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폴리테이너·안철수 편지 등 젊은층과 거리 좁힐 감성 정치 부재


한나라.jpg
26일 저녁 한나라당사 상황실에 마련된 10·26 재보선 TV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한나라당 홍준표대표 및 지도부가 출구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크게 앞서자 홍준표 대표및 당직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선거일 전까지 당의 자원을 총동원해 나경원 후보를 지원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틀렸다고 투표로 말했다.

초반엔 나 후보가 불리했다.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경험칙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유효했다. 여기에 정치불신이라는 정서가 선거판을 뒤덮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과 측근 비리 의혹은 나 후보를 지치게 했다.

악재에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극복해 나갔다.정치위기라는 명분으로 4년만에 박근혜 전 대표가 힘을 보탰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나 후보 캠프는 "네커티브"라는 비판 속에서도 박원순 후보를 집중 검증했다. 좌클릭 된 여당을 못마땅해 했던 보수단체도 나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조직력이 통했다. 선거 막판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다. 당 내에선 "해 볼만하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상대가 달랐다. 중원을 놓고 싸웠던 과거의 민주당이 아니었다.
박 후보의 조직적 기반은 트튀터 등 SNS였다.뒷배는 안철수 서울대융복합대학원장이 버티고 있었다.
SNS를 통한 투표 독려 및 인증샷 놀이, 그리고 안철수 편지는 2~30대 젊은층과 통했다. 감성 정치가 박 후보가 가진 무기였고 선거전략이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보면 박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특히 30대의 경우 박 후보는 75.8%의 지지율을 보였다. 23.8%을 얻은 나 후보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한나라당에선 이런 정치와 선거전략이 없었다. 대신 박 후보에 대한 지루한 검증만이 대신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같은 스타성을 보유한 우파 트위터리안도 없었다. 김제동·김여진 등 폴리테이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에 열광한 청춘들에게 철저히 짓밟혔다. 안철수 원장에 맞선 박근혜 전 대표의 수첩 이벤트도 허사였다.
보수우파진영이 속수무책 당한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부산 동구에서의 승리소식이다. 부산·경남(PK)의 민심이반 조짐이 동구청장 선거에서 확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로 한시름 놓게 됐다. 부산에서 거세게 불었던 문재인 바람도 차단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외면할 명분이 없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퍼져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에 이기든 지든 한나라당은 대변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뼈를 깍는 각오로 쇄신해 나갈 것"이라며 "더욱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국민 곁으로 다가가 서민들의 어려움에 더욱 귀기울이고 그분들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