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40대 후반의 한 주부가 한의원을 찾았다. 명절 때 만났던 친지들이 부쩍 머리 숱이 적어진 자신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며 우울함을 호소했다. 머리를 감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심심치 않게 빠지더니 이제는 정수리 부분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 숱이 적어졌다는 게 그녀의 고민거리였다.

탈모하면 주로 남성들의 고민으로 여겨지지만 출산과 육아, 가사일에 대한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폐경 등의 이유로 중년 여성들의 탈모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해지고, 건조해지는 가을 날씨는 탈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괴로운 계절이다.

어느 순간 두피에 각질이나 비듬이 늘어나거나 염증과 가려움이 심하게 느껴질 때 그리고 머리 숱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모발이 가늘어질 때에는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탈모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탈모의 주원인은 각종 스트레스나 호르몬의 이상, 유전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계절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혈의 부족으로 탈모가 나타난다고 보는데, 특히 간장과 정혈의 부족으로 인한 모발의 영양결핍에 의해 탈모가 발생한다고 본다. 동의보감에서 ‘머리카락은 오장 중에서 신이 주관하며, 이는 신의 상태가 머리카락으로 표현된다. 머리카락은 혈의 나머지로 정의되는데, 이는 머리카락의 상태가 몸 안의 혈의 상태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라고 나와 있다.

따라서 탈모의 치료는 보혈을 기본으로 한다. 혈을 보충하여 탈모를 방지하는 데는 자영산, 삼성고, 육미지황환 등이 효과가 있다. 그 중 육미지황환은 숙지황, 산수유, 산약, 목단피, 택사, 복령으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거나 만성신염으로 혈압이 높아져 기운이 없고,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주며 정신을 안정시켜 혈압을 내려준다.

만약 갑작스럽게 탈모증세가 보인다면 탈모 부위를 지압해 주거나 두피를 마사지 해주자. 정신적인 긴장으로 신경이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가 되어 두피에 영향 공급이 차단된 경우에는 지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탈모에 효과적인 지압으로는 갑상선 반사구, 생식선 반사구를 지압하는 방법이 있다. 갑상선 반사구는 발바닥의 엄지 발가락 아래 부분으로,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탈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도록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자극한다. 생식선 반사구는 발 안쪽 복숭아뼈 아랫부분, 발뒤꿈치 부분으로 이 부위를 수시로 문질러주면 효과가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결핍, 호르몬 불균형, 폐경 등의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 되는 여성탈모는 생활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다. 우선,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영양상태가 고르지 않으면 탈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는다. 패스트푸드나 기름진 음식, 커피는 피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와 콩,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 섭취를 늘린다.

한의학에서는 신장 기능이 허해지면 탈모가 난다고 보고 있으므로 신장 기능을 보하는 작용을 하는 블랙푸드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검은콩은 해독 작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검은쌀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며, 검은깨의 레시틴 성분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탈모를 예방한다. 이외에도 잦은 파마나 염색 역시 탈모의 원인이 되므로 가급적 삼가도록 하고, 강한 자외선은 두피와 모발을 건조하게 하므로 외출 시 모자나 우산 등으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김소형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