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 교수

내년 예산안은 전체 예산규모로 볼 때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는 불안한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예산구조를 살펴보면 일자리가 가장 우선순위로 꼽힌다. 그런데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출되어야 하며, 이는 민간부문의 부가가치창출과 연결되는 것이 옳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맞춤형 복지를 지향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일-성장-복지를 내세우지만, 성장-일-복지가 선순환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다만, 정치과정인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안에 나타난 정부의 재정건전성 의지가 어떻게 변할 지는 걱정이다.

균형재정 의지는 합리적 선택

정부에서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우선 전체 예산규모에서 정부의 뚜렷한 정책의지를 보여준다. 총 326조원 규모로 재정 수입액 344조원 보다 낮게 잡았으며, 올해 대비 증가율에서도 예산규모는 5.5%인 반면, 수입은 9.5% 수준이다. 따라서 GDP 대비 재정적자 수준도 올해 2%에서 내년에는 1%로 축소되고, 2013년에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한다.

금융위기에 이어 각국의 재정적자로 인해 세계경제는 매우 불안하다. 그리스로 대표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유럽을 흔들고 있고,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신용이 강등되는 사태마저 발생하였다. 오랫동안 거시경제의 안정화 정책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국가부채의 효과성이 점차로 흔들리는 세상이 되었다. 소규모 개방경제 환경을 가진 한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잘못없이 세계경제의 조그마한 흔들림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선이 균형재정을 통한 재정의 건전성 확보이다. 따라서 균형재정으로 가는 과정으로서 내년 예산안은 불안한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자리는 민간부문의 부가가치 창출과 연계해야

다음으로 예산구조를 평가해 본다. 구체적인 예산배분의 기본철학으로 '일-성장-복지’를 내세웠고, 이 중에서도 '일’을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요즈음,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예산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 성장, 복지는 상호간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복지는 정치시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 내년 정치일정을 앞두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일을 통해 성장과 복지를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4대 핵심 일자리 확충안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게 시장원리이다. 민간부문의 부가가치 창출과 연결해야 일자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사회에서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로 만들어지지 않고, 단지 세금을 통한 계층간 이전재원일 뿐이다. 물론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민간부문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간과정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이익창출을 하는 데에서 정부는 민간보다 재주가 없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예산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진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내세웠지만, 사회서비스 업종에서 수익을 내기란 매우 어렵고, 일시적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지속적일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개입을 묵시적으로 암시하는 '사회서비스’라는 이름을 가지며, 세금으로 지탱하게 되면, 이는 일자리 창출예산이 아니고 실업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되고 만다.

맞춤형 선택적 복지는 올바른 방향

복지예산으로 서민 중산층을 위한 맞춤형을 고안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를 앞세우고, 복지확대 경쟁을 하고 있는 요즈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선택적 복지예산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다. 분야별 재원배분을 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보건 복지 노동부문으로 전체 예산의 28%를 차지한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6.4%로 총예산 증가율인 5.5%보다 높은 수준으로, 복지관련 예산이 예산배분의 핵심을 이룬다. 교육부문도 전체 예산의 14% 수준이며,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사회서비스를 전국민에게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교육부문과 문화 체육 관광부문을 포함할 경우에는 전체 예산의 43%를 복지관련 예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성장-복지라는 선순환 구조라고 하지만, 복지예산의 확대가 얼마나 일자리와 성장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성장이 일을 창출하고, 복지확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합리적인 방향이다.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높아지면, 정치권은 재빨리 복지예산 확대로 답한다. 그래서 예산은 경제행위가 아닌 정치행위이다. 경제적 합리성을 통해 보면 문제시 되는 예산안도 정치시장의 논리로 보면 합리적 행위가 된다. 그나마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한 정책의지를 보여준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서 어떻게 심의할지 복지관련 영역에서 특히 걱정이 된다.(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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