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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무슨 소리야 그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있어. X발 짜증나게."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허재(46·KCC) 감독이 연일 화제다. 제26회 아시아선수권대회 공식 기자회견 도중 중국 기자들의 무례한 질문과 행동에 욕설과 함께 퇴장한 허 감독의 동영상 때문이다.

국내 농구팬들 대다수가 허 감독의 행동에 공감하면서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허 감독은 다음에 그런 상황이 또 나와도 똑같이 행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허 감독은 27일 "농구와 관련된 질문을 해야지. 질이 떨어지잖아. 다음에 또 한국 농구를 조롱하면 상황 봐서 똑같이 해야지. 한국 농구를 비웃는데 자기네들이 뭘 그렇게 잘 한다고"라며 인상을 썼다.

쉴 틈이 없는 허 감독이다. 2010~2011시즌에서 정상에 오르며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대회가 끝난 25일까지 단 하루도 맘 편히 쉬지 못했다. 28일에는 한일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출국하고 돌아오는 대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개인시간이 없었다. 지난 6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 때문에 돌아가신 지 1년째 되는 아버지 고 허준 씨의 기일도 지키지 못했을 정도.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고 대표팀을 가장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저것 다 따지기 시작하면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당초 목표였던 우승에 실패했지만 3위에 올라 내년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허 감독은 "목표 달성 못 했으면 못 한 거다.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일부 혹평에 대해 그는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크다. 문태종을 아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답했다.

전력의 핵 김주성(32·동부)의 은퇴 시사에 대해선 "그것은 본인 생각이고 자기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대표팀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허 감독은 "전 농구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할 것 같다. 지고 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자리를 떴다.

허 감독이 이끄는 KCC는 한일 챔피언십을 마치는대로 돌아와 다음달 4일부터 시범경기를 소화하고 2011~2012시즌을 맞는다.

◇다음은 허재 감독과의 일문일답

-최종 3위라는 성적을 거뒀는데 만족하는가.

"목표 달성을 못했으면 못 한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크다."

-중국전 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장에서의 행동으로 화제인데.

"(중국 기자들이)질이 떨어지는 질문을 했다. 농구와 관련된 질문을 해야 하는데 한국 농구를 비아냥거리는 질문만 했다. 패장이니까 '패인이 뭐냐' 같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장외 이야기로 비아냥거려선 안 된다고 본다. 솔직히 쭉 참아오다가 폭발한 것이다. 어떤 기자는 '왜 라면을 먹느냐(허 감독은 대회 초반 라면을 먹고 연승을 이어가면서 좋은 분위기로 이어가려고 했다)'고 묻기도 했다. 선수 시절에는 이번과 같은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설령 있었다고 해도 대꾸도 안 했다."

-다음에 또 외국기자가 이번과 같이 심기를 건드리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황 봐서 똑같이 하겠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한국 농구를 비웃는데 자기네들이 뭘 그렇게 잘 한다고. 나 개인을 비아냥거리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한국 농구를 비아냥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감독과 선수를 앞에다 두고 (기자)자기네들끼리 비웃고 무시하는 모습에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허 감독이 보여준 전술과 선수기용 등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아쉽다. 문태종을 아끼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국은 전력분석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소극적이었던 대한농구협회와 국가대표협의회에 대해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아쉬운 게 어디 하나둘이겠는가. 다음 대표팀이 구성되면 올해보다 여러모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본다."

-KCC에 대표팀까지 맡아서 거의 쉬지 못했는데.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고 대표팀을 가장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저것 다 따지기 시작하면 할 수 없다."

-김주성이 간접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는데.

"그건 본인 생각이고 내년에 어떤 감독이 할지 모르겠지만 김주성이 필요하면 선발하는 것이다. 대표팀을 하고 안 하고는 자기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감독이 선발했으면 하는 것이다. 맘대로 하는 곳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 농구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지.

"전 농구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다는 룰이 있지만 내년 최종예선에 또 지휘봉을 잡고 싶은 마음은 없나.

"거기에 대한 생각은 떠났다. KCC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오늘 우리 애들 훈련하는 것을 처음 봤다. 복잡하다."

-KCC 감독으로서 이번 시즌 목표는.

"정규리그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태산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없다. 이겼을 때야 할 말이 많지만 지고 온 놈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심판의 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제3국에서 하면 중국과 해 볼만 할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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