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道를 벗어난 투명경영의 실종… 도청, 담합,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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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욕


[투데이코리아=박한결, 이규남 기자]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주식 1500억원어치를 사회에 환원하면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기 전 재산인 주식의 절반을 남을 위해 내놓는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나 부자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국민들은 감동을 하게 되고 그 감동의 물결이 사회를 발전을 위해 요동치게 하는 또다른 에너지로 생성되게 된다.

‘경쟁은 하되 상호협력을 통해 상생한다’는 의미의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그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더라도, 상대를 조금만 배려를 하게 되면, 둘 다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SK그룹은 재계 3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상생은커녕 그저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갖은 탈법 불법을 동원하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면계약, 과다계상, 탈세 등 SK그룹의 불법성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SK그룹의 도덕성은 아직 남아있는 게 있는 것일까.

투명경영 실종… 경영권 상실 위기 당시 영입한 사외이사도 ‘도청’

1997년 사외이사제가 처음 도입된 뒤 최장수 사외이사 타이틀을 쥐고 있는 ‘미스터 쓴소리’남대우 전 SK에너지 사외이사는 지난해 말 두 차례나 최태원 SK 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SK 경영진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적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용은 이렇다. 남씨는 사외이사 퇴임을 앞두고 지난해 2월17일 SK에너지 본사에서 한 경제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 전체의 내용이 SK측에 의해 녹음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남씨는 “참석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하는 것은 불법 도청”이라면서 이사회측에 녹음테이프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SK측은 남씨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되레 인터뷰를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내용 일부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SK는 남씨의 인터뷰를 도청했을까. 사건의 발단은 인터뷰 두 달 전 발생한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사건과 관련, 남씨가 이사회에서 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 전 이사가 사외이사 퇴임 전 회사 측과 마찰을 일으켰던 부분은 바로 SK에너지와 SK가스의 LPG담합사건 부분이다.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PG업계에 사상 최대 규모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SK계열사는 ‘리니언시’의 적용받아 SK에너지는 면제를 받고, SK가스는 절반인 993억원을 감면받았다.
‘관대한 처분’이라는 뜻의 리니언시는 담합행위를 자백하는 기업에 과징금을 면제해 주거나 감면해주는 제도다. 공정위가 LPG 담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SK에너지는 1순위로 자진신고를 했으며 SK가스는 2순위로 신고를 해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이에 SK그룹은 과징금 피하기는 성공했지만, 업계 최대 기업이자 가격담합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 단순히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작은 기업만 다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후 SK를 향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가 이어졌고 동종업계조차 업계의 맏형격인 SK를 향해 상도의를 어겼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남 전 이사는 최태원 회장 앞에서 이와 관련해 강력하게 비판했고, 결국 최태원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남씨는 관련자 문책 등의 후속 조치 마련도 촉구했다.

남씨의 이러한 행보에 당황한 SK는 혹여나 남씨가 언론을 통해 담합사건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을까 우려한 결과, 문제의 도청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논란에는 항상 ‘K’가 있었다

국내 정유산업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상위 4개 업체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 4개 정유사의 시장점유율은 10년 동안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독과점으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이들이 담합을 한다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4개 정유사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점유율이 30% 중후반대로 가장 높기 때문에 기름값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SK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정부의 물가 단속 칼날이 식품업체에서 정유회사와 통신업계로 옮겨갔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2000원에 육박하자 정부는 정유업계의 독과점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유사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이는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실제, SK를 비롯한 이들 4개 정유사는 공정거래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97년 이후 석유제품 유통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것은 모두 22건이었다. 이중 가격 담합 등 정유사간의 공동행위는 8건이었고 나머지 14건은 정유사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대해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제공한 것이었다.

주요 담합 행위를 살펴보면, 2004년에는 SK에너지 등 4개 회사가 휘발유, 등유, 경유의 대리점과 주유소 판매가격을 담합해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당했으며 2000년에도 3개 업체가 군납유류 입찰을 담합해 검찰고발 조치가 내려졌다.

최근에도 SK를 필두로 이들이 담합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 1월 SK에너지 등 국내 4개 정유사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정유사들이 주유소들의 거래처 변경을 막는 원적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지난 10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 4사에 ‘주유소 원적지(原籍地) 관리’담합 사실과 과징금이 명시된 최종의결서를 전달했다.

이에 업계는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SK에너지 과징금 특혜 의혹도

SK에너지는 2009년 LPG담합 사건 이후에도 관련 과징금 특혜 의혹이 계속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고시 규정에 따라 LPG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각각 801억원, 111억6000만원 이내의 과징금을 각각 추가 부과해야 하지만 이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고시상 최근 3년간 3회 이상의 법 위반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 의무적으로 과징금을 기본과징금의 최대 50%까지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3년간 8차례의 법을 위반한 SK에너지는 기본과징금의 50%인 801억원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그 중에서도 박 의원은 SK에너지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에 의문을 표했다. LPG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을 받은 SK에너지가 과연 혜택의 기준에 적합한 기업인지 의문이라는 것.

또 박 의원은 공정위가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부과고시를 개정하고 SK가 자진신고를 한 지 2주 만에 조사를 종료한 것은 SK에너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지적에 SK에너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투명경영’을 외치는 SK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여론이 높다.

윤리·투명경영 선도한다던 SK텔레콤의 ‘말 바꾸기’

SK텔레콤은 2005년 1월 전체 이사의 절반 이상을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를 포함한 사외이사로 구성하여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외의 윤리·투명경영 바람을 선도하겠다며 원대한 포부를 전했었다.

이로 인해 소모품 비용은 물론, 기업의 내밀한 비용 내역까지 적힌 금전출납부가 외부 감사인에게 항상 노출되어 의혹이 될 만한 비용집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말이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에게 ‘경고성 서신’까지 보내가며 투명경영에 협조를 요구하던 SK텔레콤은, 이번 SK그룹 비자금 의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열사로 떠오르며 압수수색에 재무총괄임원이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앞서 SK텔레콤은 2009년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배우 전지현씨 휴대전화 복제 사건’과 관련하여 단말기 고유번호 등 자료가 SK텔레콤 내부에서 유출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특히 2002년 5월 SK텔레콤의 KT 지분인수 사건은 ‘상도를 벗어난 행위’ ‘뒤통수치기’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었다.

처음 KT지분참여 이야기가 나왔을 때 SK텔레콤은 “경영권 인수도 어려운 지분 확보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논리로 부정적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자사 통신사업의 방어를 위해 5%의 KT 지분을 청약하겠다고 하더니, 또 다시 KT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9.27%)만큼 매입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SK텔레콤의 말바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2000년 사석에서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에 동기식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한 뒤 실제론 비동기식으로 신청하여, 그 말을 믿고 기술표준을 자율화해 준 당시 정보통신부장관의 뒤통수를 쳤다.

SK텔레콤은 SK그룹 비자금 의혹을 포함하여 올해에만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1000억원 가량의 세금추징을 통보받았고, 시민단체로부터 광주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통합관제센터 사업자 선정 입찰 의혹도 받았다.

광주시 CCTV 사업자 선정 입찰 의혹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억9000만원대의 CCTV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SK텔레콤이 선정됐지만 입찰 과정에서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측근 관련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입찰 과정을 분석한 결과 입찰·수정공고, 배점오류, 입찰가 산정방식의 불공정성 등 의혹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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