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 구조상 재계 아닌 정계서 조정…정책 법안 마련이 우선

NISI20111020_0005328801_web.jpg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최근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카드사와 음식점 업주들 사이의 파열음이 거세지고 있다. 음식점 주인들은 “안 그래도 서민 경제가 어려워져 식당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카드사들은 앉아서 고율의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카드사들은 “우유 한 드럼 사는 곳과 한 병 사는 곳의 우유 값을 똑같이 받을 수야 없지 않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지난 18일, 송파구 올림픽경기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열고 "카드 수수료율을 1.5%로 내려야 한다. 카드사에서 발표한 1.8%의 수수료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남상만 음식업중앙회장과 음식점 주인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할인점 또는 종합병원과 교육기관 등 대형업체에 해당하는 업종에 적용하고 있는 1.5%대의 카드 수수료율을 일반음식점 등 자영업종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음식점 경영에 있어 카드 수수료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용은 분명 큰 부담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1.8% 카드 수수료율을 1.5%로 더 낮춰준다고 해서 손님이 늘어나거나 운영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카드사 수수료율이 아니라, 국내 자영업자들이 지나치게 많아서 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해마다 늘어나는 자영업자들로 동종업체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OECD 35개국의 자영업자 비율의 평균은 16%인데 반해, 국내의 자영업 비율은 32.8%로 무려 2배가 넘는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버리는 ‘오버플로’(overflow)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내년 총선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학 등록금' 등 무상 복지, 반값 논쟁 등을 거듭했던 정치인들의 시선은 이제 '신용카드 수수료율'로 옮겨졌다. 소비자들과 카드사 간 공방에 "대형유통업체나 소상공인, 영세상인 모두 똑같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아야 한다(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여러분들(음식중앙회) 요구대로 골프장, 백화점 등과 똑같이 1.5%선으로 낮추겠다(민주당 손학규 대표)"며 정치권이 가세했다.

정치권이 이슈를 좇아 해결사를 자처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게다. 하지만, 그들이 집회나 결의대회에서 무리하게 수수료 인하를 약속하거나 수수료 차별금지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국민들 눈에는 선거의 표를 의식해 공약과 약속을 남발하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도 이들이 요즘 이슈의 현장으로 득달같이 달려가서 정책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이유는 내년 선거에서 그들이 표를 구걸해야 하는 487만명(2009년 기준) 유권자들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카드사의 수수료율 문제는 정치권에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은 어떤 문제가 불거져나오면 뒤늦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에 대한 졸속 대책을 만들거나, 특감을 만들어 왔지만 제대로 해결된 기억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영화 '도가니'가 그랬고, 지난해에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건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 그나마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도 못했다. 그때그때마다 정치권의 대응은 용두사미-그 자체였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굳이 정치권이 나서겠다면, 카드사 수수료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을 마련하고 난 후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의도와 국회가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의 소굴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