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쇄국주의의 잔재를 극복하고 세계화 국가로 한 단계 더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한미 FTA 비준안 통과는 조선왕조 말 이래의 은둔이냐 개방이냐의 긴 갈등의 역사를 개방 쪽으로 정착 시키는 또 하나의 이정표였다.

개방에 따르는 코스트가 물론 왜 없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는 그 코스트보다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 그리고 그 이득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용기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는 것, 아울러 한국의 국민과 리더들이 그 용기와 지혜를 최대한 발휘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결정론적 비관주의자들은 그 코스트를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두더지 주의(主義)’로 나가려 한다. 그리고 개방론자들을 ‘매국노’ ‘제2의 이완용’ ‘식민지화’ ‘종속’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교설(敎說)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미신에 불과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세계시장과의 접속을 내걸고 출발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성공신화가 그 미신을 폐기처분 했다.

대한민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탈락한 자들의 문제도 이제는 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두더지 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시장, 법치주의의 헌법가치 속에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이미 실패한 포퓰리스트적인 모델을 굳이 고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다수 야당 의원들이 속으로는 “우리가 동의해 줄 수는 없고 너희들이 강행통과 시켜라“고 바랐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나라당은 당당히 나가되 야당을 도닥거려 주어야 할 것이다. 체면을 살려주면서... 그러면서 민주당 온건파의 깊은 성찰을 촉구하고 싶다. 도대체 개방과 세계시장 말고 우리가 살길이 어디 있느냐고도 묻고 싶다.

FTA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용기와 지혜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요구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대한민국은 해내고야 말 것이다.(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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