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기념좌담회

<투데이코리아>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7일 초선의원 4명과 함께 '초선의원들이 바라본 17대 국회와 대선'이라는 주제로 기념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진행됐으며, 본지 정치부 이은영 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번 좌담회는 본지가 올해 '창간 1주년'인 만큼, 17대 국회에 새롭게 수혈되어 돌풍을 일으켰던 초선들의 어제와 오늘, 정치적 소회를 듣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참석의원들 모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기발랄한(?) 발언들을 쏟아내 좌담회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본지는 17대 국회를 통틀어 가장 이슈가 될 만한 활동을 펼쳤던 스타플레이어들, 혹은 특색있는 경력을 지닌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패널 선정에 나섰다.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초선의원은 문병호(민주신당, 인천 부평갑), 배일도(한나라당, 비례대표), 이상경(민주신당, 서울 강동 을), 이은영 의원(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이었다. (이상 가나다 순)

문병호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민주-진보 단체의 대표격인 민변의 활동가 출신으로서 의정활동을 한 보람과 소회를 듣고자 했다.

배일도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대표격으로 초청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보수정당으로 꼽히는 한나라당으로 간 것도 이채로운 경력이지만, 딸 둘을 가진 아버지로서 여성 정치인 활동이 두드러졌던 17대국회를 바라본 소감이 궁금했다.

이상경 의원은 율사 출신(판사)이지만 행정고시를 합격한 경력이 있다. 또 전북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할 정도로 경제 행정 부문에 전문가다.. 한국경제를 분석할 능력이 있는 초선의원으로 생각돼 초청하게 됐다.

이은영 의원은 패널 중 유일한 여성의원으로서 17대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로스쿨제 도입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 의원은 학자 출신이 드문 17대 국회에서 모범적인 의원상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입법부인 국회를 '노는 국회'라고 일컫는다. 권력에는 가깝고 공직자로서의 의무는 져버린 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한 말이다. 그러나 이날 좌담회 만큼은 참석한 초선의원들 모두 자기반성과 의정활동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 '일하는 국회'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의정활동으로 바쁜 가운데 2시간 넘게 시간을 내준 의원들께 감사드리며, 본지는 앞으로 이런 자리를 정례화해 시사 이슈와 시대정신을 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한 계획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서 좌담회 기사를 게재한다.)

<사진설명=이상경, 배일도, 이은영, 문병호의원 (시계방향순)

이날 좌담회는 2시간 내내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7대 국회와 올해 대선에 대한 의원들의 솔직한 답변들이 오갔다. 의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의정활동에서 멀어지고 정치에 매몰돼 가는 것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국회의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생산적인 논의들이 이어졌다. '국회의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이번 좌담회를 통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문병호 의원은 “상임위 구성을 기능별로 하고, 소위도 다양하게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배일도 의원>
배일도 의원은 “대체적으로 선진국 국회는 열려있다”며 국회가 국민들과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경 의원은 “지금 국회에는 미국의 CRS와 같은 입법 조사처가 없다”며 의정활동을 도와주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은영 의원은 “4년이 지난 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평가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 : 17대 국회는 그 전에 비해 특이점이 많았다. 62%를 초선의원이 차지했고, 여성 의원도 두 자릿수가 되었다. 민노당도 원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굉장히 국회가 젊어진 셈이다.

초반에는 국회가 정책에 대해 고민도 하고 당적을 넘어 서로 교류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국회의원들이 상당히 게을러졌다. 법안은 많이 발표됐는데 처리율은 낮다는 통계도 있다. 스스로 17대 국회를 자평해 보자.

이은영 : 17대 국회는 처음부터 초선이 과반수를 차지해서 활동하기 편했다. 당 마다 문화가 달랐는데, 열린우리당은 초선이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여성의원들도 정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유롭게 목소리를 냈다. 투표도 당론 투표의 각론 밟지 않고 자유롭게 했다.

그러나 초기의 개혁 의지가 결국 16대 국회를 지배하던 관습과 관행에 발목 잡히고 말았다. 후반에 와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내려진 것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특권이 많이 줄어들었고, 깨끗한 정치를 한 편이다. 정치자금법, 선거법, 시민들의 고발 의식 등 제도와 외부적 여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일도 : '초선이 바라본 17대 국회'가 주제인데, 제 경우 '국회의원이 아니었다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바라본 국회'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정치의 부정적인 면은 계파정치, 지역정치, 돈 정치다.

돈 정치는 많이 사라진 것 같고 국민들도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계파 정치와 지역 정치를 대신할 만한 것을 초선들이 만들지 못했다. 처음에는 노력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당이나 계파를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행정부 견제'는 국회의 주된 임무 중 하나이다. 이는 초선 의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연 삼권분립이 제대로 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평소 의원 개인과 얘기를 나눠보면 같이 동의하면서도 당이 입장을 정리하면 의견이 바뀐다.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문제 등이 그랬다. 오히려 재선의원들보다 더욱 심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당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였다.

문병호 : 17대 국회 들어와서 초선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국회의 중심에 초선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처음에 초선이 70%를 차지했다. 108명이었는데 우리는 '108번뇌'라고 했다(웃음). 처음부터 초선들이 무질서하게 개인의 주장만 외치며 따로 놀았다.

<사진설명=문병호 의원>
반면 한나라당은 초선의 색깔을 제대로 못 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초선들이 여러 모임을 만들며 의욕을 보였다. 당시 초선들끼리 개혁하고 '줄서기' 하지 말자고 결의했음에도 지금보면 각 주자별로 줄서기하고 개혁 색깔이 없었다. 열린우리당 질서 없이 튀고, 한나라당은 초선답지 않았다.

또한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기 정말 힘든 부분이 바로 '지역구 관리'다. 지역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모법적인 상을 보여주는 초선 의원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경 : 초선들은 많이 방황했다. 단지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17대 국회의 개혁에 대한 요구의 방향을 잘못 짚고 방황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혁이 있었지만, 그것이 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었다.

정치가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 제시하는 과정인데 오히려 정치개혁 방향이 반대로 갔다는 의미 있는 지적도 있다. 법 개정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 지금도 동료 의원들이나 중진 만나면 국회의 역할에 대해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야를 떠나 자신의 역할을 축소 규정하는 것이다.

사회 : 국회는 '일 하는 의원'과 '일 하지 않는 의원'으로 나뉜다는 말도 있다. 본래 의정활동 열심히 하는 의원이 더 부각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

이상경 : 하나는 정책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치적인 이슈에만 관심을 둔다. 또 하나는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느냐가 지역의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도 당선 되자마자 '전 의원은 의정활동 잘 했지만 지역구 관리 잘 못해서 떨어졌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은영 :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당만 쫒고 몸을 사리는 사람들은 '천벌'을

<사진설명=이은영 의원>
받을 것이다.(웃음) 정치인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 일이 좋아서 일을 한다. 일을 안하면 재미도 없고, 그만큼 제 권력을 활용하지 않는 게 된다.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게 바로 권력의 행사다.

가끔은 선배 의원들을 보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국회 본회의장도 상임위에도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안도 거의 내지 않는다. 오로지 당 쪽의 정무관련 일만 하고 국회의원 본래 임무는 중요치 않다고 해서 놀라웠다.

배일도 : 개인적으로는 토요일 일요일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누구 한명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회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자기만족에 치우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시민단체에게 바라는 청교도적인 도덕성에 대한 기대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의원이란 국민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정부에 옳게 전달하는 대리인이지 '지사'는 아니다. 초선 의원들도 개인적으로 법안도 많이 내고 의정활동을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과 유리됐다고 본다.

사회 : 그렇다면 일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되야 한다고 보는가.

문병호 : 국회법에는 비회기 중에 상임위를 반드시 열도록 돼 있다. 위원장도 한 번 열게 돼 있어 총 두 번 열어야 한다. 비회기 중에도 국회를 열어서 평상시에도 국회의원이 일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꼭 무슨 법안이나 예산 심의할 때면 회기 막바지에 무더기로, 졸속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대의 국회의원 위상을 그대로 승계했다. 회관 건물도 딱 국회의원이 '폼 잡고 큰소리치라'는 구조다. 그보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오고 예산 편성 등 중요한 권한을 국회가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의원으로서 지역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오히려 행정부에 사정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상임위 구성도 기능별로 해야 하고, 소위도 다양하게 활성화 시켜야 한다. 환경도 대기환경과 수질환경으로 나누는 것이다. 각 상임위에 의원들을 소수 배치하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다수에 묻히다 보면 열심히 안 하는데 소수이면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18대 국회에 재선된다면 국회 시스템을 소위 중심으로 바꾸도록 할 것이다.

배일도 : 처음 국회에 들어와 본청을 샅샅이 둘러봤다. 그래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 했다. 국회 본청은 국민도 국회의원도 아닌 국회 공무원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다. 그러나 4년마다 바뀌는 국회의원은 본청에서 떨어진 의원회관에 방 하나를 내 준 것뿐이다. 국회에 담장이 둘러친 것이다.

대체로 선진국 국회는 열려있다. 언제든 국민이 볼 수 있다. 그 안에 들어와 데모 하는 사람도 없다. 국민의 수준 그대로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라면 그런 모습은 (국회와 시민) 양쪽이 다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법만 보더라도 큰 정당이 2개 있는데 왜 그 안에 생각이 똑같은 사람만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당정치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이상경 : 내 경우도 그렇다. 네 명이 발의했는데, 결국 당론을 따르다보니 본래 생각과 달라졌다. 지금 국

<사진설명= 이상경 의원>
회에는 미국의 CRS와 같은 입법 조사처가 없다. CRS는 지난 FTA 협상에서도 엄청난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하지 못했다. 의정활동을 도와주는 기구가 필요하다.

상임위도 보다 활성화 돼야 한다. 지금 공청회와 청문회 제도가 있지만, 자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법안 소위와 예산소위가 있지만 더 많은 소위가 있어야 한다.

헌법상 문제도 있다. 대통령제라는 게 작동하기 힘든 제도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두 개라는 것은 늘 갈등을 소지한다. 미국처럼 순수한 대통령제를 해서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고 예산 편성권 가지면 된다.

우리는 행정부에 권한을 주고 강한 대통령을 만들어 놓고, 국회에 의원내각제 요소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통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은영 : 내가 왜 열심히 일을 했는가 생각해 보면 그것은 국민의 시선이었다. 국민들이 일 잘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당근을 주고, 잘 못하면 채찍 주었다. 결국 국민의 시선은 언론을 통해서 나타난다. 국회방송이 생기면서 국회의 공식적 활동이 거의 다 방송된다. 그것 때문에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출석도 열심히 하게 하고, 발언도 많이 하게 했다.

<투데이코리아> 를 비롯한 언론들도 국회의원을 밀착취재 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에 임박하면서 이러한 언론의 기능이 마비됐다. 네거티브 공세로 쏠리면서 언론의 국회에 대한 감시기능도 거의 상실됐다. 국회의원이 줄서기 하지 말라고 하듯이 언론도 국회의원의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

4년이 지난 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튀거나 좋은 이미지의 사람이 인정받고 있다. 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그런 저의 경험과 비판적 시각을 담아 '관습의 정치'라는 책을 냈다. 곧 출판 할 예정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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