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영업정지·자동결제 동의 등 규제 강화


[투데이코리아=김민호 기자] 최근 닉네임 파워블로거 주부 A씨는 ‘깨끄미’라는 오존살균 세척기 제품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3000대 가량 팔았다. 제품은 베테랑주부로 소문난 A씨의 유명세에 힘입어 36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렸고, A씨는 대당 판매가의 20%에 달하는 7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총 2억1000만원을 챙겼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5월 이 제품에 대해 ‘오존 농도가 기준치인 0.1ppm을 초과했다며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다. 소보원의 발표와 함께 대거 환불 소동으로 번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A씨의 블로그를 통해 깨끄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제조사인 로러스와 공동구매를 알선한 A씨에게 책임을 물으며 집단 환불 요구에 나섰다.


로러스 측은 한국소비자원의 검사 방식에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국제공인을 받은 인증기관에서 정확한 측정방법을 통해 측정할 경우 국제 안전수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국가기관의 추가 안전검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검사를 의뢰 중인 만큼, 공식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환불조치를 위한 카페를 개설하고 서명 운동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동구매 주선자인 A씨는 공식사과한다며 자신이 받은 2억원의 수수료 중 “절반은 구매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식사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품의 전액 환불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한 구매자는 “A씨는 제품을 소개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 장본인이므로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그것도 절반만)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마무리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구매자는 “냉정하게 생각해서 A씨를 닦달하는 것보다는 로러스를 대상으로 단체 환불 서명운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제조사에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자상거래는 판매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뤄지기 때문에 처벌에 강력한 제재를 법으로 규정해 놓아야 사기판매나 불공정 판매행위 등에 대응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런 전자상거래 피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제재하는 법안이 최근 마련됐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통신판매중개자의 중개책임 강화 등을 마련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 요건이 확대됐다.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의 방지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파워블로거의 경우, 공동구매 알선 후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도 500만원의 벌금만 내고 사과문 발표 후에 블로거를 버젓이 운영하는 게 가능했다.
현행법으로는 공동구매를 알선하는 블로거나 사이트 계설자가 소비자를 속여 막대한 부당이익을 취했다 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외에 다른 처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부당 이득 금액에 따른 적절한 과징금 부과와 더불어 영업정지, 블로그 등 사이트 폐쇄까지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왔던 자동유료결제 전환 시스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사이트가 무료이벤트 가입을 위한 본인 인증 절차인 것처럼 속인 후 실제로는 강제로 결제를 진행하거나, 무료 이벤트 기간이 끝난 후 소비자들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고 자동유료결제 전환 또는 사전에 고지했더라도 확인 및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전환시키는 경우 소비자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몇 달씩 대금을 물도록 유발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개정안은 이 경우 통신판매업자가 상품 대금을 청구할 때 청구내역 등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이에 동의하는지 확인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따라서 소비자가 자동 결제 사실을 모른 채 대금이 빠져나가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피해 예방 및 구제가 한층 강화되고 전자상거래시 소비자 불편사항들이 개선돼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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