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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대장 추락사

김형일 대장 추락사 '히말라야 비극 잇달아'

[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히말라야 촐라체(6440m)를 등반 중이던 두 명의 산악인 김형일 대장이 추락사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대한산악연맹과 후원사인 K2코리아는 촐라체 북벽을 등반하던 '촐라체 원정대' 김형일(43) 대장과 장지명(32) 대원이 11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정상을 오르던 중 추락사 했다고 12일 밝혔다.

K2코리아에 따르면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은 북벽 6000m 지점을 올랐을 때쯤 사고를 당했다. 정상을 불과 400여m 앞둔 지점이었다.

원정대는 지난 10일 오전 8시께 베이스캠프(4300m)를 출발해 오전 10시15분 북벽 시작점에 도착했고 11일 오후 1시까지 무박으로 촐라체 북벽 5800m까지 올랐다. 김 대장 일행은 경사가 심한 북벽에서도 휴식 없이 계속해서 등반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오후 2시 김형일 대장은 "탈수 증세가 심하다. 경사각 80도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할 것 같다"며 베이스캠프와의 마지막 교신을 남긴 채 추락사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캠프에서 망원경으로 원정대를 관찰하던 임일진(42) 이일영(41) 대원과 현지 조리사 1명은 북벽에서 "뭔가 물체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한국에 김형일 대장 추락사 소식을 전했다.

이일영 대원은 위성전화를 통해 "노란색 자켓(장지명 대원 추정)이 추락하고 잇따라 파란색자켓(김형일 대장 추정)이 추락했다"며 "김 대장과 장 대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후 수색에 나섰던 임일진·이일영 대원은 11일 오후 9시30분께 촐라체 북벽 5000m 부근에서 시신을 찾았고 베이스캠프 인근에 안치시켰다.

K2코리아는 "오전 사고 현장으로 헬기를 급파했고 베이스캠프에 있는 시신을 카트만두로 운구할 예정이다. 또 김 대장의 후배 안치영 씨와 김성용 씨를 사고수습 선발대로 카트만두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K2코리아는 전날 오후 8시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대책회의를 소집해 가장 먼저 유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촐라체 원정대는 지난달 20일 촐라체 알파인스타일 등정을 목표로 출국했다. 그러나 출국 탑승 직전 박영석 대장 일행 사고 소식을 접하고, 카트만두에 도착한 이튿날 곧바로 안나푸르나 현지에 합류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이후 대한산악연맹에서 파견한 2차 구조대와 임무를 교대하고 촐라체 등반을 준비해 왔다.

촐라체 북벽은 네팔 동부의 쿰부 지방에 위치한 해발 6440m의 거벽으로 그 길이만 베이스캠프에서 약 1,500m에 이르며 가파른 경사의 빙벽과 바위로 이루어진 험난한 지역이다. 내리는 눈 마저도 쌓이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급하며 위험한 히든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새)와 눈사태는 물론 폭풍설이 쉴새 없이 공격하기 때문에 그 도전이 쉽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5년에는 촐라체 북벽에 도전하던 박정헌 대장과 최강식 대원이 정상 등정 후 하산하는 과정에서 등이 조난당했다 5일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사망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故 김형일 대장은 2001년 히말라야 로체(8516m) 등정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간 히말라야 8개 봉우리를 오른 업적을 남겼다. 2005년 히말라야 트랑고타워-네임리스타워(6239m)에 코리아 신루트를 개척해 2006년에는 대한민국산악대상 개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히말라야 2개의 봉우리에 신루트를 개척하며 산악계에서 진정한 알피니스트라는 평을 받아왔다.

故 장지명 대원은 지난 2008년 고산등반에 입문해 6000m~7000m의 봉우리 4개를 오르며 차세대 등반가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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