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보내는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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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안정현 기자]한국 아이스하키는 2003년도만 해도 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나날이 발전해 열악한 환경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아시아리그를 지배하고 있습니다.그 중심엔 한국의 대표 아이스하키팀, ‘안양한라’가 있습니다.

2011년 12월, 그들은 기나긴 일본 원정경기를 치르고 왔습니다.총 8경기, 승점 24점이 걸린 힘겹고 긴 싸움을 치르고 돌아와 훈련을 다시 시작했습니다.그들에겐 연휴와 연말이 없습니다.추운 빙상장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며 정규시즌우승, 통합우승, 나아가 한국아이스하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스하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처음엔 퍽,스틱이란 용어 조차 낯설었는데요.처음 엄현승 골리의 인터뷰를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리를 싸매고 아이스하키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으며 공부를 했습니다.아이스하키의 ‘아’자도 모르는 애가 와서 인터뷰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아이스하키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제게 어렵습니다.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입니다.하지만 이제 빙상장,현장에 안 가면 너무도 그립다는걸 지금, 12월에 느끼고 있습니다.

빙상장에 처음 갔을 때의 그 낯설음과 어색함이 아직까지도 기억납니다.혼자 눈치가 보여 괜스레 까치발을 들게 되고 멀찌감치 걷곤 햇었습니다.엄현승선수는 인터뷰때 서투른 저의 질문들이 안쓰러웠는지 성실히 답해 주셨습니다.NHL에 대해 잘 몰랐던 ‘초짜’인 저는 엄선수의 롤모델을 알아 듣지 못했습니다.보..보스턴..이라며 얼버무리는 저에게 또박또박 한글자씩 불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그후 직접 훈련경기와 크레인스와 3연전을 지켜보며 아이스하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아이스하키의 마력이라고 할까요?한번 경기를 보게 되면 빠져 나올수 없게되는.

두번째 인터뷰는 아이스하키계 김남일, 디펜스 이승엽 선수였는데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준비해갔습니다.하지만 저는 수전증에 가까운 사진찍기 실력과 미숙함으로 이승엽 선수를 빙상장안에서 떨게 만들었습니다.사정상 그날 기자실을 쓸 수가 없어서 빙상장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승엽 선수와 저는 입에서 입김을 내뿜으며 추위 속에 30분 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본의 아니게 저는 콧물 굴욕을 당했죠.물론 이승엽 선수가 못 봤기를 바랄 뿐입니다.잔뜩 긴장한 저를 농담으로 재치 있게 이해해 주셨던 이선수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부상은 운동선수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부상이라는 큰 고비를 만나게 되면 어떤 이는 무너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욱 우뚝 올라서기도 하죠.그것이 때론 몇 달이 되기도 하고 몇 년이 되기도 합니다.아쉽지만 끝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죠.그러나 이승엽 선수는 예전에 발목부상으로 인한 재활의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멋지게 올라 섰습니다.그래서 요즘 매 경기마다 그의 눈부신 활약이 더욱 반갑습니다.

빙상장이 익숙해 질 무렵 저는 슈퍼루키 공격수 김상욱 선수를 만나 인터뷰 했습니다.훈련이 늦게 끝날줄 알았던 저는 지각을 했습니다.당연히 모든 선수들은 집으로 가고 김상욱 선수만 있었습니다.앞이 캄캄 했습니다.너무도 미안했지만 김선수는 별일 아니란듯이 이해해주셔서 인터뷰를 잘 끝마쳤습니다.무엇보다 김선수의 놀라운 말솜씨에 깜짝 놀랐습니다.바로 기사를 쓸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집에 오는길, 저는 다짐했습니다.안양한라가 우승하는날,꼭 이들을 다시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들을 빛내 줄 수 있는 멋진 인터뷰를 해 보답하겠다고 말이죠.

이렇게 제가 ‘초짜’라고 선수들에게 광고를 하고 올 때면 가끔 멀고도 먼 아이스하키,인터뷰를 생각하며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마치 신입생 때 짝사랑했던 학교선배 같은 느낌입니다.다가가고는 싶은데 알다가도 모르겠고,그래서 늘 바라보게 돼 좋아하는 마음은 자꾸 커져가는 그런 존재가 제게 바로 아이스하키입니다. 지금 제 역할은 짧은 인터뷰지만 빙판 위에서 치열하게 뛰는 선수들의 말과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다독이며 힘을 얻습니다.

아직 아이스하키경기를 한번도 못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저 또한 23년을 살면서까지 한번도 못 봤었으니까요.경기를 한번 보면 아이스하키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안양한라 선수들 뿐만아니라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상무팀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값진 노력과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저는 그들을 더 응원해주고 그들 편에 서주고 싶습니다.

처음엔 경기에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하게 몸싸움을 하고, 체킹을 당할 때 너무 당황했습니다.혼자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부끄럽게도 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그냥 마음만 아픕니다.한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두 군데 이상은 부상을 당하거나 멍이 든다고 하는데요,지금 생각해보면 엄현승 선수가 인터뷰때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던게 기억나 자꾸 제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얼마나 아플까,얼마나 힘들까 하며.

인터뷰 후 실제로 경기를 보면 자꾸 31 58 19번 선수들에게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게 되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엄현승 선수가 선방하고,김상욱 선수가 골을 넣고 이승엽 선수가 어시스트,체킹을 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제 성격 탓에 안양한라 선수들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직접 건네진 못했지만 그들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승패에 상관없이 힘을 냈으면,무엇보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이용준 선수를 김용준 선수라 잘못 말하고,신상우 선수에게 이돈구 선수라며 애타게 불러댔던 저이지만 마음속에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정확히 100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99도에서 절대로 물이 끓지 않죠.이렇게 안양한라 아이스하키 선수들,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온도를 높여 왔을 것입니다.그래서 지금 아시아리그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이제 정확히 100도가 된 셈이죠.그러나 물이 끓기 위해서는 계속 뜨거워야 합니다.1도가 더 필요한 거죠.이 1도의 뜨거움은 관중들의 응원과 격려, 상무팀 등 아이스하키 환경개선을 통해 높아 질 수 있습니다.

2012년 1월 7일을 시작으로 다시 안양 홈구장에서 일본 오지이글스와 3연전이 있습니다.따듯한 함성으로 100도에 1도를 더 끌어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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