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jpg

[투데이코리아=이성수 기자] "축구인생, 승부차기까지 왔다. 현역 유지여부는 반반이다." ‘테리우스’ 안정환(35)이 중국 프로축구 다롄 스더에서 3년간의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안정환은 인터뷰에서 “K리그 복귀와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쉬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며 “현역생활을 유지할지는 반반이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2009년 다롄 스더에 입단해 3년 동안 뛰었다. 그의 축구 인생 중 가장 오랜 시간 뛰었던 팀으로 기록된 만큼 다롄 스더에 대한 애정은 컸다.

그는 “중국에서 새로운 리그를 경험했고 중국 문화와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며 “다롄 팬들이 고별전을 굉장히 성대하게 치러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3년 동안 재미있게 잘 지냈다”고 덧붙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23명의 태극전사들이 하나둘씩 현역에서 물러나 이제 설기현, 이운재, 김병지 정도가 K리그를 지키고 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부산아이파크 감독,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 등은 현역에서 물러나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을용이 강원FC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이에 안정환은 "같이 더 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져서 아쉽고 나도 선수 생활을 접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개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지인들의 생각도 듣고 어떤 것이 합당한지 잘 따져 경솔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뼛속까지 축구인이었다. 자신의 남은 선수생활을 축구에 빗대 "전,후반 다 뛰고 연장전까지 끝났다. 지금은 승부차기 3~4번째 키커 차례까지 온 것 같다"고 은퇴시기가 다가왔음을 내비쳤다.

안정환은 이탈리아(페루자), 프랑스(FC메츠), 독일(뒤스부르크)에서 유럽무대를 경험했고 일본의 J리그, 중국의 슈퍼리그 등 많은 해외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평소에 뛰고 싶어하던 스페인리그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국 나이로 36세인 안정환은 “마음은 뛰고 싶은데 나이가 많다. 무보수라도 받아줄 스페인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여러 리그를 경험한 것이 행복하다. 여러 가지 문화와 언어, TV에서 보던 유명 선수들과 뛰었던 것들이 다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자신의 축구인생에 만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리그로 이탈리아(세리에A)를 꼽은 안정환은 "가장 만족스럽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골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넣은 2002년 헤딩골이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헤딩 역전골을 터뜨리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 골로 이탈리아 축구팬들의 ‘역적’이 돼 페루자를 떠나야만 했다.

이제는 아들과 딸을 둔 어엿한 가장인 안정환은 여느 부모와 같이 아이들을 제일 우선순위에 뒀다. 자녀의 교육적인 부분이나 생활환경을 고려하는 눈치다.

호주나 미국 등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나만 생각해서 살았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가족들을 위해 살아보려고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안정환은 "한국 팬들의 사랑 덕분에 외국에서 잘 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열심히 해서 응원해준 팬들에 보답하고 싶다"며 말을 끝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