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14살 난 여중 2년생이 수업 중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 31살 난 여교사가 그러지 말라고 제지했다. 훈계를 받던 여중생이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교사가 당연히 막아섰다. 그랬더니 여중생이 대들었다. 둘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여중생 부모는 학교당국의 전학 결정에 완강히 불복하고 있다. 이게 우화(寓話)속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공교육현장에서 엊그제 벌어진 생생한 실화다.

이건 물론 한 개 사례다. 한 개를 보고 전체가 다 그렇다고 말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상징성이라는 게 있다.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더군다나 교사 알기를 우습게 알고 쌍욕을 해대고 대들고 맞상대를 해대는 사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한 개 사례를 넘어 이 시대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대의 추세는 뭔가? 천(賤)함, 상스러움, 막돼먹음, 막가기, 깽판, 막장, 통제 불능, 때려 부셔다. 일부 텔레비전 연예오락 프로와 인터넷, SNS의 풍속도를 봐도 이건 정말 갈 데까지 가자는 식이다. 갈 데까지란 어디까지인가? 땅 밑 깊숙이 암장되어 있는 용암이 화산구멍을 통해 폭발하는 바로 그 임계점이다. 그 임계점을 넘어 용암으로 지구를 덮겠다는 기세다.

정치로 표현하자면 무정부주의, 인간에 비유하자면 중국 천안문 광장의 홍위병 같은 유형이다. 일부는 이를 두고 ‘해방’이라 미화한다. 그러나 인간이 이성과 감성의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할 때, 건강한 이성도 아름다운 감성도 아닌 조악(粗惡)한 성정(性情)을 최대한 부추기는 이런 상황은 자폭(自爆)의 길이란 말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음모가, 조직자, 선동가, 연출가, 연기자, 그리고 이들의 조반유리(造反有理, 대드는 것은 옳다)의 각본, 어망(魚網), 미약(媚藥), 환각제, 흥분제에 낚이고 취하는 청소년 대중의 소용돌이-이게 지금 광야를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있다. 이를 두고 곁에서 누가 “성현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쩌고, 눈치 없이 굴었다가는 코 깨지고 허리 부러지고 무릎 나가기 십상이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공교육 현장에는 ‘학생 인권조례’ 운운 하는 것도 있다. 말이야 ’인권‘ 하면 좀 좋은가? 그러나 그것 역시 조반(造反)을 아예 법으로 정해주는 면제부 아닌지? 이러니 기승할 대로 기승한 학생님이 선생 X 머리채 잡는 것쯤이야 여반장(如反掌, 손바닥 뒤집기)일 것이다.

그래, 갈 데까지 한 번 가봐. 누가 말린댔나? 한없이 가보라니까. 소돔과 고모라가 2등 했다고 엉엉 울고 갈 때까지...
(cafe.daum.net/aestheticismclub)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