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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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씨는 우파 시민단체의 미스 캐스팅이었다. 우파 입장에서 무상급식 등 좌파 포퓰리즘에 끌려가는 한나라당의 투항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이석연 씨를 추대했는데 그 이석연 씨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곤 홀연 후보를 사퇴했다. 코미디도 이런 3류 코미디가 없다. 서로 말도 안 맞춰보고 후보를 추대하고 수락했단 말인가? 무슨 일들을 그렇게 하는가? 그러니까 좌파가 “너희들 하는 짓이 고작 그렇지...” 하고 안주 거리로 삼기 십상일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무상급식에 대해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했다. “복지확충은 찬성하지만 무상급식은 반대”라고.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나? 그러나 빚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명색이 비(非)좌파라고 자처하면서 실제로는 우파적 가치를 외면했다. 반값 등록금 소동도 실은 한나라당 황우려가 촉발한 것이다. 필자가 9월 30일 만나 토론한 우파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황 우려(걱정)지요”

그러나 나경원 씨를 그런 한심한 한나라당의 전형(典型)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비록 한심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그는 그 나름의 독자적인 견해를 가진 인사로 보인다. 박근혜 씨 계열이 서울시장 선거를 오세훈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했다지만, 나경원 씨는 자신이 그런 입장과 같지 않음을 밝힌 셈이다.

나경원 씨의 입장 표명으로 서울 시장선거는 이제야 비로소 선명한 대치선이 그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정치는 대치선을 사이에 둔 한판 싸움이다. 한나라당은 싸움을 포기한 기회주의 집단이다. 나경원 씨는 그러나 야당에 대한 반대당 후보로 나선 ‘존재이유’를 아주 뚜렷하게 천명했다. ‘선택과 집중’의 복지는 예스, 부자 급식은 노라고-.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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