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들이 100% 소유한 싸이버스카이… 매출 80%가 계열사간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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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소속 20개 광고, 물류·광고·시스템통합(SI), 물류업체 거래실태 조사 결과에서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71%로 나타난 것부터 최근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가 발표한 국내 재벌승계에 대한 리포트까지 재벌들의 승계와 관련된 일감 몰아주기는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 오너 3세 조원태, 현아, 현민 3남매가 각각 주식 33.3%씩을 보유하고 있는 싸이버스카이의 매출이 심상치 않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 내에 비상장 회사를 설립하고 가족, 친지, 특수 관계인에게 지분을 대거 부여한 뒤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이 비상장 회사에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위탁 제공하는 등의 각종 사업 몰아주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 계열사의 매출이나 이익이 급증해 회사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결국 오너 일가 등 주주들이 엄청난 차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런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관련된 일감 수주경쟁에 아예 참여할 기회조차 잃고 있다.

한진그룹은 자산순위 12위로 조양호 회장이 확고한 그룹 지배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지분‧경영권 승계를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다.
조 회장의 세 자녀는 모두 20대에 계열사에 입사한 뒤 모두 초고속 임원 승진을 했으며, 조원태와 조현아는 비상장 계열사의 대표이사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현재 회장 일가 자녀 3명은 대한항공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은 거의 없으나,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해 이익을 얻고 있다.

이 중 싸이버스카이는 2000년에 자본금 5억원에 설립돼 2008년 16억원, 2009년 31억원, 2010년 42억원으로 매출을 올리는 등 3년 만에 3배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한 인터넷 면세점 및 소매업을 하는 회사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회사의 지난해 총 수입인 42억원 중 35억원이 8개 그룹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했고,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는 것이다.

싸이버스카이의 대한항공 지분율 ‘급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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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대한항공이 공시한 지분관련 변동 사항을 보면, 사이버스카이가 대항항공 주식 7만6000주를 매입한 것이 나타났다.
지난달 3일에 1만2000주, 0.02%에 불과했던 지분이 한달 만에 0.10%까지 급격하게 상승한 모습을 보여, 싸이버스카이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몽땅 대항항공 주식 매수에 투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현재 한진 3세들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0.10%에 불과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완료할 때까지 20~30년 동안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지금 같은 기세로 대항항공 주식을 사들인다면 충분히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버스카이의 수입원의 첫번째는 대한항공의 기내지 광고 판매 대행 조건으로 받는 15%의 대행 수수료다.

여기에 기내 면세품 인터넷 대행 판매와 로고 상품 외 인터넷 판매 등에서도 14%의 수수료를 받고, 대한항공 모형 비행기 판매에서도 10%의 마진을 남기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 면세품 판매는 항공사 입장에서 적자가 날 일이 없는 쏠쏠한 수익원"이라며 "만약 싸이버스카이가 다른 사업에도 뛰어든다면 삼남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진그룹과 비슷한 방식의 ‘오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주목을 받았던 대기업으로는 빙그레가 있다.
2007년 빙그레 계열사로 편입한 케이엔엘물류는 2007년 매출액 324억여원 중 289억여원을 빙그레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는 전체 매출액 중 89.3%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어 2008년에도 전체 매출액의 89.2%, 2009년 77.4%, 2010년 58.9%로 같은 방식의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케이엔엘물류’는 빙그레 전 대표의 아들 3명이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빙그레 일가의 개인 회사였기 때문에 편법 상속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돈이나 땅 대신 재벌 2, 3세들이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있다.
그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안올리고를 떠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부의 세습’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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