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호루라기·북·꽹과리…'선거법' 아랑곳 안 해

17일 서울에서 치러진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는 14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시종일관 뜨꺼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마지막 연설회'라는 것을 의식한듯 상대 후보의 연설 도중 야유를 보내거나, 장내 진입이 금지된 각종 응원도구를 사용하는 등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특히 연단을 중심으로 2층 응원석 좌우 양편에 위치한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서로 마주보며 세대결을 펼쳤다.

세번째 이 후보의 연설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질서를 유지하던 지지자들은 뒤이어 연단에 오른 박 후보의 순서에 이르자 야유가 터져나오며 일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발단은 박 후보의 연설이었다. 박 후보는 연설을 통해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며 "떳떳하다면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라고 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동의서만 갖다 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어 "주가조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BBK는 누구 회사인가"라면서 "음모론만 외친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이 후보측 지지자들이 "그만두라"고 소리치며 극렬히 반발했다.

이 후보측 전재희 의원이 지지자들을 향해 손으로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이 후보측 응원단들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사용된 응원도구 역시 지난 연설회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플래카드는 물론, 호루라기·북·꽹과리 등 이른바 '금지품목' 들이 총동원됐다. 이 후보측 지지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자 박 후보측에서는 미리 준비한 파란 손수건을 흔들었다.

보다 못한 사회자가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지금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플래카드를 내려달라"고 주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편 원희룡, 홍준표 두 후보측 지지자들 중에는 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티셔츠에 적힌 문구를 각기 다르게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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