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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2007년 가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전 의원을 대변인으로 기용했던 박근혜 의원이 조문을 할 것인지가 화제가 됐다. 그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전 의원이 박근혜 진영에서 이탈해 이명박 진영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두 사람 관계는 파탄 상태였다. 그래도 조화 정도는 보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조화는 없었다. 측근이 박 전 대표에게 뜻을 물었으나 일축됐다고 한다.

나경원 후보와 과거 앙금 지워야
박 전 대표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을 선언했다. 결심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나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경선 관리자인 강재섭 당 대표의 측근으로 대변인을 맡아 박 전 대표에게 거리를 두었다. 경선 후에는 이명박 후보를 위해 힘껏 뛰었고 이명박 정권 출범 후에도 박 전 대표의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을 적잖게 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엇갈린 게 대표적인 예다. 박 전 대표가 나 후보 지원 결정에 뜸을 오래 들인 것은 그동안 쌓인 앙금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 관심은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원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는 범야권 박원순 후보에게 약 10% 포인트 뒤지고 있다. ‘박근혜 효과’는 4∼5% 포인트 정도로 계산되고 있다. 박빙의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나라당에서는 이 정도로도 선거가 좌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측은 좌파 특유의 막판 결집력이 있고 세불리(勢不利)할 경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적극적 지지 활동을 기대한다는 계산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 여부 주목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박 전 대표가 과연 나 후보를 위해 전력투구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박 전 대표의 6일 나 후보 지지 선언은 나 후보를 특정한 발언이 아니다. “10·26 재보궐 선거를 돕겠다”고 했다. “(서울 말고) 다른 지역에도 보궐선거가 있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박 전 대표를 만나려고 오래 전부터 청을 넣었으나 둘의 만남은 이날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간단한 전화 통화에 그쳤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정당정치의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구원하기 위해 선거운동에 나선다는 명분을 잡았다. 요컨대 나 후보에 대한 흔쾌한 지원은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지난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한나라당이 선거에 졌을 경우 박 전 대표는 보수 세력으로부터 고립될 운명에 놓인다. 만약 박 전 대표 지원 없이 나 후보가 이겼을 경우에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축소된다. 어쩔 수 없어 선거 지원에 나서지만 썩 내키지 않는 마음, 전여옥 의원의 예에서 보듯 감정의 긴 뒤끝이 박 전 대표의 ‘선거의 여왕’ 신화를 무너뜨릴 수 있다.

‘박근혜 효과’ 입증하면 대선 탄력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 박 전 대표와 친박은 서울시만 따질 게 아니라 전국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것이다. 10·26 재보선에서는 서울시 외에 11개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도 치러진다. 이 중 전북 남원과 순창, 충북 충주 세 곳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의 승산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을 석권한다고 해도 서울시에서 진다면 누가 한나라당을 이겼다고 할 것이며, 정당정치의 위기가 극복했다고 말할 것인가. 요컨대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서울 말고 다른 지역’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어정쩡한 기회주의적 접근으로 이번 선거에 임한다면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 모두에게 뼈아픈 결과가 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잔 계산과 소아적 감정을 접고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 해야 한다. 그 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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