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 아닌 시민들 움직일 수 있는 비전과 정책으로 선거전 임해야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지난 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통합 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입당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기존의 정당들을 비판하며 각을 세우며 인기를 모았던 그가 민주당이 주선한 야권통합 경선에 나서서 승리하게 되자, 이 같은 정치 이벤트를 벌여준 민주당의 러브콜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과 함께 기존 정치판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내보였던 박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이는 자기 모순을 넘어 '한 입으로 두말 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입당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6~7일 후보 등록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해 입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민주당이 스스로 통합을 위한 여러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논의가 무르익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민주당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이 만들어지면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이고 박 후보의 행태도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통합경선 후 민주당에 입당할 거라면 애초부터 민주당에 들어가 후보로 나섰어야 맞다. 결국 그의 기존 정당들에 대한 공격은 위선이고 전략이었으며, 단일화 경선 또한 전략의 일환이며, '정치 이벤트'에 불과한 것임을 입증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현재 입당 여부를 놓고 대차대조표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입당을 하면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짜임새 있게 선거를 치를 수가 있다.
하지만 안 원장과의 무소속 단일화 과정에서 기존 정당 부정하는 전략으로 그의 양보를 받았고, 지지율 급등에도 대단한 어드벤티지를 얻은 만큼 정당 가입은 자가당착적인 행태가 되는 딜레마에 빠져 버리기 때문에 결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박 후보와의 단일화 전인 지난 9월, "정치를 한번도 하지 않고 출마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는데 (선거판이) 지각변동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이렇게 허약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황당하다"며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는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내가 두 배 차이로 1등한 것은 나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나를 통해 대리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민심이다"라며 "(이번 기회에라도) 제발 기존 정치권이 자각했으면 좋겠다"고도 호소했던 그다.

박 후보는 현재 민주당 입당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야 할 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선거는 불과 3주 조금 넘게 남았을 뿐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정도의 지지율 차이는 언제 뒤집어질지 모른다.
서울 시민들에게 실제로 표를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정책과 비전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박 후보의 민주당 입당과는 별개로 기존의 정당정치를 혐오하며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 그인 만큼 나 후보와의 선거전에서 과연 상대의 약점과 치부를 들춰내는 기존의 부정적이고 구태의연한 선거전 양상에서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세인의 관심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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