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평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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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2.1연구소 이사장)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우리 정부는 전혀 예측도 못했을 뿐더러
미국으로부터 눈곱만큼의 귀동냥도 못했나 봅니다.

증시가 널을 뛰고, 환율이 급등했습니다.
뭔지 모를 불안감이 운 국민의 마음 속을 지배했습니다.
비로소 우리가 지구 마지막 분단국
그것도 휴전(休戰)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격변 상태에 빠졌을 겁니다.
우리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이후 전두환 대통령이 실권을 장악하기까지
12.12사태와 광주사태를 포함한 엄청난 풍랑을 겪었습니다.

아직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김정일의 사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북한의 정치 지도 체제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권력 투쟁이 표출된다면
우리에게 오는 타격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우리는 북한 체제의 조기 안정을 도와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도 해야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일본으로부터 밀가루 얻어다가 국민들에게 나눠준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지지도가 상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향후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을 제치고
남한이 주도적인 대화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김정은으로 3세 승계를 도와준다면
통일로부터 한발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어떤 형태냐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무력에 의한 흡수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나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을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또 우리가 흡수 통일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북한 주민이 대량으로 휴전선을 넘어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런 상황은 아닙니다.

남북 상호 동등한 자격에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의 정치체제 안정화를 도와야 하고
경제가 살아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올라갔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이 떠오릅니다.
주판알을 튕기는 기업인으로서는 당최 계산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송아지를 밴 암소로만 골라 이끌고 북을 향하던
정 명예회장님의 뜻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장사꾼도 그런 장사꾼이 따로 없을, 태생이 장사꾼인 정 명예회장님은
바로 돈으로라도 평화를 사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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