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센터 사업심사에서 특정업체 봐주기 의혹제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 중인 건강증진센터 설치·운영사업이 사업자 선정과정의 각종 의혹들로 사업차질과 예산낭비가 초래됐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합 민주신당 노웅래 의원(보건복지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증진센터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약 10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출발부터 의혹투성이

건강증진센터 설치·운영 사업은 4대 고위험군(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을 중심으로 개인별 맞춤형 운동·영양처방, 상담 및 운동지도 등 사전예방 차원의 건강증진프로그램 운영사업으로 국민들의 건강수명을 연장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공단의 대표적 추진 사업이다.

노웅래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검토를 통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보험공단 직원들이 유관업체와 상당부분 유착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했다.

공단은 수원동부, 청주서부, 대구달서 등 3개 지사에 대해 첫 시범사업 대상지로 지정했으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최종 사업자로 결정된 O업체의 장비·프로그램 개발자와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인사들을 상당수 평가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사업 주관사로 선정된 O업체의 이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경희대 C교수의 추천만을 받아 외부 평가위원을 구성했으며, 실제 C교수의 추천을 받아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위원들은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거의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보험공단은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해야 할 평가위원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노웅래 의원은 공단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 봐주기식 행태들을 곳곳에서 보여 왔다는 새로운 의혹들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 ▲공단 상임이사가 전례없이 내부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점 ▲공단 이사장의 P비서실장이 특정업체 현지 확인점검 출장을 직접 다녀왔다는 점 ▲사업부서에서 '협상계약방식'을 제시했으나 계약부서에서 '2단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해 최종 채택한 점 등을 꼽았다.

이어 공단측이 첫 번째 시범사업 사업자선정 실패로 인해 이미 시공을 마친 시설에 대한 지급금 4억 2천만원과 5차례에 걸친 중간점검과 변호사 자문비, 이후 계약 파기된 업체가 소송 제기시 소요된 소송비용 등을 더해 약 10억원의 국민혈세인 공단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웅래 의원은 "시범사업 추진과정에서 초기 사업자로 선정돼 계약한 B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고 재입찰해 O업체를 선정한 것은 공단 스스로가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실 검토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월 12일에 첫 시범사업의 사업자 선정평가에서 B업체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B업체가 5차례에 걸친 중간점검 평가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공단은 B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했고 이듬해인 금년 3월 27일 본 사업의 재입찰에서 O업체가 최종 선정돼 5월 초에 개소하기에 이르렀다.

금년 7월에 있었던 건강증진센터 6개지사 확대 사업도 O업체가 최종 선정돼 사업을 계속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노웅래 의원은 "감사원과 검찰의 진상조사를 통해 위와 같은 사업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라야 하며 정부기관들의 게약 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설치·운영 중인 3개소와 추진 중인 6개소 외에 약 767억원을 투입해 178개 전지사에 건강증진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대규모 국고지원 사업이므로 비록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지만 이후의 건강증진센터 설치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잘잘못을 반드시 가려내 국민 혈세인 국가 예산들이 헛되이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전반에 대한 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 "사실 무근이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은 전면부인했다. 최종사업자의 관련 인사들이 사업자 선정시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공단은 평가위원은 총 9명으로 이중 2명이 6∼7년전 O업체 연구용역 사업을 수행한 사실이 있었으나 현재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건강증진센터의 사업부서인 건강관리실의 한 관계자는 "C교수의 추천을 받아 외부 평가위원을 구성한 것은 C교수가 건강증진센터 1곳을 실제로 관리·운영하고 있어 이미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데다 이 분야 전문가이기에 추천을 받았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공단 상임이사가 전례없이 내부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상임이사가 이 사업의 총괄책임자이므로 사안에 따라 책임성을 가지고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이사장의 P비서실장이 특정업체의 현지 확인점검 출장을 직접 다녀온 이유에 대해 이사장이 작년에 취임한 후 건강 증진과 보건예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공사를 낙찰한 회사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이 문제를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실무부서 직원 3명과 현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업자 선정 시 애초에 사업부서는 '협상계약방식'을 제시했으나 이후 계약부서에서 '2단계 경쟁입찰방식'으로 바꿔 특정업체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있다. 사업부서 관계자는 "협상계약방식의 경우 기술 80%, 가격 20%의 비율로 사업자를 평가한다. 이럴 경우 불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고 가격면에서의 평가 비율이 낮아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계약 부서의 의견을 받아들여 계약 방식을 바꿨다"며 공단내부인사와 특정업체가 유착관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초기 선정한 B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한 것은 B업체가 건강증진센터에 필요한 장비시스템을 갖추지 않은채 덤핑 가격에 입찰에 참여해 처음에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후에 점검 과정에서 건강증진센터를 설치·운영하기에 부적절한 업체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이 제기한 예산 10억원 낭비주장과 관련해서는 이미 시공된 시설의 경우 진행 사업에 계속 활용되기 때문에 낭비가 아니고 변호사 자문비용과 소송비용의 경우 별도의 지출이 없다고 했다. 다만 5차에 걸친 중간점검비용 375만원 만이 손해를 봤다고 인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업과정 중 발생한 문제는 업부의 하나라고 본다"며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편 노웅래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책임자 색출과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