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 지적기획과 장성욱 사무관

    21세기 신 김정호, 국민중심의 지도정보를 제공한다.
    기사입력 2011.09.24 11:08   최종수정 2011.09.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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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6일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최초로 하나의 공적장부로 제공 될 ‘지적도 기반의 DB구축’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정책을 추진한 국토해양부 장성욱 사무관에게 찾아가 국가공간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jang-smile.jpg[투데이코리아=유영인, 장혜윤, 박소현 기자]장성욱 사무관은 지난 20여년 간 인천광역시의 지적직 공무원에서부터 행정안전부 감사부와 지적과 국토해양부 지적기획과를 거치면서 추진력 있는 국가 공간정보 실무자라고 평가 된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일련의 입법, 행정추진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다.

    그는 1998년대 지적도면전산화로 시작하여 국가공간정보 구축의 현재와 미래를 꼼꼼히 설계하고 있다. 또 업무에 불도저란 별명답게 국민을 위한 국가정보화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 법률안 제·개정 취지는 무엇이었나.

    국사선생님도 잘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자기들의 좌표계를 쓰는 데 우리나라는 동경좌표계를 사용해 30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일제강점기에 토지조사사업이 이유이다.

    100여년 전에 평판과 대나무로 만든 줄자로 측량하여 손으로 만든 종이 지적도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이 최초의 도면이라 할 수 있다. 종이도면으로 등록하여 사용하는 현재 지적도는 새로운 측량기술 발달로 위성(GPS)측량과 항공영상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취득되는 정보를 담는데 제도적 한계가 있다.

    올해 세계적인 GIS(지리정보시스템)협의체인 UN-GGIM(UN-Global Geographic Information Management/UN-지리정보포럼)이 우리나라에서 개최 될 정도로 선진측량기술과 제도를 가졌는데도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이 필지의 실제 경계와 다른 경우가 전 국토의 15%에 달하고 있어 지적공부의 위치를 바로잡는 사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자주적 공간측정의 지표가 되고, 시간, 공간적인 독립을 위해서도 우리 기술로 새로이 등록되는 지적도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담을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


    ● 가장 먼저 도면전산화를 시작했다.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지적학적 관점에서 보면 지적 분야는 지적측량, 지적법·제도관리, 지적정보화로 크게 3개로 나뉘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적정보 분야에서만 15년 관리생활을 해오면서 다양한 지적도의 변화를 봐왔다. 지적도면은 한지같이 얇고 습기와 열에 약해서 비와 눈이 오면 신축이 일어나고 민원발급 시 복사기의 열과 발급자의 오손으로 경계선이 움직이는 것 뿐 아니라 보관자체에도 어려움이 컸다. 이를 막기 위해 전산화로 도면의 변형을 막는 실험연구 및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지금 보면 도면전산화가 되면서 공간정보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보는 공무원의 전문화나 세분화 된 관리로 충분 했지만,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지만 알면된다. 대신 융합된 정보를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구성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정보는 이제 외우지 않고 찾을 수 있으며 해당사이트와 전산매체만 있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하나의 정의로 개별적 정보를 통합하고 전산화한다면 정보의 습득과 이용이 더 용이하리라 확신했다.

    ● 새로운 시도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jang-응시.jpg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하지만 당시에는 지적관련 정보를 전산화를 하는 데에 반대도 많았다.
    당시에는 행정적인 입장만 생각해도 됐다. 건축, 토지, 등기 등 분야별로 전문성만 있으면 민원처리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시절이다.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려 하여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관련 부처 담당직원들은 당연히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예산부서를 45번이나 찾아가고 250개 이상의 자치단체 담당자마다 만나는 노력이 필요했다.그 덕분에 1,800억에서 780억의 예산 절감의 쾌거도 이루어냈다. 전국 780만장 도면전산화는 자치단체 공무원들과 함께 이런 과정을 거쳐 해낼 수 있었다.

    지금 안방에서 민원처리를 할 수 있는 민원24(G4C)나 네비게이션 지도의 베이스가 되는 지번이나 지도정보는 이때 구축 한 것이다.  


    ●현재 추진하는 18종 공부(공적장부)를 1종으로 만드는 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는 무엇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현재는 10년이 아니라 1년, 1시간 심지어 3분만 지나도 세상이 변하는 시대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우면산 산사태, 정전사태 등  소셜 네트워크의 파워를 실감케 한다. 이미 모든 것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이를 공무원의 관점으로 발상을 전환해 보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한 행정에서도 과연 민원인이 국가가 가진 정보를 발급받아 다시 공무원에게 제출하게 될까였다.
    지금 토지와 건축, 소유권에 대한 공부를 종이컵에 비유하면 토지는 종이컵1로 부르고 건축은 종이컵2, 소유 즉 등기는 종이컵 3으로 부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처리를 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모든 정보가 1과 2로 구분되어 분류되고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디지털시대는 작은 오류도 문제가 될 수 있다.정부가 선진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오류를 개선해가며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제공하는 종합공부 발급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라고 생각한 것이다.

    ● 18개의 공부가 통합되면 토지 경계간의 오차가 줄어들 것이라 했는데.

    18종 공부는 담당부서만 해도 지적, 건축, 도시계획, 공시지가, 등기 등 5개 관련분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정보통합이나 소통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지적정보는 이 모든 정보의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필지의 표시 경계점에 변형이 일어나는 경우엔 국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관리되고 있는 지적도는 1:600 축척에서 10mm오차가 생길 경우 실제 필지의 경계에서는 60cm를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전에는 논두렁, 밭두렁, 제방 같은 것들이 경계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지적측량은 바늘까지 동원해 정확하게 경계를 가르는 실정이니 지적도면의 위치결정 X,Y좌표를 정확히 하지 않으면 재산권 침해로 분쟁이 인다.
    이 때문에 지적재조사와 공부 통합을 통해 최신의 자료가 하나의 공부로 제공되면 오차는 상당히 제거될 것이다.
    물론 정확도를 높이는 지적측량에서도 애매한 영역에 대한 토지분쟁이 증가되어 문제는 있겠지만 자국의 영토를 명확히 하여 정보화 한다는 점에서는 지금도 이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사회적인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부동산 분야다.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장설명.jpg행정자치부에서 감사원으로 활동을 할 때 공간정보 분석기법을 통해 기획부동산 행태의 위법적 업무처리에 대해 제약을 가한 적이 있다.
    당시 국세청과 합동으로 기획부동산 행위에 대해 재산세등을 부과하고, 한편으론 법적인 맹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예측되는 사기성을 감지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느슨한 태도에 징계를 주는 등의 감사업무를 통해 국민의 피해를 대변하는 소비자보호원의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기획부동산의 가장 흔한 형태가 도시계획이 불가능한 25도 각도 이상의 지역에 택지식의 분할로 도로 형태까지 만들어 버젓이 인터넷 사이트나 부동산업체에 내놓고 일반평지에 토지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분위기를 부풀리는 수법이다. 우리는 필지의 수평정도나 등기 후 과세여부 등 다양한 행정의 데이터를 여러번 확인해 이들이 기획부동산 임을 밝혀냈다. 지적과 공간정보의 융합이 왜 필요한지는 바로 이런 이유이다. 지적정보가 정확해지면 토지의 거래나 활용성이 투명해져 부동산 거래 사기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 될 것이다. 

    ● 부동산관련 행정정보 통합 DB화로 해킹의 위험변수가 커진 것은 아닌가.

    부동산관련 행정정보 통합이라고 해서 a, b, c, d가 모두 a가 되는 것이 아니다. a, b, c, d를 개별적 정보로 구성한 후 활용성에 맞게 한 통에 담는 것 뿐이다. 정보의 관리가 쉬워지고 접근성이 쉬워졌다고 해서 기존의 개별적 보안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존에 흩어져있던 것들을 일일이 정보관리 하기 더 어려웠고 보안관리에 맹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었다는 것이며, 단순히 한 곳에 모아놓았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되지 못한다는 말은 국가정보체계의 보안관리에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기획하는 정보보안체계는 종합되어 있는 원천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연계되는 시스템과 분리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기관에서 적용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 미래 사회에서 지적전산화가 가지는 가치는?

    과거에는 공간정보가 땅을 소유한 자에게만 가치 있는 정보였다. 현대에는 공간정보가 소유권의 개념보다는 오히려 3차원(3D) 플랫폼이나 민간 부동산·정보 유통 등 다른 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보화는 신규인력 창출 및 인재 양성의 계기가 될 것이고 불공정한 부동산 거래로 신뢰가 무너져버린 사회에 국민의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부동산정책의 포커스도 개발에서 관리로 이동되면서 좀 더 윤택한 사회 만들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 삶의 질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감성민원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 지적정보의 선진화가 이루어진 후의 변화가 있다면?

    2000년 필지중심의 토지정보시스템(PBLIS)을 구축하고 2004년 KLIS(한국토지정보시스템)을 마련한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과거에 복사기로 흐릿하게 출력하여 발급 할 수 밖에 없었던 지적관련 공부를 이제는 컴퓨터 화면에 깨끗하게 표현하여 행정업무 처리에 제공하고 있고 언제 어디서나 발급해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술진화로 인해 기존 국가행정서비스는 획기적으로 변화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편리성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즉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공무원들이 진심으로 고민해야 될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국민이 피부에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줄 있는지 고민 해야만 실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복지제공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다.

    나는 감성적 민원을 지향한다. 단순한 확인성의 민원처리가 아닌 국민 개개인에게 맞춘 복지, 종합적인 토지행정 토탈서비스, 사무적 민원처리에서 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 노력으로 국민에게 보답하고 싶다.

    ●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토지정책의 불만과 불편요소를 줄이기 위해 국가 정보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우선과제 라고 본다.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 하는데 더욱더 매진하여 울타리 안 부터 바로잡아 국가와 정보의 신뢰를 회복시키고자 한다. 보여주기 식 행정을 반성하고 앞에서 끄는 사람만큼이나 뒤에서 미는 사람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정책을 이끌고 싶다. 실패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가 특히 사람들을 앞서 나서기 두렵게 만든다. 선진국에서 실패하는 자를 더 대우해주는 것은 그들의 시도가 가져올 발전가능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공무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의 추진과 실천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jang-화면.jpg국가공무원으로서 복지부동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모든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몸사리지 않고, 부딪혀도 개의치 않고 국민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정책을 수립하고 법적인 제약사항을 없애면서 예산을 확보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무언가를 봉사하는 것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겼다. 하루에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걸었으며 많이 가지 못해도 오늘도 이뤘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국토해양부에서 밀고 당겨주는 선배님, 후배님등 주변사람들의 신뢰와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됐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방직 공무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더 칭찬받아 마땅하다며 그것이 공무원의 최고의 소임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실행해 온 사람의 소탈한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가 현재에 평가받듯 현재는 미래 세대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는 新김정호라는 호칭에 “공무원은 그저 뒤에서 묵묵히 내 일만 하면 잘하는 거다. 절대로 거창한 호칭도 관심도 받을 만 한 사람은 아니다.”며 자리를 떴다. [한국기자아카데미 특약]

    [유영인, 장혜윤, 박소현 기자 seoul@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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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데스크 칼럼] 세금으로 표를 사려는 한심한 정치가
  • 김충식 편집국장|2020-01-14
  • 최근 정의당이 '총선 공약 1호'로 발표한 '청년 기초자산제도'를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9일 제21대 총선 공약 1호로 내놓은 ‘청년기초자산제도’는 소득 기준 없이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각 3000만 원을,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최고 5000만 원까지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표풀리즘(표+포퓰리즘 합성어)이라며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만 20세 청년에게 청년기초자산 300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정의당의 공약은 이번 총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청년사회상속제를 청년들이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할 수 있는 소요 경비를 기준 3000만원으로 확대 강화한 것”강조했다. 이어“청년기초자산제도는 청년들에게 단지 수당을 올려주자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의 기초자산을 국가가 형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필요한 예산을 18조원 정도로 추산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은 상속증여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부유세 신설 등 자산세제 강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챦다. 특히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만 18세까지로 하향 조정된 만큼, 이들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살이 되면 일률적으로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엄청난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20살이 받는 거액을 21살이 못 받는다면 그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모든 국민에게 그 돈을 다 쥐어주겠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돈으로 청년의 정의를 사겠다는 마음이 악하다. 정의당의 정의는 시궁창에 던져버려라"며 "당명에 정의라는 단어를 쓰는 정의당이 참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위한다면 돈을 주기보다 희망을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유대인들의 자식교육법에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어 한끼 배불리는 부모와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 누가 더 현명한가. 일본의 전 일본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는 “정치는 곧 머릿수이고, 머릿수는 곧 힘이며, 힘은 곧 돈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에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필요한 사람을 모으기 위해 돈으로 표를 얻고, 그 얻은 표로 의원 수를 늘려 힘을 가질려는 것. 지금 대한민국은 이러한 정치가가 인기를 얻고 있다.
  • [박현채 칼럼] 혁신 경연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
  • 박현채 주필|2020-01-10
  •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으나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0'에 400개 가까운 기업 등이 참가, 혁신기술 선보이기에 나섰다. 역대 최대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161개 국가에서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한 CES는 최첨단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다. 단순한 가전박람회 차원을 넘어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무대이다. 그런 만큼 전통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개발해 온 신기술을 선보여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기술 전쟁에서 잔존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글로벌 니즈를 파악해 혁신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SK, 두산 등 재벌그룹을 비롯해 웅진코웨이, 팅크웨어 등 중소·중견 기업, 창업기업, 협회·단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이 올해 CES에 대거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5G 이동통신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과 테두리가 없는 QLED 8K 텔레비전 등을 선보였고 LG전자는 지난해 ‘롤 업’ 방식에 이어 올해는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롤 다운’ OLED 텔레비전을 내놓았다. 특히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5명이 탈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 기능을 지닌 실물 크기의 날개 달린 개인용 비행체 ‘S-A1’를 공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CES 2020’ 슬로건은 '삶의 일부로 파고든 인공지능(AI)'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AI가 여러 기술과 접목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미래 기술들과 함께 AI가 차세대 신기술이 아니라 이미 보편적 기술이 됐음을 알려주는 제품들이 대거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AI로봇 '볼리'를 비롯해 LG전자의 가상 의류 피팅 솔루션 '씽큐 핏 콜렉션', 인텔의 차세대 AI칩 '타이거 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AI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자동차업체 전시관에 항공기와 스마트시티 콘셉트가 등장, 자동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개인용 자율항공기, 이른바 ‘플라잉 카’로 모빌리티 기술이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이후 세계경제 지형 변화를 이끌 이슈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의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을 꼽았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각국 간 기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혁신이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 것이다. 한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AI에 힘입어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매년 1.2%포인트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단한 영향력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당장 눈앞의 표만을 의식,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기업들은 손발이 묶인 채 선진 AI 기업들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 등 신규 혁신사업을 국내가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하는 등 국내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제가 없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지난달 야심찬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의 AI 기술수준이 미국, 중국 등 선두주자에 2년여 정도 뒤처져 있는데다 현실성이 떨어진 뜬구름 잡는 구상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이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정부가 혁신성장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기도 하지만 규제혁명이라는 말도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제대로 육성되려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마당’이 조성돼야 하는 만큼 기업의 기술과 정부의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미래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정부의 ‘AI 국가전략’이 대(對)국민 홍보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혁신 성장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권순직 칼럼]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건 비전
  • 권순직|2020-01-09
  •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발표, “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9000여 자 분량의 신년사중 절반이 넘는 4600여 자를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할애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고, 서민생활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의 통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국정의 중점을 어디에 두고,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이를 추진할지가 담겨있다. 국민과 기업들은 이를 믿고 계획을 세우며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게 된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은 - 40대와 제조업 고용부진 해소 등 일자리 확대, - 벤처 창업과 성장 지원 및 소재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 저소득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확대, - 어린이안전과 미세먼지 대책, - 권력기관 개혁과 부동산투기 억제 등 공정사회 구현, - 남북관계 개선 및 올림픽 공동개최 추진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대통령의 뜻대로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민생 분야에서만은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들이 달성되도록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신년사에서 보여준 정부, 대통령의 시각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고용문제만 해도 지난해 신규취업자가 크게 늘고, 청년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등의 수치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지니계수가 호전되어 상대적 빈곤이 줄고 분배가 개선됐다거나, 규제가 완화되어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등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은 납득하기 힘든 요소가 많다. 이 정부 들어 자주 지적되는 얘기 중의 하나는 ‘필요한, 입맛에 맞는 통계수치’만 골라 경제현상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제하에서 수립되는 정책은 의도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할 것은 성찰하는 가운데 나온 정책이라야 올바른 것이다. 정책의 시행착오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면 그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고용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이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등은 일부 긍정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더 많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에 치우친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 정책의 과감한 궤도수정이 필요한데도 겉으로는 ‘수정’이지만 실제로는 ‘마이웨이’다. 매일 매일 국민의 삶에 직접 와닿는 미세먼지 문제만 해도 지난 3년간 나아졌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당장 견디기 힘든 젊은이들의 지하철 출근길 모습을 정책 당국자들은 보는가. 인구 구조의 노령화와 저출산 가속화는 국가 사회의 존속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런 문제들이 국가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를 모른다. 과거 정권에선 그래도 한두 가지씩의 미래먹거리 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이 정부의 미래먹거리 산업 육성 타깃은 뭔가. 벤처 산업 지원은 정부 할 일도 아니다. 이것저것 걸림돌만 치워주면 우리의 벤처기업인들은 펄펄 난다. 소재 부품 장비산업 등 3대 신산업 분야 육성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도, 기업에선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이다. 정부 간섭만 없으면 된다. 집권 3년 차인 이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이 뭘까 생각해 본다. 남북문제가 맨 먼저 떠오른다. 김정일과 만나 손잡고 많은 대화를 했다. 전쟁의 위협에서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만도 큰 치적이라고들 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미국 등 주변국들과 얽힌 문제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문제 접근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집권 초기 시작된 적폐청산 문제는 2년여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적폐가 청산됐는지, 또 다른 신(新)적폐가 쌓여가고 있는지 고개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조국 사태는 작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하고 또 믿어온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청렴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걸 조국 사태에서 보여주었다. 그걸로 끝났으면 다행일 것을, 온 국민들 피곤하고 화나게 만들었고, 종내는 둘로 쪼개놓고 말았다.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시달렸을 시민들, 교실에서 책과 씨름했을 학생들, 편히 쉬어야 할 노인들이 주말만 되면 서초동이다 광화문이다 대한문이다 이런 곳으로 몰려 아우성을 쳐야 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조국 사태는 간단하다. 핸섬하고 이름 있던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생긴 문제인데, 핵심은 염치없는 내로남불의 상징이 된 그를 장관에 앉히려는 데서 발단한 것이다. 말과 행동이 수없이 달라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그를 왜 꼭 장관을 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수호해야 하는지 국민의 절반가량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옹색한 말싸움도 지난해 국민들을 괴롭힌 일이다. 국가 지도자는 눈앞의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 못지않게 먼 장래의 국가 사회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로 갈라진 국민들을 한데 어울리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지도자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 말고도,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먼 미래를 걱정한다. 국가의 리더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김성기 칼럼] 경제살리기가 새해 덕담으로 풀릴 일인가
  • 김성기 부회장|2020-01-07
  • 새해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경제전망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다분히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딱히 잡히는 게 없다. 문 대통령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 참석, 권력기관 개혁과 경제성장을 새해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서는 법무·검찰을 겨냥해 분명한 수단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신산업육성과 규제혁신이라는 종전과 비슷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평택·당진항에서 열린 친환경차 수출행사에도 참석해올해 세계경제와 무역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지난달 수출감소율이 7개월만에 한자릿수(-5.2%)로 줄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출이 호전세로 반전하고 있다”며 지난달 대중국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54년 만에 가장 낮은 0.4%에 그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강변했다. 경제가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통계를 긍정적으로 해석해 여건을 호전시키려는 정부·여당의 다급한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자료의 기본 흐름을 호도하고 보고 싶은 부분만 과장하여 진단을 왜곡하는 주장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경제주체들의 판단을 그르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디플레이션 조짐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0%대의 침체형 물가하락을 정부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주장은 쓰디쓴 헛웃음을 짓게 한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진 현실에서 기저효과로 나타난 ‘수출 감소율 한 자릿수’를 회복세라고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명목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수준으로 급락했는데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경제현장은 활력을 잃어 기업들의 의욕 마저 찾기 어려워졌다. 제조업은 이미 중국 등 경쟁국에 밀려 가동률이 떨어지고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음식점과 상가 등 중소상인들의 터전은 영업부진으로 폐업한 곳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억지가 되레 부아를 지를 뿐이다. 우리 경제는 ‘새해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격려와 기대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이에 맞는 처방이 적시에 따라야 탈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책을 보면 진단부터 잘못돼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규제혁파와 혁신성장, 공정을 강조하지만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에 예산을 쏟아부어 정부 주도로 경제를 끌어가겠다는 대책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경제가 어렵거나 선거를 앞둔 시기에 늘 들어본 소리다.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다시 악화되는 절박한 시기다. 정부가 대통령 공약이나 이념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다수 경제전문가와 기업인들은 지금까지 성향에서 과감하게 선회한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새해 인터뷰에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정책 기조가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해온 탈원전을 과감하게 포기해 상징적인 정책 선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줄곧 강경기조를 이어온 시책이지만 이를 포기함으로써 결단을 보여 줄 때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경제살리기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기업인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대체할 유연근로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성과와 임금체계를 연계하는 내실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임기 말은 세계경제가 위기 전야로 치달으면서 국내경제도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그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경제난에 짓눌린 민심은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쪽으로 기울어 기업인 출신의 이 후보를 압도적인 몰표로 당선시켰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까지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민심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인고 있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11
  • 조은경 작가|2020-01-13
  • 2020년도의 새 날이 밝았다. 양력 정초라면 겨울의 한 복판이다. 음력 설 정초까지가 깊은 겨울이다. 진짜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마실을 다닌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 말이다. 서울에서는 친구들과 전화해서 서로 좋은 시간을 고르고 난 다음, 찻집이나 음식점을 정해서 만나러 나간다. 만나러 가는 장소는 더 이상 서로의 집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집으로 방문한다. 집으로 방문하니까 더욱 정겹다. 외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점도 편안하다. 이번 달엔 중요한 방문객이 몇 분 있었다. 우리 부부가 준비하고 있는 동림원의 설계를 맡아주기 위해 서울서 일부러 내려와 준 과일 박사 최 동용님이 있었다. 우리가 심으려고 하는 과일 묘목에 관련된 책자를 여러 권 선물로 가지고 왔다. 다음은 본인도 과수원을 하고 있으면서 우리 부부의 과일 나무 정원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털어내어 동림원의 기초를 다지는데 조언을 주는 젊은 이장, 이 영수님이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시골에서 바라마지 않는 젊은 농업인이라 할 수 있다. 동림원 예정지 현장에서 토목 관계로 직접 조언을 주기도 했지만 오늘은 전체적인 식목에 있어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다. 즉 과일 나무들이 정원의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한다면 밀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촘촘히 심으면 질병에 취약하니 과일나무간의 간격을 넓게 잡으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들라면 스토리가 있는 정원을, 또는 테마가 있는 정원을 조성 단계에서부터 기획하라는 것이었다. 이장님이 떠나자 새로운 불빛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었다. 통찰력 있는 젊은 이장의 방문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전에는 동림원의 부제를 –과수 박물관-이라 부르려 했지만 지금은 –과일나무 정원-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향기로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어여쁜 정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과일들에게서 높은 소출을 기대한 바가 없고 다만 어린이들을 위시한 방문객들에게 갖가지 과일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우린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엔 잔디를 심는 거야.- -그 넓은 곳에 전부? 과수원 바닥에 잔디를 심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게........우리 동림원은 보통 과수원이 아니고 과일 나무 정원이기 때문이지. 정원에 잔디를 깔고 싶어, 과일 나무를 심을 곳과 산책길, 그리고 산책 길가에 꽃 심을 곳은 빼고 말이지.- 이런 생각 후에 나는 다시 과일 나무의 종류를 셈해 보았다. 다 해서 20가지 였다. 동림원에 20 군데의 과일 나무 빌리지가 생기는 것이다. 잔디 위에........정말 근사한 일이 아닐까? 또 한 분 멋진 인물이 방문했다. 남편의 학교 후배로 가끔씩 우리를 방문해 주는 분이 친구와 같이 왔는데 그 친구 분이 자신을 테너라고 소개하며 씨디 하나를 건네준다. 국내 유수의 음악대학과 이탈리아의 음악원을 정식 졸업한, 수많은 오페라에서 주역을 한 백 용진 씨가 그 분이다. 깜짝 놀랐다. 동림원이 개원하게 되면 노래를 불러 주시겠다고 미리 약속도 해 주었다. 이럴 수가! 다음 주에 우리 부부는 방문객이 되어 같은 고경면에 사는 두 분 이웃을 방문하러 갔다. 첫 번째는 고도리 와이너리의 최 사장에게다. 전부터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물로 받아 마셔 본 기억도 있어서 궁금했었다. 이장님과 함께 방문했다. 최 봉학 사장은 영천 토박이로 27년 전에 귀향해서 10년 전부터 고향의 명물 영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신명을 바친 인물이다. 그 곳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8 종류를 모두 시음하도록 해 주었다. 흐음... 내가 마셔본 바에 의하면 레드 종류를 빼고 모든 와인이 합격점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의 화이트 와인은 이미 수많은 품평회에서 수상해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진 제품이지만, 시음한 바, 복숭아 와인이라든지 아이스 와인이라든지 스파클링 와인 등 특수 와인도 세계 유명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해서 시음해 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와이너리의 와인과 비교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레드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전해 보고 싶지만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씀했다. 아마 최 사장의 열정이라면 언젠가 그 일도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은 우리 마을에 들어올 때면 언제나 지나가는 첨단 비닐하우스 온실이 있는 서원 농원의 김 형수 사장 댁으로 갔다. 호국로 큰 국도로 나가기 전에 항상 지나는 길인데 언젠가부터 온실 안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한라봉(?) 아니면 천혜향(?)일 것 같은 주황색 큰 과일이 내 눈을 끌었던 것이다. 아! 나는 역시 과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일이지만. 남편을 졸라서 아는 분에게 소개받아 시간 약속을 하고 방문했다. 김 사장님은 유리 온실이 아닌 비닐 온실임에도 두께가 1.5센티의 특수재질로 방염, 방풍에 강하고 투광도 아주 좋다고 설명한다. 일조량이 많은 덕분에 영천이 위도 상으로는 남쪽인 제주도와 연료비 차이가 별로 안 난다는 파격적인 말씀을 했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옛날 사과 과수원이었던 넓은 땅에 25년 전부터 편백을 심어왔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안쪽으로 또 하나의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커피, 파파야,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이 무성했다.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보여 주고 로스팅 머쉰과 브루잉 머쉰을 보여 준 것은 사모님이다. 두 분은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시켜 준다고 했다. 우리 고경면 안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농업인들이 있다니, 가슴이 뿌듯했다. 오늘, 겨울이 깊은 밤, 백 용진 테너의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들으면서 제주 산보다 더 향기로운 한라봉을 안주로 고도리 와인을 마시고 있다. 시골에 내려와서 이렇게 멋지게 사는 사람, 어디 나와 보라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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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인도 시민권법 개정, 특정 종교인 제외로 ‘몸살’
  • 김태문 기자|2020-01-14
  • 홍콩에서 범죄자 송환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에 무슬림교도 등 특정인들을 배제하면서 인도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민법 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인도정부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시민권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권법 개정안’은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에 도착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인데, 적용대상에서 무슬림교도와 유대교도 그리고 무신론자 등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인도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BJP)은 해당 법안으로 약1500만 명이 시민권 신청 자격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와 함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오늘은 인도 역사상 획기적이 날로 기록될 것이다”고 밝히고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러나 아삼(Assam)주와 트리푸라(Tripura) 주를 비롯한 인도 북동부 지방에서는 정부의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국제민주연대 등 20여개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이 배제된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평등권을 제공한다’는 인도 헌법 제14조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인도 헌법의 세속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스리랑카에서 이주해온 약 15만 명의 타밀족, 4만 명의 로힝야 난민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무슬림 난민들이 차별과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13억 5천만 인구 중 2억 명에 해당되는 무슬림들은 이미 모디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로 인해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마저 통과된다면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도 시민권 취득을 노리고 방글라데시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6일 마마타 바네르지 서부 벵골주 수상도 콜카타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뭄바이에서도 항의 집회가 개최되는 등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국가주민등록 시행으로 인해 국적이 박탈될 우려가 있는 힌두교도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권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방글라데시 접경 지역인 아삼주에서 국가주민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인도 국적 보유를 입증할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주민을 추방하기로 했으나, 서류가 없는 주민의 상당수가 힌두교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역시 최근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박해받는 주민들이 이슬람교 소수 종파와 무신론자인데,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에는 이들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어 심각한 차별에 노출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종교와 이념, 사상을 떠나 정책 실현에 있어 다방면으로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줄 의무가 있다. 또 특정 종교를 떠나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기자수첩] 가상화폐는 ‘법정통화 아냐’라더니 빗썸엔 800억 과세
  • 김성민 기자|2020-01-08
  •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은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부가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명확한 규정조차 세우지 않고 외국인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7월 24일 정부는 ‘혁신기술 규제자유특구’ 7곳을 선정해 혁신기술을 테스트하고 이와 관련된 사업체를 양성함에 있어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를 블록체인특구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응용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가상화폐 영역과 관련된 사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사안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존 블록체인 기반의 부산 디지털 지역화폐는 가상화폐의 성격을 제거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으로 법정통화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 6월부터 과세를 고지했다”며 “가상화폐를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조차하지 않으면서 과세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세청은 지난 12월 29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이하, 빗썸)에게 지난 5년간 거래액에 대한 803억 원 규모의 기타소득 과세를 통보했고 빗썸은 이를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법령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된 부당과세”라고 반박했다. 현재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12개 국가(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호주, 싱가폴, 포르투갈, 몰타, 말레이시아, 벨라루스, 이스라엘, 스웨덴)에서 각기 다른 과세 비율과 내용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빗썸에 803억 원 과세와 관련해 “빗썸이 외국인 거래자(국내 비거주자)에게 자산 거래에 관한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이를 방기한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했다. 또 가상화폐를 단순히 ‘부동산 이외의 자산’으로 전제할 뿐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국세청과 달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세청과 반대입장을 내세웠다. 또 업계 관계자는 과세 대상자가 외국인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에 대해 “국세청은 아마도 투자자의 계좌번호를 추적해 국적을 판단했을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한국 사람도 외국에서 통장 만들 수 있는데 그 사람도 외국인 투자자로 간주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떠날 확률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시작도 안했는데 세수확보 한답시고 업계 성장을 애초부터 막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정부는 내부에서 ‘불협화음’만 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암호화폐 발행에 앞서 관련 법안 정비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암호법을 새롭게 시행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1월 21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을 뿐 여전히 제도화를 위한 추가적인 규정도 없이 세금만 과세했다. 이렇다보니 세수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렸던 것은 지난해 업계에서 유난히 해킹 사고가 많았던 탓도 있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580억 원이 해킹을 통해 도난당했으며 이 외에 ‘트론’과 ‘비트토렌트’까지 합치면 900억 원에 이르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 이같은 거래소 해킹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향후 정부의 특금법은 안전성에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금법을 통한 새로운 입법들이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기반이 튼튼한 거래소들은 보안 인원을 확충하거나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쟁자들이 도태되는 상황을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스타트업 진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우려가 발생함과 동시에 기존 거래소들의 수수료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법령 체계 구축이 신속하지 못한 것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부의 방향에 따라간다는 반증이며 이같은 늑장대응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엔 한참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 [기자수첩] 친환경 잡으려다 고객 다 놓칠라...숨찬 유통업계
  • 편은지 기자|2020-01-03
  •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10분만 앉아있다 간다는 손님들께 ‘머그잔에 담아드렸다가 나가실 때 테이크아웃 잔에 바꿔드릴게요’라고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10명 중 8명은 짜증 섞인 얼굴로 잠깐 있다 갈 거니까 그냥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말합니다.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환경문제 때문인 건 알겠는데, 옆 가게는 손님들 끊길까 봐 테이크아웃 잔에 그냥 준다고 합니다.” (남가좌동 A카페 점장)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발 빠르게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환경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작스럽게 강해진 정부의 친환경 규제에 숨이 찬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참다 못해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가 3년 차에 접어 들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됐고 커피전문점에서는 5분만 앉아있다 가더라도 머그잔에 커피를 받게 됐다. 이는 꽤 많이 자리 잡은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커피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여전히 테이크아웃잔에 음료를 달라고 떼쓰는 고객들은 많다.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지만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현재 커피전문점에서 쓰이는 종이컵 또한 오는 2021년부터는 머그컵으로 대체된다. 먹다 남은 음료를 포장해갈 경우 무상으로 제공되던 테이크아웃 컵은 유료로 변경된다. 포장·배달에 쓰이는 1회용 수저와 식기류 또한 돈을 받도록 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규제에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아야 하는 유통업계는 정부와 불편하다는 소비자 사이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2017년 처음 시행된 플라스틱 컵 규제 당시에도 매장을 이용하며 일회용품 컵을 달라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그컵 사용이 많이 자리 잡기는 했으나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플라스틱 컵을 원하는 소비자를 어르고 달래는 건 매장 종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다 정부의 친환경 욕심에 참다못한 소비자가 큰 소리를 낸 첫 사례는 ‘대형마트 종이박스 폐지’다. 지난해 8월 환경부는 대형마트 3사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에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컵을 제공하지 못하게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들은 ‘한 번에 대량구매를 자주 하는 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만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자율포장대를 계속 운영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결국 환경부는 “대형마트의 자율에 맡기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은 환경문제에 주범이 되는 테이프와 노끈만 철수하고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녹색소비자연대와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쇼핑 방식이 등장한다면 구매처를 변경해서라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어제까지 당연히 여겼던 것을 갑작스레 규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회용품 방출이 목표라는 건 소비자도 안다. 중요한 것은 속도에 있다. 작은 불편함부터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규제가 강해져 더 불편해지더라도 받아들일 만한 인내심이 생긴다는 의미다. 친환경 정책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소비자들이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우선이다. 정작 정부가 펴낸 무리한 정책에 짜증 내는 소비자들을 달래는 건 유통업계 종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체를 아울러 보고 인내할 만한 대책과 대안을 만드는 정부의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 [기자수첩] 고도화된 AI에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한 법
  • 유한일 기자|2019-12-28
  • 지난주 정부가 국가 역량을 결집해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3대 분야 9대 전략과 100대 실행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말대로 지금 세계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AI가 앞으로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전 세계가 AI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AI 경쟁력은 주변 선진국들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에도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비록 우리는 후발주자지만 정부가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확보에 두 팔을 걷어 부친 건 긍정적인 신호다. AI 국가전략의 과제와 목표가 체계적이고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빠르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AI 국가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AI 발전의 필수 조건인 ‘데이터’를 묶고 있는 족쇄를 풀어줘야 된다는 건데, 가장 실질적인 법안인 ‘데이터 3법’이 1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개정안이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중복 규제를 없애고, 데이터 활용 범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기업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키고 고도화하는 핵심 요소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예를 들어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되는 ‘딥러닝’은 사람이 물건이나 사진을 구분하듯 AI가 데이터를 구분해 분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수집해 AI를 학습시켜야 하는데, 현재 국내 데이터 관련 제도로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AI를 학습시킬 재료가 부족한 셈이다. 데이터 3법은 AI를 비롯해 드론, 바이오헬스, 핀테크 등 4대 신산업 발전을 가로 막는 ‘대못규제’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보면 4대 신산업 19개 세부분야에서 63%에 달하는 12개 분야가 데이터 3법에 의해 막혀있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두뇌’라고 불린다. 미래 산업을 구현하고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똑똑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AI의 원유인 데이터를 수집조차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는 AI 국가전략에 양질의 데이터 자원 확충을 위해 공개 가능한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유통 계획도 결국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규모가 제한되고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며 국회에 데이터 3법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해왔지만 희망고문만 이어지고 있다. 20대 국회 여야 대표는 지난 11월 데이터 3법을 민생법안으로 보고 신속한 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고 했지만 정국 경색으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법안에 허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비(非)쟁점법안이지만 정치적 충돌로 막혀있다. 만약 올해도 처리가 무산될 경우 데이터 3법은 통과를 위해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경쟁국에 뒤처져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도 발표되긴 했지만 늦은 게 사실이다. 이제서라도 앞서 나가는 주자를 잡기 위해 정부는 달릴 채비를 마쳤지만 정작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AI 국가전략은 본격 실행된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AI 국가전략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과될 경우 AI 국가전략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오늘도 아수라장인 국회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계속 기대를 해본다. 데이터 3법 통과로 AI 국가전략이 가속화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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