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진 광주지검 형사 제3부장검사

▲ 김경진 검사
우리나라에서 매년 4-500명 정도의 젊은이가 군복무를 거부하는 대신 병역법위반으로 인한 교도소행을 선택하고 있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지키고자 하는 젊은이가 대부분이나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도 있어, 종교와 필연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지방검찰청에서도 이러한 속칭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구속수사를 할 것인지 불구속수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양심(종교)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의무인 병역의무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경우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존립과 '국가안보'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고, 따라서 우리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국민의식, 대체복무제를 채택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조항은 합헌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사 일선에서 젊은이들을 교도소로 보내야 하는 필자로서는 마음 한구석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기는 하나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한 반면, 주무부처인 국방부에서는 시기상조 내지 도입 불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국민여론도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반대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의 제도 개선책을 생각해 보았다. “병역법을 개정하여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하되, 다만 ① 현역병 의무복무기간 보다 최소 2배-3배 늘어난 기간 동안 의무복무토록 하고, ② 복무장소는 가급적 군 또는 교도소 내에서의 비전투 임무를 부여하고, 민간에서의 복무는 최소한으로 하며, ③ 주어지는 임무는 지뢰제거, 폭발물처리, 영현(사체)처리 등 위험하고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임무를 담당토록 하며, ④ 복무기간이 장기간이라도 이들에 대한 계급은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개정하면 어떤가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대체복무가 악용될 가능성도 없앨 수 있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를 주장하는 분들의 인권도 합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군 지휘관 입장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의식이 희박해 보이는 인력을 군인으로 받아들일 경우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소신을 위해 2-3년의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낼 각오가 되어 있고, 평생 전과자가 되어 대한민국에서는 공무원, 기업 이사를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워지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유한 인적 자원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무기를 손에 쥐는 것과 국기와 국가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는 것을 거부할 뿐, 그것을 제외한 다른 생활영역에서는 성실하고 착한 삶에 대해서 아주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이렇게 장기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분야에 한정하는 대체복무를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대체복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상당한 반대 정서가 있고, 총을 들고 군 생활을 하는 일반 병사들은 항상 전투에 임해 목숨을 걸 각오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그러한 위험을 수반하는 총을 아예 들지도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국가안보라는 공익실현을 확보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를 희망해 본다.

김경진 광주지검 형사 제3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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