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공작정치저지위원장, ‘친정’ 검찰에 칼겨눈 까닭은?

안상수 의원(한나라당 공작정치 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 위원장)이 화났다. 안 의원은 검찰의 이명박후보 도곡동 땅 관련 중간수사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며칠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공작적 수사발표”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검사 출신으로서 친정에 이렇게 항의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정가 주변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안 위원장은 “중간수사결과발표라는 미명하에 도곡동 땅 이상은 지분이 제3자의 재산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애매한 발표를 함으로써 이상은의 동생 이명박 후보의 차명재산인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사결과발표는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명백히 발표해야 하는데 '제3자 재산으로 보인다'는 불명확한 추측성 발표를 한 것은, 명백히 이명박 후보를 흠집내거나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의 공격은 계속됐다. “검찰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로 보인다'고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전례가 없으므로 더욱 충격적이다”라며 “검찰이 지금까지 야당 대선후보의 경선에 이러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그 유례가 없는 일이다”고 질타했다.

검찰이나 경찰, 기타 수사기관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특정시점까지 밝혀진 사실을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전례는 사실 그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관행일 뿐, 절대로 옳은 일은 아니었다. 형법에는 이른바 '피의사실 공표죄'가 규정돼 피의자가 공식적으로 기소되기 전, 그러니까 사건이 이제 더 이상 수사가 아닌 재판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언론을 통해 공중의 호기심에 낱낱이 피의사실이 공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로 판단된다', '....인 것 같다', '....로 보인다' 등이 세부표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간결과 발표라는 것 자체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게 우리 형법을 마련한 입법자들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이 피의사실 공표죄가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법적 확신을 잃거나 법조실무에서 더 이상 집행되지도 않아 '사문화'된 법도 아니다.

실제로 옷로비 사건에서 중간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표한 특별검사는 이 법률 조항으로 의율된(기소유예) 바 있다. 검사든, 특별검사든, 경찰관이든, 중간수사 발표라는 접근을 하는 것 자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야말로 의혹이 만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여러 의원들의 '공분'을 안 의원이 총대를 매고 대변하고 나선 셈이다.

◆안 의원, 친정에 칼 겨눈 사유들

검찰이 안 의원을 흥분시킨 요소는 몇 군데가 더 있다. ▲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고소사건에서 고소를 취소하면 반의사불벌죄의 특성상 즉시 수사를 중단하고 '공소권없음' 결정을 하여 사건을 종결해야 함에도 불구, 검찰이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한 것은 야당의 경선에 관여하려는 명백한 증거라고 안 의원은 주장했고, ▲발표내용은 공식적인 중간수사결과발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애매하고 '도곡동 땅의 이상은 지분이 제3자 재산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발표, 정치적 개입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발표한 내용은 도곡동 땅 등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뿐 이라는 점도 안 의원의 의혹을 사고 있다. 안 의원은 이에 따라 “검찰의 정치공작적 부당·불법수사에 대해 대선 본선에 검찰의 공작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이 제시한 법적조치 아이디어들은 다음과 같다. ▲ 정상명 검찰총장과 김홍일 서울중앙지검차장, 최재경 부장은 수사중인 사건에 관해 야당후보의 경선을 방해하였으므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을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조치 ▲ 위 3인은 본건 수사에 위와 같이 적합하지 않으므로 법원에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 ▲ 투쟁위원회 위원들은 법무부장관을 방문하여 위 3인에 대한 해임건의를 촉구함 등이다.

검찰 출신인 안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친정에 칼을 겨눈 셈이다. 하지만 공작정치투쟁을 전담하고 있는 그로서는 사소한 인연을 칼을 겨눌 수 밖에 없는 논리적 알레고리가 충분하다. 물론 최종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법률가로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만고풍상을 겪어온 그로서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의 문제제기가 '전혀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현직검찰 후배들과 검찰 대선배 안 의원이 법정에서 맞붙는 상황을 우리는 곧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

◆안 의원,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중간수사발표'를 베다

물론 검찰로서는 안 의원의 이런 지적과 제동이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의원으로서는 검찰이 스스로 이와 같이 정치적 사정이 민감한 사건에, 더욱이 그야말로 애매모호한 태도로 나서는 것이 우려스럽기만 할 수 밖에 없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안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박종철 치사 사건은 인권침해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사건처리에 있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들이 정치적 고려를 늘상 해야만 하던 시절에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총체적으로 합작해 빚은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이런 폐습들은 모두 일소될 수 있었다.

그런 그로서는 정치적 오해를 자칫 살 수 있는 검찰의 태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인 셈이다. 검찰은 안 의원의 일갈에도 불구, 이명박 캠프와 날선 공방을 계속하며 위태로운 설전을 주고 받고 있다. 이 의원측이 정치공작이라며 공세를 벌이자, “전부 다 밝히겠다”던 검찰은, “그러면 차라리 다 밝히라”고 이 전 시장측이 치고 나오자, 이번엔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독재 정권 시절에 정치적 입김을 막아내며 수사성과를 올렸던 안 의원으로서는 정치적 사건에서 정중동 하는 대신 중간수사결과라는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 점이나 '여반장'격으로 입장을 수시로 변화시키는 오늘날의 검찰이 마뜩찮을 수 밖에 없다. 노선배가 현직 검사 후배들을 향해 고소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런 충정에서 나온 읍참마속식 선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일부 행태를 쳐서 전체를 구한다는 사고관을 이해한다면, 안 의원의 이번 검찰과의 대립각 세우기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 해결은 하나, 검찰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검사는 공소장으로만 말한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꾸 그러면 모두 발표해 버린다', '추이를 지켜보고 발표한다' 같은 갈짓자 행보 대신 죄가 있으면 한나라당 경선 등 정치적 시간표는 일절 상관말고 기소, 죄가 없으면 어떤 주변 사항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리로 딱 부러지는 '추상열일 검사상' 을 안 의원은 오늘날의 검찰에 바라고 있다. 검찰이 이런 의지를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지 않는 한, 도곡동 땅 사건은 검사들이 옛선배에 의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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