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장애인극단 ‘판’ 좌동엽 대표

    "하늘 아래 우리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소극장 보유 관공서 도움 절실
    기사입력 2011.09.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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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연극.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한 단어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리잡아 가는 것 같다며 흡족해하는 좌동엽 대표(38,남). 그를 통해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삶의 지혜와 혜안을 배워보고, 비장애인에만 한정됐었던 영역을 넓혀 다각도의 삶의 철학에 귀기울여 보자.

    [투데이코리아=장혜윤 기자] 장애와 비장애의 선을 그어 굳이 확연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 사실 장애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에 한정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장애는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마음의 장애까지 포괄하는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유형, 무형의 난관을 겪고 있고, 장애는 다른 말로 이러한 고난과 역경을 뜻하는 은유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염원만으로 해결 안 되는 왜곡된 현실을 처음 접한 게 시발점입니다."

    2011-09-28 15.22.34.jpg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장애인극단‘판’에서 대표직에 재임하고 있는 좌동엽대표의 말이다. 좌대표는 한신대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장애인들과 함께 했다. '진정한 장애인의 모습을 사회와 소통시키고 싶다.'는 고민 끝에 문화라는 통로를 찾은 그는 지금도 그들이 공연 후 느끼는 성취감에 보람을 느끼며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 대표는 1998년 '에바다 사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만으로 해결 안 되는 사회의 유착관계와 복지시설의 비리, 모순된 언행을 처음 접하게 되었었고, 그것을 계기로 에바다 사건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보통 지자체가 복지시설과 유착관계가 있을시 시설을 비호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요지부동하는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구제 신청을 가능케하는 행정처분 마련에 일조했어요. 아직 미비한 점도 있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설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서 현장정리가 가능했던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입니다.”

    그는 그 후에도 '에바다 복지회'사무국장을 6개월 정도 역임했었고, ‘시민연대회의’에 이어 노들 야학의 교사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연극동아리를 전담하게 되었고 이것을 시초로 2008년 지금의 장애인극단‘판’을 창단하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인 관련 문화교육단체가 전무한 상태라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420pan.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문화장판이라는 뜻이에요.”

    장애인극단판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420pan.or.kr'이다. '420pan'의 뜻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장애인의 날이 4월 20일이며, '판'은 장판에서 따왔다고 대답했다. 장판은 이쪽 세계에서 공간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들, 일 등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다만 다양하게 태어났을 뿐이죠."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구별하는 것은 사회적 구별일 뿐이에요. 이들은 다양하게 태어났을 뿐인데 사회에서 장애라고 부릅니다. 이들 역시 독립적인 주체이자 한 인간으로서 바라봐야 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이전에 모두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한 것이죠.”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과 시혜가 아닌 상황 적절한 배려라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장애인을 고려해야 될 상황, 그렇지 않은 상황 모두 필요한 데 쉽게 상처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장애인들 사이에서 경증장애인은 비장애인취급 받을 정도로 중증장애인과 차이가 크다. 경증장애인은 기존에도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었으나 중증장애인은 그럴 수 없었기에 극단은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연극이란..자신감과 희망 안겨준 치료제이자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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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일반인들이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변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장애인을 만나는 것에 대한 편견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접근의‘진정성’이며 노들야학, 극단, 비마이너활동을 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진실된 장애인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언론활동과 문화작업 통해서 실제와 인식 사이의 간극을 좁힐 목적이었다고.

    “이론적으로 ‘사람은 평등하다, 똑같다’고 말로만 읊조리는 것보단 실천에 옮기고 싶었습니다.”학창시절 그는, 히틀러 정권하에서의 사회 불의를 부정하는 반나치스 운동을 펼치다 처형된 ‘디트리히 본회퍼’를 존경했다고 한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지향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그는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극단을 실제로 창단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수업시간 1~2년간이나 만성우울증에 걸렸던 중증장애인들이 눈에 띄게 밝게 변화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정이 전이되는 것 같아 감동받았었고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2005년도부터 연극반을 주체적으로 맡게 되었다. 그 당시 17명의 중증장애인이 뮤지컬공연을 했었는데 호평과 함께 극단창단제의를 받아 지금의 극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문화단체로서는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처음엔 잘 안들리던 중증장애인의 목소리가 어느순간 들리게 됐을 때... 가슴이 뭉클”

    관람객들 같은 경우 처음엔 장애인 그리고 아는 분 위주였으나 이제는 비장애인과 모르는 분들도 많이 와주신다고 한다. 신기한 점은 악평이 없다는 것. 처음 볼 때는 재미여부를 떠나서 신기하게 바라보는 데 자꾸 볼수록 작품성이 중요해져 여러 본 사람들의 평을 더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아마츄어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그 수준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중증장애인의 안 들리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 귀에 들리게 되는 장면. 그 순간이 감격스러웠다고 한 관객이 후기를 귀띔했다.

    1년 남짓의 대장정 통해 한 편의 연극완성,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극이 완성되어도...‘공연할 곳’이 없다는 겁니다.“
    ‘장애인극단’이란 이유로 빈번한 대관신청 거절. 심사기준 알 길 없어.

    한 편의 극을 기획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비장애인의 그것보다 훨씬 긴 1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장애인들의 참여율이나 의지는 매우 좋은 편이라고 한다. 중도탈락자가 없다는 점 또한 그들이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하지만 운영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은 공연장소가 없다는 것.

    기존 문화예술계에서는 장애인극은 실험주의극이라는 취급을 해 대관신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연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능한 곳은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소극장 정도. 하지만 그 곳에서도 작품성이나 인지도를 요구해 선정되기는 힘든 형편이다. “공익성 갖췄어도 작품성 이유로 낙방시키는데 심사기준을 모르니 맞출 수도 없는 실정이고 심사기준 공개를 요청해도 내부지침상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니 난감합니다.”

    장애인연극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접근성’이다. 이런 장애인 접근성을 갖춰놓은 공연장은 가뜩이나 많지 않은데 공연심사기준이 까다롭고 막연해 공연장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

    2011-09-28 15.21.53.jpg또한 고전극 같은 경우 중증장애인이 대사면에서 소화하기 힘들어 많은 수정이 요구되기에 ‘창작극’이 대부분인데 주최측에서는 고전극을 고집하는 상황. 이렇듯 공연장소로 선정되기까지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연할 장소가 없으면 그들의 1년 여간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예전에는 연습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서 옮겨다니는 일도 고생이었으나 지금은 조그마한 연습장이라도 마련해 상황이 조금 나아져 다행이라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장애는 업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벌 받지도 않았고, 장애를 전염시키지도 않아요.”

    유럽의 경우, 옛 건물에는 손을 안대는 관례가 있어 건물에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진다.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시설환경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동양사상들 특히 유교와 불교의 윤회와 업보 사상에 대한 잘못된 민간 해석이 장애인 관련 인식을 절망적으로 만들어요. 종교에서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석과정에서 ‘장애인 차별논리’로 둔갑하게 된 것이죠. 과거에도 장애인의 수는 현재와 비슷했을텐데 유교가 자리잡고 있던 시절 장애인들을 나병환자취급을 한다든가 아니면 집안의 흉, 신의 징벌로 여겨 집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사회와 격리시켰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단 생각밖에 안들어요. 그들은 벌받지도 않았고, 병을 전염시키지도 않는 데 말입니다.”며 쓴소리를 했다.

    심지어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까지 장애를 자신들의 책임으로 여겨 차별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못된 사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아울러 네팔이나 남미같이 우리보다 잘 살지 못하는 나라에서도 장애인지도자가 나올 정도로 편견이 없는 데 그보다 물질적으로 더 발달된 우리나라가 사회적 벽이 더 높아 정신적 수준은 물질의 그것만큼 선진화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가 장애인단체에서 20년 동안이나 있었지만 이제야 깨닫는 무의식적인 편견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한 발로 다가서서 하는 프로포즈... 상상해본적 있으신가요?!"
    장애인만 갖고 있는 다양성으로 문화의 새 길 개척.

    누구나 똑같은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장애인도 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좌대표의 바람이다. “문화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시작부터 완성까지 이룰 수 있고, 타고난 재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장애인이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접해봐서 가능성도 보았구요.”한 번은 무대에서 중증장애인이 프로포즈하는 씬에서 대본에도 없었는데 한 발로 다가서서 프로포즈를 하더라. 프로포즈의 다른 모습이랄까? 그 장면을 통해 장애인만 할 수 있는 연기나 삶의 방식 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비장애인들은 프로포즈를 할 때 이벤트라던가 뭐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죠. 중증장애인이라서 자기들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경쟁력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며 좌대표는 다양성을 찾는 작업에 좀 더 몰두할 각오를 밝혔다.

    “작은 관심으로 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장애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면 공연환경도 더 좋아지고 공연장 구할 수 있는 길도 더 넓어질 거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이 안에서도 무궁한 문화활동이 일어나니 기존 연극계에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한다. 태초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데 조금의 관심과 따뜻한 격려, 기대가 있다면 그들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1.jpg끝으로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에 출연해 1차 오디션에 통과한 시각장애인 ‘정명수’씨를 보셨냐는 질문에 그는 보지는 못했지만, 성공했다면 그 뒤에는 피눈물 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대답하며 반가워했다. 출발자체가 다르고 제공된 과정이 다르고 사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장애인이라고 가점을 주는 것은 장애인들 스스로가 더욱 용납할 수 없으며 다만 악조건과 환경을 존중해주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게 평등이라는 설명이다.

    중증장애인이 공연무대에 서려면 비장애인들과는 달리 활동보조자들, 즉 크루(crew)들이 필요하다.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추가되는 게 당연하다. 모단체가 노들장애인센터라 처음 극단 창단할 때는 모단체의 도움을 받았었고 지금은 자립할 정도의 수준은 됐지만 아직도 적자상태. 그 적자를 좌대표가 사비로 메울 만큼 그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다.

    지금 장애인극단‘판’의 후원단체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유일하다. 큰 보탬은 아니더라도 먹거리나 응원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도 그들에게는 소중하다.

    우리에게 연극이란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의 해소장일 수도, 현실에서 갖지 못한 이상향의 대리만족 매개체일 수도 있다. 규격에 갇히기 싫어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생각의 규격에서는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식인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한다. 비록 명작도 아니고 화려한 모습도 아니지만 그들의 아우성은 우리 삶의 성찰을 가져온다. 판에 박힌 듯 시계추처럼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세상에, 마음과 지혜로 연기하는 그들의 발상이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가 되어 우리를 두들길 날도 머지않았다.[문의 02-745-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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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 식물성 고기 시장 급성장
  • 박현채 주필|2019-11-15
  •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로 식물성 고기 등 대체 육류가 각광받고 있다. 식물성 고기는 콩, 버섯, 호박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 구조처럼 재구성, 겉모습과 맛을 실제 고기와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 밀가루 등을 첨가하여 고기의 바삭함을 구현하거나 코코넛오일 등으로 고기의 육즙까지 만들어 낸다. 겉으로 봤을 경우 실제 고기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또한 진짜 고기보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열량은 낮고 철분, 단백질 함량은 더 높아 건강에도 좋다. 대체육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최적의 식품이다. 국제채식인 연맹(IVU)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약 1억 8000만명(인도 제외)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한국채식연합 추정으로 전체 인구의 3%인 150만 명 안팎이다. 10년 전인 2008년 대비 무려 10배가량 증가했다. 최근에는 건강이나 지구 환경, 동물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짜고기 대신 식물성 고기를 찾는 일반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식량부족과 자원·에너지 절약, 가축질병 문제 등으로 대체육류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세계인구는 2050년이 되면 95억 명에 달해 지금보다 20억 명이나 증가, 육류 수요가 연간 465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 사육을 통해 이 만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란 무척 어렵다. 사람이 쇠고기 1kg을 섭취하려면 소에게 12~14 kg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 또한 돼지에게는 6~7 kg, 닭에게는 2~3 kg의 곡물을 먹어야 사람이 1kg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가축용 작물 재배를 위해 지금도 지구 전체 농경지의 절반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한 물 사용량과 트림과 방귀, 분뇨 등을 통해 내뿜는 가축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엄청나다. 현재 전체 물 사용량의 70%가 농업과 축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축산 용도로 쓰여진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17% 가량이 가축 사육으로 발생한다. 식물성 고기는 기존 육류와 비교했을 때 토지 사용량은 95%, 온실가스 배출량은 87%, 물 소비량은 75%까지 줄일 수 있다. 앞으로 대체육류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제품군도 무척 다양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기업공개(IPO) 후 상장 첫날 주가가 160% 이상이나 폭등했고 이와 유사한 다른 회사에도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가축을 살처분 하는 모습에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건강관리, 가치관적 이유 등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대체육 시장규모는 41억 달러이나 2026년에는 거의 배인 8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AT Kearney)는 진짜고기 점유율이 2025년 90%, 2030년에는 72%로 떨어진 뒤 2040년에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가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콩으로 만든 버거와 마요네즈, 현미로 만든 돈가스, 동물성 원료를 뺀 유제품 등 다양한 채식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국내 식품산업 관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체식품 관련 키워드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언급됐다. 특히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 등으로 식품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주로 중소규모 업체 및 스타트업이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앤 컴퍼니는 단백질 성형 압출 특허기술을 보유,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프 출신이 운영하는 ㈜디보션푸드도 식물성 고기 기술을 확보, 내년부터 식물성 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며, 스타트업 ㈜더플래닛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롯데푸드와 롯데리아. 동원 F&amp;B가 있다. 롯데푸드는 2년간의 개발 끝에 너겟과 가스 2종류를 출시했으며 동원F&amp;B는 미국 비욘드버거의 독점판매권을 획득, 올해 3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통해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을 목표로 대체육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대체육류의 맛이 진짜고기에 비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두처럼 다양한 재료를 함께 쓰는 곳에 사용하거나 다양한 소스 등을 곁들인다면 맛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식감과 향이 실제 고기와 거의 같은 원천 소재와 기술이 개발될 경우, 국산 농산물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이 비싸다는 흠도 늘어나는 수요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데스크 칼럼] 학생집단 따돌림에 교사가 수수발관해서야
  • 김충식 편집국장|2019-11-13
  • 70년대 후반 중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중 한 학생이 교복을 입지 않았다. 이 때 담임선생님이 그 아이을 발견하고 “학생이 교복도 준비하지 않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은 학생의 자격이 없다. 당장 부모님께 얘기해서 내일부터 교복을 입고 등교하라”고 말했다. 이 때 신입생의 한 분인 어머님이 갑자기 “드릴 말씀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선생으로서 학생이 교복을 안 입고 왔으면 가정형편은 어떤지 또는 교복을 안 입고 온 이유를 먼저 살피고 조용히 타이르듯 얘기해야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무안을 줄 수 있느냐”며 충고했다. 학부모의 신분을 몰랐던 담임선생님은 “누구신데 이리 말씀하시냐”고 물으니 “OO여상 학생주임”이라는 짧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학부모이자 학생주임인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 아이 공부 잘할 것 같더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해 아들은 그 학생을 집으로 데려왔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고 홀로 클 수 밖에 없었던 그 학생에게 친구의 어머니는 참된 선생님이셨고 구원자였다. 그 분은 새 교복을 사서 입혀 주었고, 중등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잘했던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려고 하자 (당시 돈으로) 20만원을 주며,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학생은 친구의 어머니를 보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도와주신 스승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모든 이들에겐 스승의 모습이 남아있다. 좋았던 스승, 가슴 설레게 했던 스승, 아프고 힘들 때 힘이 됐던 스승 등 각자의 모습에 스승은 우리네 인생의 본보기로 남는다. 교사의 자격을 굳이 묻지 않아도 학생 한명 한명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한 교사의 상(象)이다. 우리네 부모님 세대들은 지나다니시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스승은 큰 존재다. 지난달 17일 인헌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인헌고 달리기 걷기 어울림 한마당’ 행사 당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한 일이 있었다. 이일이 알려진 후 인헌고 내 이른바 ‘정치교사’들의 편향 교육·발언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일을 최초 공개한 학생은 지난달 말부터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고, 그 동안 집단 따돌림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집단 따돌림은 교사들의 묵인·방조하에 이뤄졌다"고 했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배운다. 또한 학생은 편향된 교육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편향된 교육뿐 아니라 자신들이 학교에서 받아야 할 교육의 올바른 권리를 말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일부 편향된 교사들이 이 나라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 [김성기 칼럼] 韓電사장의 이유 있는 항변
  • 김성기 부회장|2019-11-12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각종 전기료 특례할인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적자 재정을 도마에 올려놓고 정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사실상 공개토론을 요구한 발언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면서 적자가 커지기 시작했으나 산자부는 한전의 곤경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모른 척해왔다. 적자는 한전이 알아서 대처하면 되고 탈원전은 정부 원안대로 간다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우량 공기업으로 꼽혀 국내와 미국증시에 상장된 한전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비교적 값이 싸고 오염물질이 적은 원전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LNG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서 지난해 2080억 원, 올 상반기 9285억 원 적자를 냈다. 비상경영에 들어가 불필요한 지출을 가급적 줄이는 긴축대책을 시행했지만 정책 선회에 따른 구조적인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증시와 뉴욕증시에서 한전 주가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S&amp;P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등급도 떨어졌다. 국내 소액주주들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로 소송에 말린 김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도입된 전기료 특례할인을 폐지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전 특례할인은 필수 사용량 보장공제와 주택용 절전할인, 여름철 누진제 할인, 신재생에너지 할인, 전기차충전과 전통시장 할인 등을 망라해 지난해 할인액이 1조1434억 원에 달했다. 사실상 전기요금을 올리겠다는 통첩과 다를 게 없다. 김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 카드가 그냥 통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산자부가 발끈하면서 국회에서 벌어질 공방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할인 특례 일괄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성 장관은 이달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각종 특례요금은 도입 목적과 정책효과를 감안해 검토를 거친후 조정과 연장,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한전을 구상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종구 위원장은 성장관에 대해 “한전 적자를 방치할 것이냐”며 “장관이 책임지고 적자 해소방안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한전을 거들었다. 한전은 산자부의 반대 방침 대해 “일몰(종료시한) 도래 이후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계획일 뿐 일방적인 폐지는 아니다”라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달 28일 이사회에서 요금체계 개편논의에 착수하겠다는 토를 다시 달았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은 산자부의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전 이사회 표결로 확정되는 만큼 당연히 정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뻔히 알고 있는 한전이 폐지 카드를 불쑥 내민 배경에는 적자를 더 이상 떠안기에는 한계에 도달했으니 정부 내에서 금기로 여겨온 탈원전 철회요구를 공론화해 해법을 찾아달라는 다급한 항변이 깔려있다.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도입해 생산비를 잔뜩 올려놓고 한전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에 대한 반발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거듭 공언했다. 하지만 한전 적자누적으로 내년 4월 총선 이후 어떤 식으로 든 전기요금 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탈원전의 부담을 또 국민에게 떠넘기느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탈원전 반대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도 힘을 받고 있다. 한전이 산자부 입장을 잘 알면서도 특례할인 폐지를 들고나온 계산에는 얻어터질 때 터지더라도 일단 탈원전 이슈를 링에 올려놓고 공개 스파링을 벌여보자는 심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도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각오와 끈기가 필요한 결심이다. 한전이 이런 각오를 얼마나 관철시킬지, 그 항변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관심을 끈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 정부가 이제라도 경제 회생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로 탈원전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을지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신뢰의 위기, 통계(統計)
  • 권순직 논설주간|2019-11-08
  • 이 정부 들어 유독 통계에 관한 논란이 잦다. 그것도 정부가 생산한 통계를 놓고 이러니 저러니 시비가 많다. 정책효과를 가늠하고, 향후 정책수립에 근간이 되는 통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 국가경제 운용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규직 근로자가 35만3000명 줄고, 비정규직이 86만7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본이 그렇고, 청와대에 보낸 자료엔 증감을 빼고 올해 숫자만 명기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주요 정책으로 펼쳐온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크게 빗나간 결과다. 그래서 부정적인 수치는 감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런 논란이 일자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조사방법이 달라져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넘어온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비정규직의 보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권고한 이른바 ‘병행조사’를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 설명은 이렇다. 정규직인 무기계약 근로자라고 답한 사람에게 ‘총고용 예상기간’을 추가로 물었다. 이에 ‘내가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직장이 보장될지 모르니 비정규직일수도 있다’는 답변을 하고, 그래서 비정규직으로 잡혀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이런 설명을 하면서 ‘실제로는 비정규직이 많이 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다. 청와대 눈치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이걸 국민들에게 믿으라면 믿겠는가. 국가통계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월중 국가통계위원회를 열어 통계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통계위는 통계의 품질을 진단하고 이용 및 개선방안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이다. 위원장은 부총리이고 위원은 관계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 기구다. 논란이 많고 신뢰의 위기에 처한 통계의 신뢰성 제고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굵직굵직한 통계 논란이 잦아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 건 사실이다. 통계 자체를 왜곡한 경우도 있고, 유리한 자료만 선택해서 국민들에게 내놓고 정책효과를 홍보한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코드통계’ 맞춤통계‘ ’통계마사지‘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였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하던 시기에, 통계청이 소득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양극화를 줄이겠다며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의지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으니 정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 직후 황수경통계청장이 경질되었다. 당시 황 청장의 이임사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내가 그렇게 (정부)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다” 유독 잦아진 통계 논란 필자는 그 당시 통계청장을 별다른 설명 없이 경질할 때도 칼럼에서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경제통계에 40여년 익숙해 온 필자는 이 정부처럼 통계 논란이 잦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통계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으며, 정권 핵심부에서는 입맛에 맞는 통계를 요구하고 일선 실무부서에선 이에 맞춘 코드통계를 생산하려 한다면 큰 왜곡을 초래할 것이다. 통계는 정책의 성적표다. 성적표를 위조하거나 우수한 과목 일부만 부각시키면 거짓이다. 그런 성적표를 믿으면 잘못된 정책임을 간과하고, 나아가 정책의 보완 수정의 기회를 잃는다. 잘못된 통계를 토대로 작성된 정책은 국가경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것은 뻔하다. 그 피해는 국민 몫이다. 선진국일수록 통계의 중립성이 강하다. 통계청이 내각의 지휘를 받지 않고 의회 산하의 독립기구(영국)이며, 통계 생산 활동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프랑스)하며, 많은 선진국들은 통계청장의 임기를 5년 또는 7년으로 보장하는 등 통계업무에 정권이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통계수치를 정부정책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계는 거짓이 없다. 내달 열린다는 국가통계위원회에서 통계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다시는 통계를 갖고 장난하는 일이 없는 장치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6
  • 조은경 작가|2019-11-04
  • 시골에서 살아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치 않고 대답하겠다. 아침마다 기대에 차서 눈을 뜨는 일이라고. 맑은 공기에 상쾌해진 몸으로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볼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럼, 기다리는 친구들이란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현관을 열고 나가서 눈 맞추는 모든 사물이 그 친구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어제보다 조금 더 벌어진 무궁화의 꽃망울, 장미의 봉오리, 조금 더 무성해진 텃밭의 고구마 줄거리, 대기에서 퍼져 조금씩 흩어져 가는 안개, 집 모퉁이 쪽에서 살짝 모습을 보이는 고양이의 꼬리, 잔디 밭 중간에 난데없이 나타난 개망초에 내린 영롱한 이슬 등등... 아침이 행복하면 하루 종일 행복하다. 지난주에 우리 부부보다 12살이 적은 띠 동갑 부부가 찾아왔다. 정년을 앞둔 남편을 집에 혼자 둔 채로 부인은 딸과 지난달 유럽 여행을 하고 왔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옛날 우리 부부가 그 나이 때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일본 여자들이 남편이 아닌 딸과 함께 유럽을 다니고 있었다. 일본인 특유의 조용한 모습을 한 딸과 어머니, 나한테는 엄청 부럽게 보였다. 나도 딸이 있었지만 이미 시집을 가서 그런 행운은 남은 내 생애 동안 올 수 있을까 싶었다. 이제 한국이 일본의 뒤를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딸들의 결혼은 늦어지고 남편의 식사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력과 여권(女權)이 함께 신장됐다. 나보다 12살이 많은 띠 동갑 분들은 어떠한가? 그분들은 일제 강점기에 취학 전 어린 시절을 압박과 고통 속에서 보냈다. 이후 무엇보다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 속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데다가 전후 극심한 가난 속에서 사춘기와 청춘을 보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 가장 가혹한 운명의 세대가 아닌가 싶다. 그 때에는 해외여행조차 엄격한 제재를 받을 때였으니 모녀 여행은커녕 개인 여행조차 어찌 가능했겠는가? 지금이라도 모녀 여행을 갈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하겠는가? 사람이란 평균 최대 주기 100년을 가지고 태어난 한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앞으로 모녀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혹시 딸애가 이 글을 읽고 엄마 품을 파고들면서(?) -우리 여행 가자- 하고 애교를 부린다 해도 이젠 다 큰(?) 딸이 늙은 엄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것 같아서 사양하고 싶은 생각이다. 이렇게 세대란 참으로 가슴 아린 유대 관계로 서로 맺어져 있다고 보아도 되겠다. 그러니 386세대니 586세대니 하는 말로 그들만의 유대를 강조하지 않는가? 세간에 경제 공동체니 운명 공동체니 하는 말이 회자되는데 세대란 확실히 운명 공동체는 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내가 다니는 영천시 교육문화회관 제과·제빵반의 클래스메이트들이 우리 집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담당 교수님과 회장, 총무 세 분에게는 나의 저술인 –은경 할머니 시골로 가다- 책 한 권씩을 증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회원들 전부에게 한 권씩 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 구매해야 하는 처지인 지라 조금 아껴야 했다. 모두 내가 70 할머니인 것에 놀라고 감탄하고 시골에 살러 내려온 것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3,4,5십대 젊은이들이다. 드물게는 20대도 있다. 모두 영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앞으로 제과사, 제빵사의 꿈을 꾸면서 예쁜 카페나 빵집을 내려고 마음먹은 희망에 찬 친구들이다. 친구들이란 말을 쓰다 보니 그들 모두가 친구 같은 생각이 든다. 세대가 다른 친구 관계가 성립된다는 이야기는 서양에서는 많이 들었지만 수직적인 유교문화가 아직도 상존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30대 젊은 엄마들로서는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시어머니와 동년배인 70 할머니를 분리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세대를 넘은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넘쳐났으면 싶다. 친구 관계란 동질감을 배경으로 주로 성립되는데 나이를 넘어 같은 꿈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아마 우리 빵반은 그림 같은 카페에서 근무하겠다는 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아마 5년 후 10년 후에는 서로가 자신이 봉사하는 카페의 사진을 서로 공유하며 행복해 하는 시간이 꼭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시기도, 악몽 같은 무서운 전쟁도 겪지 않은 세대인 것에 감사한다. 고생해 오신 앞서의 세대가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어린 시절, 가난은 겪었지만 조국이 폐허를 딛고 점점 부강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살아온 시절이 있어서 행복했다. 자식 세대가, 뒤이어 오는 세대가, 여유롭게 자신들의 생활을 엮어가는 것을 보면 흐뭇하기도 했지만 진정 부러웠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행복은 우리 세대의 밑받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자부심으로 아래 세대들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들 뒷 세대에게 맡기고 나는 시골에서 편안한 행복을 즐긴다. 아침마다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러 솟구쳐 일어난다. 지난밤에 꾸었던 꿈은 몇 년 후에 내가 이루어낼 꿈이다. 행복한 사람의 꿈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것이니까. &lt;작가&gt;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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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타다 논란, 이참에 정리할 건 하고 가자
  • 유한일 기자|2019-11-13
  •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신산업과 구산업의 조화, 혁신과 불법의 경계를 구별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지난달 28일 검찰이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법무부와 청와대, 국토교통부의 책임회피성 공방이 이어졌다. 타다를 기소하기 전 국토부 뿐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협의했다는 검찰. 사건 수사와 처리는 검찰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지난 7월 법무부와 정책실이 타다 관련 대화는 나눴지만 기소 방침을 보고 받거나 의견을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이들의 주장과 해명이 더해질수록 혼선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는 이용자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기사까지 함께 딸려와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잘 관리된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운용하기 때문에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강제배차 시스템 도입으로 승차거부도 없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절반은 타다를 ‘혁신적 신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타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유경제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용자들의 호평에 입소문을 타 출시 1년 만에 운행차량 1400대, 누적 이용자 130만명을 달성한 타다가 우리 교통서비스 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몰고 온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다가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타다의 혁신은 기술이 아닌 ‘서비스’에 있다고 본다. 단순히 차량 호출에 플랫폼을 결합한 것이 혁신이라면 카카오택시 앱은 이미 혁신의 교과서로 남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타다는 개인이 쓰지 않는, 즉 ‘유휴자원’을 타인과 공유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유경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우버는 플랫폼 참여자가 소유한 개인차량의 남은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다. 대신 타다는 그간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기존 택시들의 고질적 문제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줬다. 요즘 택시에서 찾기 힘든 ‘이용자의 편의’를 타다는 보장했다. 단순히 본다면 타다는 그저 이러한 문제가 해소된 ‘대형택시’일 수 있다. 출시된 이후 ‘잘 나가던’ 타다는 줄곧 위법성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불법으로 유사택시운송행위를 이어가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꾸준히 반발해 왔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타다를 원천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다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현행법 위반 여부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렌터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제18조는 단체관광을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모회사 쏘카에서 대여한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이용해 이 예외조항을 파고들었다. 타다는 지금까지 시행령에 근거한 승합차를 사용하고 운전자를 알선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차량과 기사를 대여해주며 고객에게 요금을 받는 타다의 서비스 형태가 사실상 유사 택시에 가까운데, 법이 요구하는 택시 사업자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행법을 어겼다는 판단이다. 또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규모 단체관광객에게만 허용된 예외조항이 타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의 타다 기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이라고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타다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법안 심의가 이뤄지기 전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타다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타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타다의 서비스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사업 형태를 바꿔야 할 것이고, 예외조항 진입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관련 법안이 변경될 때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기자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다. 당국의 정책 판단과 조율로 해결될 수 있던 문제가 사법당국에 맡겨지는 게 긍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이해관계자간 충돌에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을 봤을 때 사법적 판단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할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진입한 모빌리티 사업이 낡은 규제에 부딪혀 좌초된 것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신산업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그나마 틈새를 찾아 정착을 시도한 타다까지 위기에 봉착하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발 숨통 좀 틔워달라’는 호소가 나온다. 기나긴 싸움을 이어온 타다는 이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래도 이참에 정리할 건 하고 가자.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논란과 충돌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판결에 따라 개선할 건 개선하고, 가져올 건 가져오면 된다. 그게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 [기자수첩] 취업난·저출산·고비용… 한국 사회의 현실
  • 최한결 기자|2019-11-05
  • G20 회원국이자 OECD 가입국, 국민실질총소득(GNI) 3만 달러 돌파 등 한국이 국제 사회의 영향력과 지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과 트위터만 보더라도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과 K-POP 인기, 한국 IT 기업 제품 리뷰 등 다양한 긍정적인 컨텐츠가 넘친다. 하지만 경제 지표상으로도 뛰어나고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에 비해 한국 경제의 실상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9일 통계청은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7만명 늘었다"고 발표하며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 강화에 따라 올해 3·6월 '고용 예상 기간'을 물어보는 병행 조사를 처음 실시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약 35만~50만명이 추가 포착됐다"고 했다. 이는 국제 표준이라고 부를수 있는 ILO의 한국 노동시장 통계의 허점을 지적한 사항을 보완한 것이다. ILO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실시 방법 중 고용의 계약 기간을 정했는지 '예, 아니오'로만 묻고 고용 기간에 구체적인 질문을 추가로 받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통계청의 설명은 올 3월 ILO 기준에 따른 병행 조사 첫 실시 때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음' 답변자에게까지 '고용 예상 기간'을 묻자, 이들 중 상당수(35만~50만명)가 3월 이후 답변을 '정했음'으로 바꿨고 그 결과가 이어짐으로써 8월 부가 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포착된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고용의 형태와 질은 그 나라의 기초적인 상황을 물을때도 사용된다. 노동시장의 탄력화와 취업률등을 확인하면 경제 상황이 건전한지,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단서다. 또한 고용의 형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업무의 강도도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OECD 노동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국가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자 1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OECD 전체 국가의 통계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는 2017년이다) 연간 2,024시간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었다. 전체 국가중 2위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 시간과 비정규직 비율로 사회가 병들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지표는 바로 '저출산'이다. 이제 인구당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0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2만4408명으로 집계됐다.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최저치로 2016년 4월부터 4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OECD 회원국 중 유일무이 1명 미만의 출산율인데다 OECD 평균 츌산율 1.68명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혼을 기피하는 비혼주의, 개인주의 등을 꼽는다. 개인주의는 자기 자신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에 두드러지는 현상이지만 비혼주의가 팽배한 데에는 젠더갈등 같은 사회적 이슈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현실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3월 혼인, 이혼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8000건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청년실업률은 꾸준히 올라 2014년 9%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청년이 고달픈 현실에 혼인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결혼의 조건이 자꾸 높아지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결혼은 비용이 많이 든다. 결혼의 필수 요건으로 꼽는 '내집 마련'과 결혼 전 준비과정 등이 너무 비싸고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여론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44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2019년 결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항중 2006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결혼 정책이 도움이 안됐을 것'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긍정 평가는 10%에 그쳐 정부 정책에도 큰 온도차를 나타냈다.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구직의 형태가 비정규직과 저임금, 고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어 출산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는 혼인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지난달 28일 ‘2019 국제 인구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급격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육아휴직 및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선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연평균 노동시간 ▲OECD 평균 이하 수준인 전체 고용 대비 시간제 노동자 비율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가사 부담 등 불평등한 성 역할 태도 ▲학생들의 과도한 정규학습 및 방과 후 학습시간 ▲가계 사교육 지출 증가 등을 꼽았다. 저출산이나 결혼문화, 고용의 형태와 질은 단기간 개선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화 흐름을 보인다면 사회의 기본적인 근간이 병들고 지속 불가능한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저출산에서는 이미 정부 정책의 실패가 통계로 증명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출산 해결 정책으로 들어간 정부예산이 130조 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고도 실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 결혼, 출산, 취업, 보육, 주거 등 모든 정책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 [기자수첩] 신라호텔, 남산한옥호텔에 거는 기대
  • 김태문 기자|2019-10-30
  • 이부진 대표의 사업염원이었던 남산한옥호텔 건립사업이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남산한옥호텔은 지상 2층으로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완공 목표는 2025년이다. 한옥 호텔이 완공되면 서울 시내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첫 전통호텔이 된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남산한옥호텔 건립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건축심의에서 번번이 실패했지만 지난 10월 22일 서울시는 남산한옥호텔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 남산한옥호텔 건축은 의미가 크다. 이 대표는 한옥호텔을 이루어내기까지 안팎으로 많은 풍랑이 있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지 5년이나 됐고, 남편 임우재와의 이혼 소송도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이루어낸 한옥호텔이기에 그 성과과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남산한옥호텔은 한국적 미(美)를 살린 호텔로 국내에선 첫 번째 사업이다. 중요한 것은 신라호텔이 남산한옥호텔을 지으면서 외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도 있다는 점이다. 신라호텔이 한국에서 호텔사업을 벌인지 46년이나 됐다. 그동안 숱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부진 대표가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까지 한 사건이 9년 전 벌어진 ‘한복 입장금지’ 사건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신라호텔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불거져 곤혹을 치뤘다. 이 사건은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신라호텔 뷔페레스토랑 '파크뷰'를 찾았다가 ‘한복착용자는 입장금지’라며 출입을 거부당한 사건이다. 이와 함께 당시 일본 자위대 50주년 창립기념식이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신라호텔에서 열렸다는 것과 기모노 입은 여성들이 신라호텔에 입장했던 일이 함께 오버랩 되면서 신라호텔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이 회장은 한복입고 입장을 거부당한 이혜순 한복디자이너에게 직접 사과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일본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식 열어주고 기모노 출입허용”, “한식당 없애고, 한복 입장 금지시킨 신라호텔...누구냐 넌” 등 신라호텔의 한국적 정체성이 모호함을 지적하는 기사는 뼈 아펐다. 앞으로 변화될 신라호텔의 모습에 자못 기대가 된다. 그러나 외관만 한국식으로 바꾸지 말고 우리 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필요해 보인다. 고객 최접점에서 있는 직원들도 한국적 사고에 국제적 마인드를 갖고 그 위상을 떨치길 기대해 본다.
  • [기자수첩] 계속되는 대학 교수 성비위 논란, 학자 이전에 윤리적 일 순 없나?
  • 편은지 기자|2019-10-14
  •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헤어롤을 하고 화장하는 학생들이 있던데 이런 행동은 외국에서는 매춘부들이나 하는 짓” “내 자녀는 짱깨랑은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해도 문제가 될 말들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모두 대학교수가 강단에서 강의를 듣는 수많은 학생들을 보며 한 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도 심심한 사과문을 쓰고 버젓이 교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가벼운 징계 조치를 받았을 뿐이라는 점이다. 지난 4일 총신대학교 신학과 A교수는 강의 도중 “헤어롤을 하고 화장하는 학생들이 있던데 이러 행동은 외국에서는 매춘부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오! 저사람은 대학생같이 생겼는데 매춘을 하는구나. 내가 교수가 아니면 야, 내가 돈 한 만원 줄테니까 갈래? 이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총신대 총학생회가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며 학생들에게 공론화됐다. 그러자 그는 8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거리에서나 공원에서 화장하는 사람을 보고 매춘부로 오인해 만 원을 줄테니 가자고 할까봐 염려된다고 한 것”이라고 해 또 문제가 제기됐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A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한명이라도 수업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고 제게 수업을 해야 할 책임이 있기에 오늘도 수업하고 왔다. 학생들이 용서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4년제 대학 65곳에서 123건의 성비위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에 불응한 학교도 70곳이나 됐다. 따라서 더 많은 징계사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신대 매춘부 발언을 한 교수에게 다수의 학생들은 강단에서 내려오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수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지난 11일 총신대학교 측에서 해당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넘기고 엄중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어쩐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숨길 수 없다. 성비위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된 교수 중 스스로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교수 본인은 사과문에서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하지만 그뿐이다. 버젓이 교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경징계를 받은 교수들이 대다수이며 파면당한 소수의 교수는 그저 학생들의 강한 요구와 학교 측의 징계절차에 어쩔 수 없이 내려오게 되었을 뿐이다. 교육부에서 해임요구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아직까지 해임이 되지 않은 교수도 있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는 지난해 6월 학생들에게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이 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등의 발언을 해 문제가 됐던 B교수는 교육부의 사안조사 결과 ‘해임요구’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본지의 조사결과 여전히 성신여대 측은 B교수를 해임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학교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거리를 행진하는 등 B교수의 해임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학교 측이 교육부의 해임요구에도 아직까지 교수를 해임하지 않자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여전히 학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의 자질은 학문적인 검증이 먼저다. 따라서 교수의 학문적 영역에 대한 연구와 양심적인 발언은 자유 영역이다. 학자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신변잡기 발언은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게 교수가 아닐까 한다. 학생들은 학문적으로 배움을 얻기 위해 한 학기에 몇 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낸다. 그렇다면 교수는 전문적인 전공 지식과 연구를 통한 학문적 지식만을 가르치면 된다. 교수 개인이 화장하는 여성을 보고 매춘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어린여자를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것까지 학생들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박찬대 의원은 "대학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 클릭 몇 번이면 교육 이수가 된다거나 성폭력 관계 법률만 나열하는 등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교수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교수는 없는 것인지, 문제 발언을 하기 전에 ‘이런 말은 하면 안된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교수를 채용할 수는 없는 것인지 많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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