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로 충격 안겼던 SK, ‘반성은 결국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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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한결, 이규남 기자] 10년 넘게 은행 지배를 받던 하이닉스가 최근 SK그룹의 품 안에 들어왔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하이닉스 및 채권단과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하이닉스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세계 2위 반도체 회사로 ‘반도체 왕국’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하이닉스가 SK에 인수되자 업계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M&A는 일반적으로 사업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한 방안으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위험부담 역시 존재한다. 바로 ‘승자의 저주’라는 악몽이 그것. ‘승자의 저주’는 인수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인해 대기업이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 어려움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M&A 소식이 알려진 시기와 맞춰 SK그룹 총수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터졌다. 대기업의 오너일가가 회삿돈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충격의 강도가 유독 컸던 이유는 재계 3위라는 SK그룹의 위상과 더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에도 한 차례 비자금 문제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검찰의 칼날이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까지만 도달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최 회장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검찰에서 조사를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재계에선 근거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그 대부분이 SK그룹의 도덕성을 지탄하는 것들이다.

만약 검찰이 최 회장을 소환하게 된다면 분식회계, 횡령 등으로 10년 동안 두 번씩이나 검찰 조사를 받는 대기업 오너라는 진기록과 불명예를 동시에 안게 된다. 이것은 그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도덕성에 큰 치명상을 안기는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기업이 세계 D램 시장의 2위 기업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의 2번째 기둥이기도 한 하이닉스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자금 문제로 위험에 봉착한 SK그룹이 M&A로 인한 승자의 저주를 겪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과거의 행적이 SK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본지는 기획시리즈로 SK그룹의 그간 행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도덕성 문제를 짚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과연 SK그룹이 하이닉스를 껴안고 갈 수 있는지를 엿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편은 이번 비자금 의혹 사건과 함께 과거의 비자금 의혹 사건과 분식회계 사건을 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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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과 검찰의 악연
‘10년간 두 번씩이나 소환되는 대기업 오너’라는 불명예?

최태원 회장과 검찰이 불법 자금 문제로 처음 충돌한 것은 1994년이다. 그때 그는 20만달러를 미국에 있는 은행에 불법으로 예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후에도 최 회장은 다른 사건으로 검찰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2003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놓았던 그룹 내 지배권 확립을 위한 분식회계 사건이다. 검찰은 최 회장을 배임, 증권거래법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1조5587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했다.
대한민국의 젊은 경제리더로 칭송받던 최 회장은 결국 구속됐고 그룹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당시 SK는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과거의 모든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모범기업으로 한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수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투명한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면서 한 말이다.

‘최태원’ 또다시 위기에 몰리다…선물투자 자금 의혹

당시 국민에게 사과했던 SK그룹이 또다시 비자금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비자금 의혹은 지난 4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액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앞서 최 회장은 “선물 투자로 10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라며 불법자금 의혹을 해명했지만, 단순한 개인 자금투자라고 치부하기에는 손실액이 너무 크다는 것이 여론이었다. 게다가 정확한 투자액과 자금 출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외비자금이나 회사공금을 쓴 것이 아닌지 의심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8일 새벽 서린동 SK그룹 사옥, SK홀딩스, SK가스, 을지로 SK텔레콤 사무실, SK이노베이션, 성남시 SK C&C 사옥과 SK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하며 SK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표면화했다.

SK그룹 횡령ㆍ선물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압수수색으로 SK그룹 18개 계열사가 SK그룹 임원 출신 김준홍이 대표로 있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2800억원을 투자했고, 이중 992억원이 김준홍의 차명계좌를 통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권유한 SK해운 고문 출신 역술인 김원홍(50·중국체류)에게 이체된 것을 파악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은 횡령 통로로 의심되는 김준홍 대표를 3차례에 걸쳐 소환하는 끈질긴 수사를 했고, 김 대표가 1500개 이상의 차명계좌를 동원해 치밀한 자금세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투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어 베넥스 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을 투자한 SK텔레콤 재무총괄 임원과 SK C&C금융 담당 직원 등 핵심인물을 줄줄이 소환해 거액의 투자배경이 무엇인지, SK그룹 총수 형제가 비자금 조성을 위해 계열사 임직원의 조직적인 동원을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이번 사건을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사실상 주도했다고 보고 이르면 이번 주말 최 부회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반면, 최 회장은 개입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아, 최 회장의 소환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최 부회장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주회사의 SK C&C주식 44.5%(2008년10월 기준)로 SK㈜와 그 하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세탁이 일어난 2008년 당시, 최 부회장은 SK가스 대표 이외에는 별다른 직책이 없는 상태라 횡령을 주도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 세탁된 자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 등의 의문점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이번 사태가 최 회장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SK그룹 비자금 사태가 최 부회장에 대한 단독 사법처리로 끝날 것인지, 최 회장 형제의 동반 사법처리로 마감하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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