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하필 가장 돈 필요한 시점에…석 달간 직원들 월급도 못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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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법 시행으로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1월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부실·부적격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건설업 등록 심사기준과 사후관리 강화를 담은 건설업 관리지침(국토해양부 예규)을 개정,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관리지침에 따르면 일시적 조달 예금 확인기간은 종전의 30일에서 60일로 확대됐다. 정부는 출처가 불분명한 예금에 대해서는 60일(연말결산일 포함)간의 은행 거래 내역을 확인함으로써, 사채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본금 기준을 충족한 후 되갚는 편법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건설업 관리지침에 따라 연말까지 맞춰야 할 자본금은 면허 종류별로 토목공사는 2억원, 철근콘크리트 2억원, 건축 5억원, 토목 7억원, 조경 7억원, 토건 12억원 등 최저 2억원에서 12억원에 이른다.

만약 자본금 유지기간을 맞추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된다. 또한 자본금 미유지 건으로 2번 이상 적발될 경우 건설 면허가 취소되는 등 퇴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일시적 조달 예금 확인기간’이 자금유통이 가장 절실한 연말부터 연초까지라는 점이다. 자금이 가장 절실한 때에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황당한 조치가 돼 버린 것이다. Y종합건설주식회사의 한 대표는 21일 본지와 만나 “건설업법의 폐해로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이 다 죽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일시적 조달 예금 확인 기간에 민족의 명절인 구정과 신정이 모두 다 있다. 돈 나갈 곳이 많다는 뜻이다”이라면서 “그런데 이 조치 때문에 12월부터 다음해 3월1일까지 직원들 월급까지 모두 보류해야 할 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이 지침을 시행하려면 6월부터 8월까지 했어야지 왜 돈이 가장 필요한 연말 연시를 기준으로 했느냐는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이 법안으로 인해 건설업의 종사자들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세계금융대란 이후 국내에선 그간 경기를 이끌던 건설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경기 전반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한파의 가운데에 놓여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일거리는 많이 늘었지만 모든 건설 사업이 이곳으로 몰려감에 따라 지역 중소업체의 수주량은 오히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사정이 어려운 지역 중소업체를 살려야 할 판국에 되레 악법으로 이들의 목줄을 죄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 조달 예금 확인기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종전부터 자본금 유지기간 때문에 중소건설업체들은 사채시장의 고금리 단기대출을 활용해 근근이 메웠다. 하지만 기간이 갑자기 30일에서 60일로 늘어나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요구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중소건설업체들이 매달릴 곳은 사채시장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월 5부 이상의 고금리 사채를 쓸 수밖에 없으니 이 법으로 사채시장만 배만 불려준 꼴이 된 셈.

생존을 위한 지역 중소업체들의 이런 몸부림은 국가에 경영 상태를 허위로 보고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는 셈이고, 이는 튼실한 경제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실태 파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지역의 중소업체들은 보완책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진정서를 꾸준히 제출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계년도 말이 기준이기 때문에 연말 결산일이 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연말결산서류와 (심사가) 상관없이 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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