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잡스.jpg

스티브 잡스 사후, 전 세계적으로 그에 대한 추모와 관심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IT기기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으로 전환한 비율이 높은 국가 때문인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어김없이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어야할 제도에 대한 논의도 크게 일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지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창의적 사고를 제고시키는 교육환경 조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스티브 잡스는 나쁜 경영자이기도 하다. 최소한 도덕적으로는 말이다. 애인이 낳은 자신의 아이를 부정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자 회사내 경쟁자를 쫓아내고 그의 프로젝트를 가로채는 등 염치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쫓겨나기 이전의 이야기라 치고 애플에 복귀한 이후의 그의 행동을 회상해도 여전히 도덕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력했으나 자신의 주문에 못 미치게 디자인했던 직원을 해고까지 했으며, 트레이드마크가 된 터틀넥을 주문하기 위해 일본에 있던 의류회사 직원을 미국까지 오게 만들어 제작토록 만든 비화도 전해진다.
자신은 리드대학을 다녔고 중퇴했음에도 직원은 일류대학인 스탠포드 출신을 우대했다는 소문도 있어 한국 사회에서라면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상당한 곤욕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확한 직관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밀어붙여 획득한 성공의 열매가 그의 어두운 반면들을 모두 가리고도 남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도록 만들고 있다.

운영체제(OS)의 독점이 성공의 원동력

그렇다면 무엇이 그에게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10년 전만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IT기업은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던 환경을 무엇이 짧은 시간 안에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이 됐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동일하게 운영체제(OS)로 경쟁해서 PC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IT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여 기회로 만들었다. 애플로 돌아와 아이맥(iMac)을 성공시킨 이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처음 선보였을 때 신제품 발표에 기대가 컸던 애플 마니아들조차 반신반의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이 차세대에 독점력을 갖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iTunes의 성공을 위해 음악계의 거두인 U2를 직접만나 설득했으며, 영화계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차림을 버리고 턱시도로 갈아입고 참석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던 것이다. iTunes의 성공은 결과적으로 iOS를 장착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애플은 이렇게 성공시킨 운영체제인 iOS를 바탕으로 전세계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다.

애플의 IT기기 운영체제인 iOS는 현재 수익의 원천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보장해주는 원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는 이러한 iOS의 가치에 쉽게 무임승차하려는 기업도 나타났었다. HP가 인수하기 이전 Palm사는 자사의 운영체제인 web OS를 통해 Palm기기를 iTune에서 애플 기기로 인식하여 접속되도록 하는 기능을 포함시켰던 적이 있었다. 한때 PDA기기 시장의 일등 기업이었던 Palm의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해볼 때, 참으로 속도 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이러한 Palm측 행동에 대해 애플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저지했다. Palm은 이러한 애플의 대응에 스마트폰 OS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유럽위원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Palm이 미국에서는 당연히 제소하기 어려워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금지규제 적용에 더 적극적인 유럽위원회에 제소하려 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Palm측의 포기와 이후 HP로 인수되면서 흐지부지 됐지만 애플 운영체제의 가치를 다시금 알려주는 사례가 됐다.

무형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관련제도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검은색으로만 생산되던 아이폰이 얼마전부터 흰색 제품으로도 판매된다고 회자됐던 적이 있다. 겨우 색상을 바꾼 것이 뉴스가 된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이폰은 하드웨어 자체만으로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기 어렵다. 액정크기도 3.5인치밖에 안되고 배터리도 교체하지 못하며 메모리디스크를 추가할 수도 없는 등 제약이 크다.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아이폰4S도 4세대 데이터통신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애플은 고장난 아이폰을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며 담뱃재가 떨어진 맥북은 수리를 안해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폰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독점적으로 iOS를 장착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승자독식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자독식하던 IT시장은 다시 승자독식의 유인을 갖고 도전한 스티브 잡스의 노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승자독식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독점력의 원천이 되는 무형자산에 대한 재산권보호가 확보되어야만 독점력에 도전하려는 유인은 제고될 수 있다. 독점을 무너트리는 것이 독점하려는 유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산권의 보호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이다. 특히 무형의 재산일수록 보호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경제가 하드웨어가 강한 것은 그나마 유형의 자산에 대해서는 재산권 보호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형의 자산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호를 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져버린다.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와 같은 정확한 직관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선도하는 경영자를 바란다면 그러한 준비로서 재산권 보호를 제고시키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할 선결 과제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