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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대선 경쟁의 1등 자리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내주고 2등으로 밀려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역전 기회는 없을까.

안철수 뼛속은 보수다
박근혜는 1일 종편 채널 TV조선의 시사프로에 나와 안철수에 대해 “소개팅 상대로 만났다면 참 인상이 좋은 분이어서 소개팅 잘 나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진 이 말에 바로 해법이 있다. 박근혜는 안철수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

박원순은 백두대간 종주를 중단하고 내려와 안철수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 받았다. 지지율 5% 후보가 지지율 50% 후보를 주저앉힌 것이다. 박원순은 자리에 앉자마자 정확하게 18분 동안 자기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안철수는 말없이 듣고만 있다가 “그렇다면 박 변호사님이 하세요”라고 매듭을 지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유일하게 배석한 시골의사 박경철이 전한 내용이다.

소개팅 나가듯 만나라
안철수는 심플한 사람이다. 언론이 부추기는 것처럼 타산적이지 않다. 언론은 안철수의 양보를 대권에 직행하려는 뜻이라고 분석했으나 언론의 호사(好事) 취미가 만든 소설이다. 그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긴 것일 뿐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보궐선거 막판 박원순 지지를 천명했다. 그 결과 박원순이 박빙의 접전을 제압하고 당선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철수의 정치적 위상도 극대화되었다.

그러나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적했듯 안철수는 김문수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인물이다. 안철수는 스스로 자신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규정했다. ‘경제는 진보’라는 안철수 주장에 공감 백배하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적지 않다. 그는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공감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간이 배 밖에 나온 재벌들이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정부 정책은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고 있다. 기름값 인하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 지원의 과실은 다 따먹고 일자리 창출에 인색한 재벌들의 행태는 보수라도 분개할 일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지지가 많았던 자영업자층이 현 정권에 등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안철수의 경제진보론은 보수적 가치관의 용인 범위에 있다.

안철수의 희망을 ‘융합’하라
안철수의 안보보수론은 그를 종북 세력들과 갈라놓는 결정적 요소다. 안보 없이 경제 없다는 것은 종북 세력이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다. 안철수는 세상은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이런 상식의 바탕 위에서 안철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박근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가 박원순의 경우처럼 대권 도전을 양보 받을 가능성도 포함된다. 물론 두 사람이 일단 만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는 낯을 엄청 가리는 사람이다. 박원순처럼 안철수에게 친구 불러내듯 “만나서 이야기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의 성격, 정치 스타일, 박근헤를 둘러싼 인(人)의 장벽 등을 생각하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박근혜는 현재 1등이 아니라 2등이다. 수비가 아니라 공격을 해야 할 입장이다.

만약 박근혜가 대문을 열고 소개팅 나가듯 안철수를 만난다면, 만나서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안철수의 희망을 ‘융합’한다면 박근혜와 한나라당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가 양보할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만나야 한다. 안철수를 움직이는 데는 진정(眞情)이 필수다.

대권 도전 양보도 각오해라
언제 만날지도 중요하다. 늦으면 안철수를 야당에게 뺏길 것이고 빠르면 야당에 충분한 반격 시간을 주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가 소개팅 이야기를 한 날 안철수는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설을 부정했다. 그 자리에 똑똑한 기자가 있어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물었다면 ‘안 한다’는 대답도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만약 두 사람이 만난다면 지금도 좋은 타이밍이다. 문제는 박근혜 스타일로 보아 ‘원칙과 신의’를 따지느라 만나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다는 점이다. 정치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생물(生物)이다. 아무리 좋은 방책이 있어도 결국은 선택하는 사람의 운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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