)들이 하나둘 정체를 드러냈다. 대표 주자가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 시절 정치 유배를 온 MB와 통했다는 신재민. MB 대선 캠프 '안국포럼'에 가장 먼저 합류했다. 이어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동관이 손을 들었다. 한나라당 경선 후 MB 공보실장으로 전직했다. 그는 MB 지지율이 하락하던 국면에서 MB를 선택했다며 이 점을 자신의 프리미엄으로 누누이 강조했다. 아무 소리 없이 바로 정권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로 뛰어든 복병(伏兵)이 있었으니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두우다.

신재민은 문화부의 실세 차관으로 케이블 TV 종합편성채널에 관여했고, 문화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이동관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거쳐 지금은 대통령 언론특보로 있다. 차관급으로 정권에 참여한 두 사람과 달리 김두우는 정무수석실의 1급비서관으로 들어갔다. 대선 논공행상에서 이렇다 할 게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동향의 류우익 초대 대통령실장(류는 상주, 김은 구미)과 콤비를 이루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류 실장이 광우병 촛불시위로 물러난 뒤에도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누비다가 홍보수석으로 영전한 게 지난 6월이었다.

2차 권력의 세기는 1차 권력과의 지리적 거리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실장의 권세가 국무총리보다, 국정원장보다, 집권당 대표보다 센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행정부에 배치된 신재민이 덜 주목을 받았고, 청와대에 들어간 이동관과 김두우는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신임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권력자 마음 읽는 능력은 뛰어나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MB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반성했다는 내용의 담화문은 김두우 작품으로 알려졌다. MB의 항복선언으로 받아들여져 좌파로부터는 환호를, 우파로부터는 탄식과 분노를 부른 담화문이지만 일단은 김두우가 한 건 한 걸로 평가됐다. MB가 그 내용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권력자의 마음을 잘 읽은 그는 촛불 국면이 정리되고 나자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실질적 영전을 했다.

반면 청와대의 대국민 소통 창구인 대변인 이동관은 홍보기획관이 신설되고 그해 총선에서 낙선한 박형준이 그 자리에 들어오는 수모를 당한다. 촛불시위 국면에서 대국민 홍보 기능의 실패를 질책당한 것이다. 그 후 이동관은 박형준과 서로 소 닭 보듯 하다가 1년 뒤 박형준을 정무수석으로 밀어내고 대변인과 홍보기획을 통합한 홍보수석이 됐다.

공직의식 부족 금전 유혹에 약해
언론 노출 빈도는 크게 떨어지나 언론사들이 가장 눈치를 봤던 게 과거 공보처 기능까지 흡수해 정부의 언론정책을 손에 쥔 문화부 2차관 신재민이다. 그가 1년 뒤 문화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기자 문화부 장관이 되기 위한 연수과정으로 해석됐다. 결국 3인방 중 가장 먼저 장관이 될 뻔 했으나 화려한 재태크가 문제가 되어 낙마했다.

53~54세로 연배도 비슷한 이들 중 두 명은 지금 재임 중 금품 수수 의혹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두우는 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 신재민은 SLS그룹 회장한테서 십 수 억 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다. 이동관의 후임 홍보수석을 지낸 홍상표(연합뉴스, YTN 출신)까지 김두우와 같은 이유로 이름이 추가되었으니 MB 정권의 홍보수석 3명 중 2명이 먹물을 뒤집어 쓴 것이다.

레임덕 가속, 다음 정권 타산지석
정치인으로 전신하는 기자들은 대개 정치부 출신이다. 이들을 배출한 언론계는 이들을 영어사전에도 없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라는 말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들이 비판받는 것은 언론사에 있으면서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대고 사실상 이들의 조언자 겸 정보원 역할을 하며, 기사나 논설로 정치적 편들기를 일삼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공을 인정받아 권력의 참모가 되거나 공천을 받아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권력 입장에서도 언론인들의 상황정리 능력과 순발력, 포장술 등은 탐낼 만하다. 그러나 언론인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직관이 자리 잡을 리가 없다. 이들은 결국 정치적 거래로 한자리 차지한 정상배(政商輩)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많건 적건 다음 정권에도 언론계 출신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공직수행 능력은 물론 공직관, 윤리관을 제대로 검증하라는 말이다. 얼치기 정상배들이 요직에서 국정을 내려다보며 농단(壟斷)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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