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투데이코리아=장혜윤 기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힘입은 서울시와 동작, 구로, 관악, 영등포구는 도림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중 문화공간으로 잘 꾸며진 관악구 관할지역은 지난 한 해 관악구민의 좋은 산책로이자 한강연계로가 돼줬다. 하지만 토사와 자갈로 뒤덮인 지금의 양상에 괜스레 구민들의 눈총이 쏠리는 건 과연 높아진 기대 때문만 에서일까?



○ 길이 11km의 도림천 중 6.7km가 관악구 관할인데, 그 중 1.4km이상이 막혀있다. 아직도 토사와 자갈들이 처리 안 된 이유는?

관악구관계자> 지난 장마로 인한 것들은 다(?) 치웠다. 아직 치우지 않은 부분엔 산책로가 없다. 잘 다니지 않는 곳이고, 2014년 완공예정인 강남순환고속도로와 공사상 겹치는 부분이 있어 서울시측과의 공동작업이 필다.

○ 그럼 2014년까지 방치되는 건가?

관악구관계자> 구 예산으로는 부족하다. 강남순환고속도로 공사를 할 때 시의 예산을 빌어 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관계자> 삼성교 이래까지 막혀있다고 했는데, 사실상 강남순환고속도로랑 겹치는 부분은 서울대 입구부분 쪽이다. 따라서 그 이전에 공사가 가능하고, 강남순환고속도로가 2014년에 완공예정이라고 할지라도 서울대 입구 부분이 2014년에 공사가 끝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공사가 될 것이다. 강남순환고속도로 자체가 아직 예산이 다 잡힌 사업이 아니다.

○ 도림천은 비가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비가 올 때는 유속이 빠르다는 특징도 있다. 유속과 유량, 둘 다 고려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유량만 고려한 것 같다. 하천 일부가 토사로 막혀 있다.

서울시관계자> 영등포, 구로, 관악, 동작 등 4개 구청이 도림천에 접해있다. 도림천 설계시 설계는 용역사에 외주 줬었고 수자원분야 전문가가 전문지식 동원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설계한 것으로 안다. 특히 호안 경비에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상류, 중류, 하류에 맞춰 설계됐다.

○ 사실 폭우 전부터 문제는 있어보였다. 관악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물길에 쌓여 있었다. 심지어 도림천 곳곳에서 하천 폭(물이 흐르는 부분)이 1m 로 줄어든 부분도 종종 보았다. 설계부족인가, 관리부족에 기인한 건가?

관악구관계자> 도림천은 서울시에서 전체를 일괄해 설계했다. 관리가 각 구에 위탁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악산 자락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구에서는 재난 이전인 5월에 시 재난기금을 요청해 준설공사를 했다.

서울시관계자> 처음엔 일괄해서 설계하다가 관악구 쪽에는 빠진 부분이 있다. 서울대 입구 부분엔 복개구간, 반복개구간이 있는데 철거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두돼, 일부만 서울시에서 설계하고 나중에 구청에서 독립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하천보다 자갈길에 유사한 도림천 실태의 원인이 전체 구간인지 아니면 상류구간인 서울대 입구 부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관악구 실시구간 6.7km 중 서울시 설계 완료 구간은 1.8km에 해당하는 구간뿐이며 3.5km는 구비로 설계 조정했고 또한 용역설계비도 구비로 충당, 시설공사비는 시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해 봤을 때 설계는 공동책임이지만, 관리는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치 않다.

○ 이대로라면 내년 홍수 때 쌓인 돌들로 물이 범람할 위험은 없는지?

관악구관계자> 내년 말까지 저류조가 설치예정인 것으로 안다. 우기시에는 관악산 저류조 터파기 공간과 강남순환도로 굴착터널을 임시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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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악구(당시 구청장 김희철)는 지난 2005년 9월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서 개최된 ‘제5회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샵’에서 ‘빗물을 이용한 도림천의 자연형 하천 복원 방안’발표를 통해 관악구 도림천을 제2의 청계천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도림천의 홍수피해와 건천화를 방지하고 동시에 생태하천으로서의 역할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관악산에 ‘저류조’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돼있었다. 5년 전과 같은 정책을 올해 다시 제안한 것은 재해 대비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한 2006년 송영길 구의원이 도림천 교량 21개중 19개가 규정 미달상태이며 홍수시 기능이 상실된다고 시민모임에서 한 말은 위험성에 대한 경고였다.

“도림천 범람은 예정된 인재다.”라며 민주당 유기홍의원이 지난 8월 1일 성명서에서 했던 주장은 이로써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예상되는 재해방지시설비용을 요청했었는데 서울시가 묵살해버렸다는 언질은 안전대비에 둔감한 시청 태도를 시사한다.

관악구청장.jpg건천이라는 악조건, 관악산이 돌산이라 물을 품을 수 없어 생태계가 결국 파괴될 거라는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던 도림천 공사다. 결국 그들의 말대로 실패로 끝날지 아니면 다시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여름이면 준설공사를, 겨울이면 제설작업을 해야 하는 노고 많은 공직자들이 비난을 피하려면 윗선에서 복원사업상태의 합리성을 설명하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구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관악구청조차 홈페이지에 적시했던 지하수 고갈가능성, 시한부 하천이라는 주민 단체의 예상. 그 대비책은 무엇이었나? 예견된 재해에 무대책, 무실행의 일관된 응대는‘실천 없는 약속’을 하는 공직자들의 나쁜 관행이다.

사시사철 흐르는 강으로 만들겠다던 구와 시다. 도림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접근이 필요하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상처 깊은 식의 복원이 되지 않으려면 위락시설의 편안함보다는 생태학적 안전성으로 구민을 설득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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