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바람의 실체를 깨달아야…정치 위기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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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근 당 회의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향해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면 이미 낙마했을 것”이라면서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백억 원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앞으로 검증돼야 하며, 모금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충분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다가 여성비하 발언 논란으로 출당된 강용석 의원이 연일 폭로전에 나서면서 논란이 된 대기업의 시민사회단체 지원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징인 서울시를 이끌어야 할 시장이 되기 위해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게다가 박원순 후보는 그간 노출 정도가 심했던 주요 정치인에 비해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인물이기에 과거의 행적에 대한 전방위적 검증 작업은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번 발언은 홍 대표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가 정점을 찍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부적절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강용석 의원 주장의 요지는 ‘아름다운 재단이 대기업의 기부를 받기 위해 참여연대가 대기업 옥죄기를 했다’는 것인데 현재 거론된 기업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는가 하면 참여연대는 역으로 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지원 문제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줄곧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불미스러운 일로 출당까지 당한 강 의원의 이번 박원순 폭로전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림수일 뿐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처지다.

요컨대 ‘펙트’의 정확성과 대기업의 시민단체 지원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라는 논란까지 있는 주장을 집권여당의 대표가 인용하면서 ‘낙마’ 운운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상대후보 흠집내기 수준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현 정권 집권 이후 드러난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와 견준다면 박원순 후보 관련 건이 낙마를 운운할 수준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

더 문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폭로·비방전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다는 사실이다. 정당이 겨루는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이 주요한 선거전략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젠 그런 전략이 국민에게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오히려 정치를 외면하게 되는 요소가 됐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홍준표 대표가 다음주 인터넷라디오 정치풍자 토크쇼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 박원순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전에 접어들면 정치권에서 진행될 비방전의 양상은 향후 한국 정치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은 정치 혐오증에서 촉발되고 또 귀결되고 있는 ‘박원순 바람’의 실체를 아직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가 후보 개인의 인기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증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좀더 분명히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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